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Class Vod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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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 2013

에디터 고성연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짝 타오르다가 소멸하는 불꽃이 아니라 은근히 산불처럼 번져나가는 성장세가 놀라운 보드카 시장. ‘불황의 무풍지대’인 보드카의 세계에서 증류주 애호가라면 눈독을 들일 만한 ‘강력한 녀석’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시리도록 투명한 색을 품은 깨끗한 시베리아 청정수와 명품 보리로 빚어낸 고혹적인 맛의 프리미엄 보드카 벨루가(Beluga). 여느 보드카와 달리 오크 통 숙성을 거쳐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맛의 격이 다르다는 이 ‘특급주’가 많은 애주가들의 설렘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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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물!’ 과학, 철학과 시학(詩學) 등을 두루 섭렵했던 20세기 프랑스의 지성으로 ‘몽상의 달인’이라 불리는 가스통 바슐라르는 술에 대해 이 같은 절묘한 별칭을 선사했다. 이러한 술의 이중적 성격은 동양의 사주 명리학에서는 ‘술은 액체이므로 기본적으로 물이지만 체내로 들어가면 불이 된다’는 해석으로 다뤄지기도 했다. 물과 불의 성질을 동시에 지닌 술, 그중에서도 ‘작은 불꽃처럼 순수하게 타오르는 맑은 물’ 같은 증류주를 갈망한다면 과연 보드카(vodka)처럼 잘 어울리는 대상이 있을까? 슬라브어로 물이라는 의미의 ‘보다(voda)’에 작은 것을 뜻하는 접미사 ‘카’가 더해진 단어인 만큼 보드카는 그 어원에서 이미 ‘불의 물’과 같은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독하면서도 청순한 매력을 톡톡히 인정받으면서,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온 성장세가 심상찮은 보드카 시장에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프리미엄 제품이 등장했다. 이미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주변 지인이 모스크바 출장을 다녀올라 치면, 모셔오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품목’이라는 러시아산 명품 벨루가(Beluga). 한 모금만 들이켜도 가슴 한편이 타 들어가는 듯한 보드카 특유의 근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목 넘김은 상당히 부드럽고, 입안에 감도는 맛과 향취는 극도로 섬세한, 우아함과 강렬함의 품격 있는 하모니를 내세우는 ‘물건’이다. 지하 330m에서 끌어올린 시베리아의 청정수와 광활한 평원에서 엄선한 질 좋은 보리를 재료의 근간으로 삼는다는 이 제품은 다른 보드카와 달리 오크 통 숙성 과정까지 거친 ‘장인 정신의 산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흑해와 카스피해산(産)) 캐비아를 뜻하는 ‘벨루가’라는 단어를 브랜드명으로 자신 있게 채택할 만큼 ‘슈퍼 프리미엄’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흔히 보드카에 따라다니는 ‘믹솔로지(mixology)의 미학’에 부합될 자격은 차고 넘치도록 충분하지만 ‘그 진가를 알려면 일단 스트레이트 잔으로 즐겨보라’고 고집하는 벨루가의 팬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자긍심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짭짤한 올리브 한 알을 곁들여 보드카 토닉으로 마시거나 말이다.
은은하면서도 세련되고 독특한 이 보드카의 남다른 오라는 남성용 정장으로 치자면 ‘커팅이 예술’이지만 고답적이거나 얄팍하지 않은, 현대적인 중용의 미덕을 갖춘 말끔한 최고급 맞춤 수트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프리미엄 멘즈 슈즈 멀티숍 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는 구두로 비유하자면 벨루가는 스페인 브랜드 카르미나(Carmina)와 닮았다고 했다. 적당히 날렵하면서 품위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 2월 20일 벨루가 공식 론칭 파티가 열린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유니페어 매장에 ‘브랜드 앰배서더’로 모습을 드러낸 배우 이범수는 “40도 같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고, 깔끔하다”면서 “남성적인 맵시가 마음에 든다”고 평했다. “벨루가는 단순한 보드카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Attitude to Life)”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이 청신하게 매혹적인 러시아산 명품 증류주가 ‘불꽃처럼 타는 물’의 새로운 문화를 빚어낼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 시장에 선보인 벨루가 브랜드의 제품은 노블(11만원)과 골드 라인(45만원)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30일, 후자는 90일의 숙성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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