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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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5, 2015

에디터 고성연

크리스챤 디올처럼 짧은 기간에 인기와 명성을 얻은 패션 디자이너도 드물 것이다. 1947년 2월 12일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뉴 룩’으로 회자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그는 10여 년간 패션계를 지배했지만 안타깝게도 57세에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우아함과 여성미의 절정을 보여준 ‘무슈 디올’의 창조적 오라는 오늘날에도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강력한 듯하다. 몽테뉴가 디올 쿠튀르 하우스의 DNA가 느껴지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배어 있는 범상치 않은 6층짜리 건축물이 서울 청담동 중심부에 들어섰다. 디올 쿠튀르와 20여 년을 함께해온 시드니 톨레다노(Sidney Toledano) CEO를 만나 이 공간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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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을 새롭게 수놓은 매혹의 공간
요즘 청담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우아하게 굽이치는 모양새가 하얀 돛 같기도, 천 자락 같기도 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을 맞닥뜨릴 수 있다.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게 난 크리스챤 디올의 플래그십 매장 하우스 오브 디올(House of Dior)이다. 파리의 도시 재정비를 맡길 만큼 프랑스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크리스챤 드 포르잔파르크의 작품이라 화제가 되기도 한 건물로,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라고 한다. 가까이서 보면 한 송이 꽃이 겹겹이 드리운 베일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디올 하우스를 보고 떠올리는 이미지도 저마다 다르겠지만, 바라보는 이와의 거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롭다. ‘무슈 디올’의 아카이브를 열심히 탐구한 끝에 오트 쿠튀르 드레스 원단의 흐름에서 건축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는 포르잔파르크는 실제로 20m, 10m, 5m 거리에서 디올 하우스를 바라봤을 때 각각 다른 느낌이 들도록 신경 썼다고 한다. “건축 디자인이나 규모도 놀랍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알 수 있듯 디올 매장은 굉장히 공들여 빚어낸 공간입니다. 아주 작은 요소 하나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방, 계단, 수납장까지도 전부 평범한 것이 없을뿐더러 모두 다르죠.” 베르사유 궁전을 찍은 로버트 폴리도리의 사진 작품이 걸려 있는 VIP룸에서 톨레다노 CEO는 이렇게 말했다. 수학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공학도인 그는 우연찮게 패션의 세계에 뛰어들어 디올 쿠튀르에만 20년 세월을 바쳐온 ‘디올 맨’이다. 그의 말처럼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마리노의 손길이 닿은 디올 하우스의 매장 인테리어는 눈썰미가 있다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하나하나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예를 살짝 들자면 1층에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 작가 이불(Lee Bul)의 작품 ‘브루노 타우트 이후(After Bruno Taut)’가 걸려 있고, 은행잎을 모티브로 삼은 클로드 랄란의 징코 벤치가 놓여 있으며, 3층 매장의 천장은 롭 윈의 유리공예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맨 꼭대기 층에는 피에르 에르메의 미식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쾌적한 카페까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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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릭 그레이빛이 감도는 현대적인 감각 속 ‘디올 DNA’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있는 <디올 정신>전을 관람했다면 아마도 이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꽃 같은 여성을 디자인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크리스챤 디올 특유의 여성미가 감도는 우아한 스타일과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우스 컬러’인 회색 색조다. “무슈 디올이 몽테뉴가에 디올 쿠튀르 하우스를 열었을 때도 그레이와 화이트가 쓰였지요. 이처럼 디올의 상징과도 같은 ‘그레이’는 이 공간에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메탈릭 그레이로 표현했습니다. 색채의 농담(濃淡)을 달리한 다양한 회색이죠.” 실제로 디올 하우스를 둘러보면 그레이 가죽과 메탈 느낌의 실이 얽혀 있는 바닥의 카펫, 짙은 회색의 수납장, 은은한 색조의 그레이 칵테일 테이블 등 ‘그레이의 향연’을 방불케 한다.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예술품 같다.
“무슈 디올은 원래 아트 갤러리를 열면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정도로 예술에 대한 애정이나 감각이 남다른 분이었죠. 그게 그의 풍부한 패션 세계로 이어졌고요. 청담동 디올 하우스도 그러한 뿌리 깊은 디올의 DNA를 담은 공간입니다. 무슈 디올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펼쳐 보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퀄리티’를 이해하는 한국 고객들에게 디올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디올의 정수를 ‘우아함’, ‘매혹’, ‘장인 수준의 정교한 솜씨’라는 세 단어로 압축한 그의 설명이 굳이 아니더라도 흔치 않은 럭셔리 공간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매장은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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