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nd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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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 2012

글 이소영,의 저자 사진 청담아트센터, 서울대학교미술관MoA,아트링크

패션’이 미술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 하우스의 제품들이 미술가들에게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가들 역시 패션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일까? 이제는 미술가뿐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가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다.

패션 하우스와 미술 작품의 만남은 왜 필수 불가결한 트렌드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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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패션 브랜드 샤넬을 모티브로 한 김준 작가의 작품.

2 김지혜 10 작가의 ‘책거리 그림_Luxury(Still) Life’ 시리즈. 루이 비통 로고와 백이 그려져 있다.

3 살바토레 페라가모 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정현목 작가의 정물 사진 ‘Scene 00204005- Still of Sn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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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연석을 연마해서 채색한 양문기작가의 조형물 ‘Luxury Stone 1204’.

5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도트 프린트 작품이 반영된 루이 비통의 가방과 선글라스.

6 쇼핑백 작가로 유명한 독일 미술가 티츠(Thitz)의 전시가 얼마 전 청담아트센터에서 열렸다.

7, 9 김지민 작가의 조형물은 멀리서 보면 레진으로 만든 가족의 모습이지만, 얼굴을 이루고 있는 렌즈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인형, 자동차, 화장품 등이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8 청담아트센터의 장승현 디렉터가 주목하고 있는 신진 작가 함보경의 작품 ‘기다림’.

10 정윤희 작가는 패션 매거진 <보그>의 표지를 실로 자수해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만든다.

브랜드에서 영감을 얻다.
미술 딜러들은 잇 백(it bag)을 사는 것보다 그림을 사는 것이 더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조사 결과 실제 그들의 말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미술가들이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백과 구두를 작품 소재로 삼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가들의 작품에서 샤넬, 페라가모, 루이 비통의 백이 발견되는 일이 많아 흥미롭다. 미술가에게 패션 하우스의 제품은 어떤 의미이길래 작품에까지 응용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트링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미술가 김준은 작품 제목에서부터 아예 패션 하우스와 럭셔리 브랜드 이름을 차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럭셔리브랜드의 로고도 자주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시리즈마다 다르다. ‘드렁큰(Drunken)’ 시리즈는 샤토 무통 로칠드, 로마네 콩티, 돔 페리뇽 등 고가의 와인 로고를 사용해 특유의 문신(tattoo) 연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드렁큰-무통 로칠드(Drunken-mouton Rothschild)’ , ‘드렁큰-로마네 콩티(Drunken-romanee Conti)’ 등의 작품에서 사랑에 취하고, 종교에 취하고, 브랜드와 술에 취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노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마음에 담긴 문신을 추적하는 김준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로얄 코펜하겐 등 명품 도자기 브랜드 제품의 파편으로 인체를 표현한 ‘프레질(Fragile)’ 시리즈는 깨지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페라가모, 몽블랑, 샤넬, 까르띠에 등 국내외 유명 제품의 로고는 그의 작품 소재가 되어 브랜드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전통 회화와 현대 정물의 만남
김지혜 작가의 ‘책거리 그림_Luxury (Still) Life’ 시리즈는 한국의 전통 민화 ‘책가도’에 현대인의 소비생활 패턴을 드러내는 로고와 소품을 반영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책가도의 형태에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는 에르메스 버킨 백과 루이 비통 빠삐용 백이 그려져 있다. “책과 꽃을 중심으로 한 시대의 사물을 그리는 것은 동서양의 정물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사물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동서양 사상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지요.” 김지혜 작가는 전통 문양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의 로고를 채워 넣었다. 21세기를 상징하는 소비문화와 삶의 허무함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쇼핑백에 사랑을 싣고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을 벗어나 소비사회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작가들도 있다. 얼 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독일 미술가 티츠(Thitz)는 세계 도시의 쇼핑백을 수집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85년 관람객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위해 종이 쇼핑백 을 활용한 작품을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그는, 방문한 도시에서 수집한 쇼핑백 위에 그 도시 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리를 그린다. 작가는 쇼핑백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들 은 쇼윈도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선사하는 잠깐 동안의 감동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러 다 보니 서울을 주제로 한 쇼핑백 연작에는 현대백화점, 페라가모, 콴펜 등 도심을 물들이 는 인기 브랜드들이 등장한다. 스스로가 패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레드와 옐로 컬 러의 구두를 한 짝씩 신고 다니는 작가 본인도 작품 속에 등장해 서울 거리를 누비고 다닌다. 티츠는 구두를 컬렉션하는 스타일리시한 미술가이며, 구두와 슈트리에 그림을 그려서 작품 을 만든 적도 있다. 장승현 디렉터는 상품을 포장하는 쇼핑백의 기능과 도시에서 건물들과 어우러진 사인이 사람들과 섞여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고, 그 도시의 색깔을 만들어 낸다고 평한다. 티츠가 쇼핑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찮은 쇼핑백이 사람의 마음 을 담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는 쇼핑백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 어 하는 것이다. 물건의 형태를 그려내는 것에서 견물생심(見物生心)의 마음을 노래하는 작 가도 있다. 미술가 최지영은 자신이 형성하고 싶은 물건들을 그린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그림 을 물감 푼 물에 넣었다가 뺀 것처럼 서정적인 색감의 세면대, 욕조, 샹들리에, 의자 등이 아 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욕조와 쿠션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단지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테리어 제품을 가지 고 싶은데 모두 가지기는 어려우니 그림으로 그 마음을 지워내는 것입니다.” 예술의 세계에 서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최고의 미덕이다.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부 르짖던 앤디 워홀이 결국 최고의 미술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바로 그 솔직함 때문이었으리 라. 아예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 홍익대 홍문관 현대미술관에서는 <카스텔바작 아카이브> 전시가 열렸고, 파리 장식미술관에서는 <루이 비통과 마크 제이콥스>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팝 가수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가 좋아하 는 디자이너로 알려진 프랑스 디자이너 카스텔바작의 의상은 대중 스타의 후광을 등에 업어 말 그대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어떤 미술가보다 파워가 강한 그의 작품이 미술관으로 직 행한 것은 당연히 일이었다.


<루이 비통과 마크 제이콥스>는 19세기 패션 산업을 리드한 루이 비통의 창시자, 루이 비통 과 그의 뒤를 이어 21세기를 이끌고 있는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다. 루이 비통으로 말하자면 일본의 유명한 미술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백에 그려 넣고, 최근엔 물방울무늬로 유명한 구사마 야요이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시도 한 혁신적인 브랜드가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술과 패션의 결합이 아닐 수 없다. 아 름다움을 탐닉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패션만큼 예술의 의미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다. “패션은 드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 과 삶,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샤넬의 창시자, 가브 리엘 코코 샤넬 여사는 이미 패션이 미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미술과 패션의 상관관계에 대해 탐구하다 보니 다시금 원론적인 궁금증으로 돌아오게 된다. 왜 우리는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가? 왜 우리는 잇 백을 소유하며 행복 감을 느끼는가?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이 아름다움의 레종 데트르(raison d’etre, 존재 이 유)라면, 바로 이것이 패션과 미술의 공통점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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