Remember the Exhibition

조회수: 2842
7월 04, 2018

뜨거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에서 무료함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산뜻한 공간에서 영혼을 정화해줄 예술 작품을 벗 삼는 것은 무더운 여름철을 슬기롭게 보내는 괜찮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에서도 놓치면 후회할 법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에르빈 부름 전시 작품_1

현대카드 스토리지 <에르빈 부름 개인전>
에르빈 부름 작가는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1분 조각(One Minute Sculpture)’ 시리즈로 알려졌다. 관람객이 작가의 지시문과 드로잉에 따라 1분간 직접 작품이 되는 퍼포먼스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개인전 하이라이트는 ‘1분 조각’ 사진 작품과 실제 자동차의 부피를 변형한 설치 작품 ‘팻 카(Fat Car)’다. 다채로운 매체를 넘나들며 시간과 오브제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 방식이 돋보인다.
전시 기간 9월 9일까지 문의 http://storage.hyundaicard.com

(APMA) Pulse Index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디시전 포레스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멕시코 출신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첫 아시아 회고전을 선택했다. 인간관계와 공동체의 가치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으로 유명하다. ‘샌드 박스’는 70톤의 모래로 만든 인공 해변에서 관람객들이 투사된 영상으로 세 가지 이미지를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이며, 신작 ‘페어아이돌리엄(Pareidolium)’은 관람객이 물속을 들여다보면 얼굴인식 시스템이 이미지를 증기로 재현한다. 작가는 현대인은 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피할 수 없기에, 첨단 기술을 예술적으로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전시 기간 8월 26일까지
문의 http://apma.amorepacific.com


블루라이트_Blue Light_2018_oil on linen_ 33.4X24.2cm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보라색 소음>
구지윤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자 작품명인 <보라색 소음>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홍콩 거리에서 들은 무거운 소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그녀는 끊이지 않는 공사장 소음이 들리는 도시 풍경에서 영감을 얻는다. “도시의 추상화는 이지적이지도 우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뜨거웠고, 잔인했고, 지저분했다.” 마치 공사 현장의 모습처럼, 캔버스 위에 물감을 덮은 후 마르기 전에 닦아내는 방식으로 형체가 불분명하고 번진 듯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작품 속 보라색이 소음이라면, 파란색은 도시의 단상이자 TV와 스마트폰에 반사된 현대인의 우울한 모습을 상징한다.
전시 기간 8월 19일까지 문의 www.arariomuseum.org


1. Dialogue, 2018, Oil on canvas, 193.8x130

가나아트센터 <오수환 개인전 – 대화>
“나에게 그림이란 세계를 보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세계에 관해서 또는 세계에 있어서 보다 많은 것을 보도록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근원적 사실로 하나씩 인도하는 것이다.” 지난 40여 년간 추상화에 몰두해온 오수환 화백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작가는 관람객이 그림을 해석하기보다 ‘대화’하듯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작품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과거의 시간을 추억하는 여유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대담한 붓질과 여백, 강렬한 색채는 작가의 오랜 수행의 시간을 느끼게 할 것이다. 가나아트 한남에서는 <오수환 드로잉>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전시 기간 7월 15일까지 문의 www.ganaart.com


아크람 자타리_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사진은 꼭 작가가 찍어야 작품일까? 레바논 출신 아크람 자타리는 ‘수집’도 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레바논 독재 정권이 무너진 1997년에 아랍이미지재단(AIRF)을 설립해 이미지를 수집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식민지 시대 사진부터 일반인의 가족 앨범, 도시 기록 사진은 그에게 영감을 줬다. 작가는 녹아버린 네거티브 필름, 인화지의 구겨진 자국, 엉겨 붙은 인물 사진 등을 재창조해, 과거의 아랍을 현대로 소환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작품 ‘사진에 저항하다’는 네거티브 필름의 3D 스캔을 12개 조각으로 재현한 것. 사진 매체에 대한 대항이자 비교의 중의법이다.
전시 기간 8월 19일까지 문의 www.mmca.go.kr


롯데뮤지엄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
92세 노장이 여전히 젊은 감각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놀랍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알렉스 카츠는 도시인의 일상을 표현하는 초상 회화의 거장. 단색 화면에 인물을 대담하게 배치하는 것이 특징으로, 개인이 아닌 인간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CK’,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예술과 패션이 공존하는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한번 조망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로, 총 7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60여 년 이상 그려온 아내 ‘아다’ 시리즈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전시 기간 8월 26일까지 문의 www.lottemuseum.com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아뜰리에 에르메스
<미니멀리즘이 남긴 것, 그 너머>
프랑스 작가 릴리 레이노 드와의 국내 첫 개인전. 몸과 섹슈얼리티, 권력과 제도적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텍사스 마르파에서 촬영한 호러 영화와 영화 속 인물의 사진, 짧은 영상을 선보인다. 붉은 카펫이 깔린 전시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실제 젊은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출연했으며, 예술에 대한 고민과 의심으로 점철된다. 마르파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가 미술 공간을 설립하면서 예술 관광의 중심이 된 작은 마을이다. 작가는 미니멀리즘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예술가들이 악령에 홀리는 결말을 제시하며 관람객에게 미니멀리즘이 무엇을 남겼는지 질문을 던진다.
전시 기간 7월 29일까지 문의 www.hermes.com


부산현대미술관 <수직 정원>
천연기념물 제179호 을숙도에 위치한 부산현대미술관이 6월 개관했다. 개관전으로 5개의 전시가 열렸는데,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것은 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수직 정원>. 프랑스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이 부산 지역 1백75종의 식물을 미술관 외부에 심어 환경 예술을 선보인 것. 영구적으로 전시되며, 사계절 꽃이 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패트리크는 지난 30년 동안 세계 3백50곳에 수직 정원을 설치했으나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 외벽에 철골 프레임과 PVC판을 덧입히고, 관수 시스템을 설치한 뒤 펠트에 식물을 키우는 원리다.
전시 기간 8월 12일까지 문의 www.busan.go.kr/moca


7]바바의 초상화 Portrait of Vava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샤갈 러브&라이프>+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샤갈 전시가 동시에 두 곳에서 열리고 있어 반갑다.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러시아 출신 유대인으로 베를린, 파리, 미국을 떠돌며 고향을 그리워했던 마르크 샤갈의 삶과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친 첫 번째 부인 벨라에 대한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면,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M컨템포러리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말년에 그가 즐겨 그린 서커스, 꿈, 꽃 회화 작품과 시, 그림을 담은 목판화 시리즈다.
한가람미술관 9월 26일까지(www.chagall.co.kr)
M컨템포러리 8월 18일까지(www.m-contemporary.com)


대구미술관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
개관 80주년을 맞아 간송미술관 문화유산이 처음 서울을 떠나 전시를 열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신윤복, 김홍도, 정선, 사임당 등 조선 거장 회화 1백여 점을 선보이는 지방 첫 전시이자 최대 규모 전시다. 섹션 1에서는 문화재 수집과 보존에 평생을 바친 간송 전형필의 삶을 재조명한다. 섹션 2는 조선 회화 전시이며, 섹션 3에서는 고미술을 흥미롭게 소개하기 위한 미디어 아트와 VR 투어가 이어진다.
전시 기간 9월 16일까지 문의 http://mam.daegu.go.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