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계는 신의 언짢은 기분, 기분이 나쁜 날일 따름이야.” 문득 마스크로 가린 얼굴들이 여전히 가득한 일상 풍경을 보노라면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몸은 분주한데 정신은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습관처럼 익숙한 일상의 소중한 존재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게 되지요. 그 대상은 이웃이나 친구 같은 주변 인물일 수도, 자칫 지나쳐버릴 수 있는 반짝이는 빛의 풍경일 수도, 아이의 해맑고 개구진 미소일 수도, 아니면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반복되는 하루에 지쳐, 온갖 짜증 나는 뉴스에 숨 막혀, 모든 환경이 한계치를 넘어서는 ‘용량 초과’의 상황에 짓눌리는 바람에 우리 자신의 일상을 제대로 된 시선으로 가만히 응시할 정신적 여유가 없어 나 자신을 비롯한 소중한 존재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놓쳐버리곤 합니다. 혹은 소멸하는 시간을 분초 단위로 아껴 쓰면서 이것저것 너무 잘해내려 애써도 오히려 시간의 덫에 속박되기 마련입니다. 올겨울 <스타일조선> ‘Art+Culture’ 스페셜호에는 ‘풍경’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일상의 조각들’을 제대로 응시하기를 넌지시 권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담았습니다. 시간이 잠시 얼어붙은 셈 치고 우리 자신과 주변의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사유할 수 있는 겨울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