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inspiration

조회수: 3133
6월 01, 2011

2011년 4월 28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슈킨미술관에서 위대한 크리에이터이자 디자이너였던 크리스챤 디올을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 여성 들을 완벽한 우아함의 세계로 이끈 무슈 디올의 영감을 재해석하며 그의 컬렉션을 기념하는 전시 <Inspiration Dior>은 디올 하우스의 환상적인 정수를 경험하게 하며 화려한 오트 쿠튀르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디올, 갤러리 주인이자 예술 애호가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은 예술과 예술가를 선망했다. 디올에게 예술가는 형제와 같았다. 디올은 1925년 갤러리를 열어 갤러리 소유주가 되었는데, 디올의 갤러리는 당시 아직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피카소, 클레, 달리, 자코메티, 뒤피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1934년 대공황의 여파로 갤러리 문을 닫게 되면서 디올은 예술과 예술가, 매혹에 빠졌던 젊은 시절, 그리고 대규모 공황에 충격을 받아 일찍 작고한 사랑하는 어머니와 영원히 이별했다. 디올은 언제나 대규모 파티와 무도회를 즐겼다. 그는 드레스와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사교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좋아했다. 그러나 이렇게 평온하고 화려한 삶도 끝나고 남은 것은 꿈뿐이었다. 디올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스케치에 진심을 담아 작업했고, 1947년 드디어 그의 첫 컬렉션이 탄생했다. 디올의 몸에는 시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에 그의 디자인에 예술을 향한 무한한 애정과 품격 높은 취향이 담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연 풍광이나 무도회 장면을 눈앞에 둔 화가처럼 디올은 완벽한 우아함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여성의 보디에서 선을 ‘건축’하다

“드레스의 건축미를 논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드레스는 원단의 선을 따라 건축된다. 이것이 쿠튀르의 비밀이자, 건축의 제1법칙, 중력의 법칙이다.” – 크리스챤 디올크리스챤 디올은 건축가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드레스는 여성 신체의 선을 본뜨기 위한 모양으로 건축된다. 그는 허리 라인과 엉덩이의 풍만한 곡선을 강조하고 가슴을 돋보이게 해 신체를 이상화했다. 디올은 드레스란 신체 비례를 강조하기 위한 천상의 건축이라고 여겼다.이러한 곡선의 여성미를 강조한 것은 디올의 후계자뿐 아니라 다른 위대한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샤셰리오, 클라인 등은 이러한 완벽한 여성의 이미지를 그렸다. 크리스챤 디올과 그의 후계자들의 디자인에는 공통적으로 우아미, 비교할 수 없는 쿠튀르적 전문성, 여성성과 절대적인 현대성이 담겨 있다. 허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화관이 그러하듯 여성은 허리를 중심으로 아래위로 치마와 상체가 퍼져나간다. 어깨는 신중하고 날씬하게 표현되는데, 디자인 시기에 따라 여성의 신체 중 특정 곡선이 강조되기도 했다. 패션의 역사에서 크리스챤 디올은 뚜렷한 실루엣, 또는 모양을 정의함으로써 다른 쿠튀리에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그의 선은 원단을 여성의 몸에 일종의 직물로 된 건축처럼 ‘조각’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여인들

황금시대는 농촌에서의 한가로운 점심과 물랭루즈의 시대이다. 산업혁명은 절정에 이르렀고 유럽인들의 생활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여인들은 저마다 툴루즈 로트레크가 식각(飾刻)하고 볼디니가 그려 넣은 그림 속 우아한 여인 같았다. 엉덩이는 풍만하고 허리는 늘씬했으며 머리는 완벽한 자세를 높이 유지했다. 크리스챤 디올에게 천상의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을 대변하는 여인은 그의 어머니 마들렌(Madeleine)으로, 그녀는 디올 여성 이미지의 근원이 되었다. 오늘날까지 디올의 후계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성의 모습은 허리받이를 넣어 둥글에 부푼 드레스로, 이러한 형상은 현대의 재해석속에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정원 그리고 꽃향기에 취하다

크리스챤 디올에게 정원은 친밀감과 이상적인 유년기로의 회기를 향한 끊임없는 탐구였다. 꽃과 꽃향기는 디올에게 그랑빌에서 보낸 유년기와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의 향기를 떠올리게 했다. 피에르 보나르는 ‘노르망디의 여름’이라는 회화 작품을 통해 베르농(Vernon)에 있는 그의 정원에서 가족들과 나눈 수많은 행복과 친밀감을 묘사했다. 이런 유의 친밀감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다. 그는 지베르니(Giverny)의 정원에서 지내던 클로드 모네를 자주 방문했다. 모네는 수많은 그림에서 독특한 회화 장치를 실험했고 빛을 연구했다. 반면에 마크 퀸(Marc Quinn)의 풍경에는 친근하고 안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이 정원에 자리 잡은 밝은 색의 식충화들은 정글을 닮았다. 구도의 중앙에 놓인 여리디여린 은방울꽃 가지는 황무지에서 행운을 비는 주문과도 같다. 마크 퀸의 작품은 디올에서 1998년부터 귀금속 디렉터를 맡아온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Victoire de Castellane)의 ‘Milli Carnivora’ 컬렉션을 떠올리게 한다.

무도회, 여성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곳

1950년대는 무도회로 장식된 장엄한 시대를 열었다. 크리스챤 디올은 무도회야말로 참된 예술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무도회 드레스를 많이 디자인했다. 1997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놀랄 만큼 글래머러스한 미차(Mitzah) 드레스는 디올 신화에서 무도회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그는 눈부시게 우아한 드레스를 수없이 창조해냄으로써 수많은 여성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일조했다. “누구나 마음속 깊이 쿠튀리에만이 아는 꿈이 자라고 있으니, 모든 여성은 공주이다”. 1864년의 마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초상화는 윈터홀터로 대표되는 당시 초상 장르의 전형적인 예이다. 프랑스 제2제정(帝政)의 미녀 모습과 포즈는 디올 오트 쿠튀르 패션쇼 모델들의 감각적인 신체 움직임을 상기시킨다. 루이 필립왕의 아들이자 계승자인 올린스 경은 어릴 때부터 파리지앵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 시대 최고 아티스트들의 귀중한 원조자였던 올린스 경이 착용하던, 냉철한 우아미가 돋보이는 심플한 수트는 완벽한 신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완벽함은 디올 옴므의 크리스 반 아셰(Kris Van Assche)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세기와 베르사유를 사랑하다

디올 쿠튀르 하우스와 디올 스타일은 몽테뉴가 30번지의 한맨션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퐁탕주 리본이 달린 메달리온,신 루이 16세식 암체어, 화이트 목공예, 트리아농식 그레이벽걸이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것은 모두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기 위해 그린 르 브륑의 초상화에 담겨 있는 모습과 같다. 디올의 인테리어 장식가이자 친구인 빅토르 그랑 피에르(Victor Grandpierre)는 지극히 ‘파리지앵’ 스타일인 화이트와 펄 그레이 거실, 작은 그림자가 지는 벽면 조명,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그의 소망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디올 부티크는 밝은 바탕에 꽃과 풍경이 그려진 벽이 있는 18세기 장신구 숍의 전통적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이곳에서 뉴 룩이 탄생했고 디올 하우스의 심벌이 탄생했다. 2009년S/S 시즌 컬렉션의 화려하게 수놓은 크림색 드레스는 1952년 크리스챤 디올이 제작한 ‘팔뮈르(Palmyre)’ 뷔스티에 드레스와 닮았다. 이러한 앞뒤로의 시간 여행은 비제 르 브륑(Vigee-Le Brun) 그림 속 퀸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리고 기념한다.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는 베르사유의 문화를 분석한결과 패니어가 달린 드레스를 태엽 시계 인형으로 재해석, 변형시켰다. 이 드레스는 18세기의 자동 장치와 뮤직박스에 대한 취향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리 앙투아네트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상징하는 자수 패턴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디자인의 디테일은 그녀가 프티 트리아농에서 입었던 투박한 코트에서 슈즈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리 앙투아네트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신과 금을 찬미하라
“이 시대의 날렵한 천재 디올의 이름에는 신(Dieu)과 금(Or) 이 들어 있다.” – 장 콕토(Jean Cocteau)
2004년 S/S 컬렉션에서 파라오 복장을 한 여성들은 푸슈킨미술관의 석관을 연상시켰다. 천상의 이름을 지닌 쟈도르 향수병은 금색과 빛의 화려함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이집트 컬렉션의 디자인은 가슴에서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코르셋으로 조여 있어서 1954년 크리스챤 디올의 H라인을 떠올리게 한다. 장 콕토는 자신의 친구 크리스챤 디올에 대해“이 시대의 날렵한 천재 디올의 이름에는 신(Dieu)과 금(Or)이 들어 있다”고 평했다. 디올의 2004년 S/S 컬렉션은 파라오 이집트와 고대의 신들을 찬미하는 것이었다. 이 왕들의 멋진 계곡 여행은 파라오 이집트와 1954년 크리스챤 디올의 H라인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황금빛, 청록색과 금빛 모자이크가 어우러진 이 컬렉션은 오트 쿠튀르와 아틀리에의 놀라운 전문성에 경의를 나타낸다. 바닥은 금빛 쟈도르 향수 병으로 뒤덮여 있다. 프랑스 아티스트 카더 아티아(Kader Attia)의 움직이는 램프는‘빅 뱅’이라고 불리며 이(異)종교 간의 대화를 반영한다. 금빛 별과 초승달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며 서로의 주위를 회전한다. 푸슈킨미술관의 영구 컬렉션인 이집트 석관은 이 원형 홀의 실내장식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준다.


푸슈킨미술관과 디올
이번 디올의 영감(靈感)전은 디올 하우스의 세계를 일곱 가지 측면 을 통해 바라본다. 이번 회고전은 1947년부터 2011년까지를 다루며, 디올의 독특한 전통뿐 아니라 그 강렬한 모던함(디올 하우스는 미래를 바라보는 패션하우스이다)을 완벽히 보여준다.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푸슈킨미술관은 가장 큰 유럽 미술 박물관 중 하나이다. 푸슈킨미술관은 1898년에서 1912년 사이에 구세주 사원 맞은편에 건축되었다. 이 미술관은 1백만 점이 넘는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무슈 디올이 선호하는 건축양식이자 몽테뉴 거리 30번지(파리의 디올하우스) 장식에 영감을 주기도 한 푸슈킨미술관의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은 이번 전시에서 충분히 강조되었다. 많은 예술 작품, 특히 고대 이집트 작품의 상당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푸슈킨미술관에서 특별 대관한 것이다. 그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예술 작품들과 그 영감이 반영된 디올의 드레스들이 전시된 이 특별 회고전은 푸슈킨미술관이 간직한 장엄함과 어울려 더욱 빛을 발한다. 뉴 룩 & 뉴뉴 룩, 선과 몸, 시간의 춤, 세계의 디올(러시아, 라틴아메리카, 극동, 오리엔탈리즘), 디올 향수의 마법, 아틀리에와 오트 쿠튀르 예술, 디올을 입은 셀러브리티들 등 디올의 패션에 대한 열정을 형상화해놓은 다 양한 테마의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전시되고 있다. 전시 일정은2011년 4월 28일부터 7월 24일까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