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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Art Basel in Hong Kong


‘조’ 단위로 추정되는 거래 규모, 전시장 바깥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아트 관광객. 그렇지만 ‘판’의 규모만으로 ‘성공’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많은 이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저 자신의 길에 집중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다. 시간이 ‘분’ 단위로 나뉘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홍콩 아트 주간에 이 복잡미묘한 글로벌 생태계의 구성원을 만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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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허브 홍콩에 ‘아트 허브’라는 수식어를 달도록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아트 바젤 홍콩. 도시 곳곳에 자리한 온갖 전시 공간이나 부대 행사장을 제외하고 홍콩 컨벤션 센터의 아트 바젤 주 전시장만 봐도 전 세계 36개국에서 2백42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니 점점 커지는 ‘장외’까지 감안하면 규모와 쏠쏠한 경제 효과를 짐작할 만하다. 세계 어느 주요 도시든 이처럼 큰 글로벌 행사가 열리면 ‘스타’ 작가 얘기가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래도 현대미술 ‘장터’이다 보니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빈번히 거래되는 작가들 위주로 흐름이 돌아가기 마련이니까. ‘아트 피플’이 모이는 만큼 지구촌 차원의 뒷담화도 접할 수 있다(올해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도 스타 작가의 성 추문도 들려왔다). ‘구경꾼’ 입장에서는 흥미로울 수 있는 풍경이다.


아트 바젤 홍콩의 숨은 공신, 알렉시 글라스-캔터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현대미술의 ‘메인 스트림’을 살펴보려면 명품 잡지 <태틀러>도 괜찮은 참고서인데, 해마다 바젤 개최 기간에 맞춰 나오는 이 잡지의 아트 부록 표지를 누가 장식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는 홍콩에 입성한 메이저 화랑을 이끌며 올해 ‘부스 매진’을 스스로 뽐냈던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와 독일의 유명 작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가 표지에 나란히 등장했는데, 올해는 서도호가 장식했다. 다수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인기를 누린 인물은 또 다른 한국 작가 이불이었다. 단연 화제를 모은 이불의 작품은 은빛 비행선 같은 ‘Willing to Be Vulnerale-Materialized Balloon’. 갤러리 세 곳이 협업해 아트 바젤 홍콩의 ‘인카운터스(Encounters)’ 부문에 선보인 작품이다. 갤러리 부스 사이에 대형 설치 작품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는 늘 인기를 누리는 플랫폼이다. 그 배경에는 인카운터스를 5년째 이끌고 있는 큐레이터 알렉시 글라스-캔터(Alexie Glass-Cantor)가 있다. 시드니 비영리 전시 공간의 디렉터로서 유명세에만 기대지 않고 작가들을 절충적으로 ‘믹스(mix)’하는 데 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빼어난 큐레이터를 믿고 장기간 동행하는 파트너십이 인카운터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듯하다. “5년을 계속하니 정말 좋은 점은 갤러리들과 2~3년에 걸쳐 대화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녀가 처음 맡았을 때보다 인카운터스의 작품 규모는 커지고 숫자는 줄어들었다(2015년 30점에서 올해는 12점). “작품들이 보다 제대로 인지되고 감상될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빛을 머금은 진실을 찾아서’,
외길을 걸어온 메리 코스(Mary Corse)
올해 홍콩 아트 주간의 주인공으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대대적인 조명을 한 미국 작가 메리 코스(Mary Corse)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70대에 아시아를 처음 찾았다는 이 노작가의 개인전이 H 퀸스 빌딩의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렸는데, 작품이 ‘완판’될 정도로 반응도 좋았다. 이 전시장에 걸려 있던 그녀의 대표 시리즈 ‘Light Painting’ 작품들은 작은 유리 알갱이가 섞여 있어 표면이 반짝이는데, 그림을 수놓는 세로 띠(band)의 수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적인(static) 그림을 그리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온 우주에 정지된 상태의 요소란 찾아볼 수 없는데, ‘어째서 그림은?’이라고 생각했죠. 내게 그건 진짜가 아니었어요.” 그녀는 처음에는 객관적 진실이 담긴 오브제를 만들고 싶어 실험을 하다가 어느 날 모든 건 ‘인식’에 달려 있고 ‘현실이란 내 안에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내면의 빛(inner light)’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회화의 실험을 반세기나 계속해왔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아트란 벽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식 안에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녀는 장시간의 비행과 빡빡한 일정에도 작품 얘기를 할 때는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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