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irs ar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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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6, 2023

글 고성연

키아프 서울(Kiaf SEOUL) X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3


무더위가 미처 가시기도 전, 8월 한 달 내내 초가을 ‘아트 시즌’을 겨냥한 소식이 쏟아졌다. 마치 문화 예술 콘텐츠의 향연으로 숨통을 시원스레 틔우게 할 작정이라도 한 듯 갖가지 전시와 행사 소식이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양상은 자연스레 글로벌 아트 페어 브랜드 프리즈(Frieze)의 입성으로 떠들썩했던 지난해 가을을 떠올리게 한다. 런던에서 출발한 프리즈의 아시아 시장 첫 진출지가 서울이 된 데다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아트 페어 키아프(Kiaf)와 공동 개최된다는 점에서도 단연 화제를 모았지만,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운 모양새 탓에 강한 갑론을박을 일으키기도 했던 초대형 행사.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올해 2회를 맞이해 보다 단단한 준비를 하고 나섰다는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은 9월 6일 VIP 프리뷰를 거쳐 9일까지, 그리고 키아프 서울 2023(Kiaf SEOUL 2023)은 하루 더 길게 9월 10일까지 코엑스(COEX)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기간을 전후로 현대미술은 물론 패션, 디자인, 미식 등 다양한 생태계를 아우르는 콘텐츠와 행사가 줄기차게 펼쳐지는 건 물론이다. 그저 허울만 좋은 현대미술의 장터가 아니라 ‘도시 축제’라 부를 만큼 양과 질 모두 빼어난 가을의 주인공으로 성장해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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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인기는 더 많은 아트 페어
작년 가을 인스타그램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화제어 프리즈(Frieze). 저마다의 기대치는 달랐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 위력은 강력했다. 해외의 메이저 아트 페어에서나 볼 수 있던 소위 ‘메가 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실력파 갤러리가 참여하니 프리뷰 데이부터 ‘오픈런’을 연출할 만큼 인파가 들끓었고, 다국적 만남이 이뤄지는 ‘아트 피플’을 위한 파티가 밤을 수놓았으며,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다채로운 콘텐츠가 줄지어 등장했다. 또 그간 국내 아트 페어에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명품 브랜드들도 질세라 행사를 벌이며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미술계 안팎에서 “아트 페어가 대체 뭐길래?”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법했다. 사실 아트 페어는 대형 전시장에 상업 화랑이 부스를 차리고 저마다의 ‘상품(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마켓 플레이스다. 그래서 흔히 ‘미술 장터’라고 불린다. 그런데 아트 바젤이나 프리즈 같은 글로벌 페어의 경우, 그 장터가 열리는 도시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 만큼 브랜드 파워나 확장 효과가 엄청나다. 프리즈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첫 회였던 만큼 호기심이 만발했고, 야심 차게 공동 개최를 단행했던 키아프(Kiaf)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묻혀, 당연히 여기저기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프리즈 서울 역시 미술판의 수준을 높였다는 인정과 별도로 ‘달콤한 매출’만 즐겼을 뿐 프로그램의 다양성에 투자하지 않아 주최지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누구를 위한 축제였을까?’라는 문장으로 압축할 만하다.
9월 둘째 주를 꽉 채운 ‘아트 주간’, 몸집 줄이고 내실 키운 키아프
물론 첫 행보였던 만큼 속단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산업 생태계처럼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측면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물론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올해는 9월 둘째 주에 찾아온 키아프 서울 2023과 프리즈 서울 2023이 이끄는 서울의 아트 주간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키아프 서울은 몸집을 좀 줄이는 대신 ‘젊고 역동적인’ 페어로 거듭나고자 애썼다는 입장이다. 2백10개 갤러리(20여 개 국가)가 참가하는데, 해외 갤러리 비중이 35%로 다소 늘었고(지난해 30%) 작년처럼 전시장 두군데(코엑스와 SETEC)를 쓰지 않고 코엑스 A·B홀과 그랜드 볼룸을 포함한 1층 전체를 사용해 동선이 훨씬 더 편해졌다(kiaf.org). 참여 갤러리의 작가 중 20인을 선정해 지원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섹션은 한국 현대미술을 적극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이배(조현화랑), 박서보(박여숙화랑), 윤형근(BHAK) , 서승원(PKM 갤러리), 장승택(학고재), 이건용(리안갤러리), 이숙자(선화랑) 등의 작가를 내세웠다. 이 중 3인의 작가는 키아프 조직위원장이 수여하는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가제)’를 받게 된다. 젊은 작가와 갤러리를 지원하는 ‘키아프 플러스’ 섹션도 지난해에 이어 마련되며, 결이 다른 특별전도 열린다. 뉴 미디어 아트 전시 <Gray Box Area: 사건으로서의 공간>, 그리고 전통 한국화의 우수함을 일깨우는 박생광, 박래현 특별전 <그대로의 색깔 고향>이다. 코엑스 전시장 밖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을 무대로 해 외부 손님에 인사를 건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는 <We Connect, Art & Future>전이 개최된다(8월 28일~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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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더 다채로워진 프리즈 서울의 행보
프리즈 서울은 지난해보다 살짝 많은 1백20개 갤러리가 한자리에 모이는데(코엑스 3층 C·D홀). 아시아와 한국에 기반을 둔 갤러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페어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 큐브, 페로탕, 리만머핀, 페이스 등 쟁쟁한 글로벌 갤러리가 대다수 포함되어 있다.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 패트릭 리(Patrick Lee)는 페어를 찾는 방문객들이 갤러리와 소통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규모에 만족한다고 밝혔는데, 다만 올해에는 복잡하다고 지적됐던 ‘동선 관리’에 좀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예술 작품을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와 아시아 기반 젊은 갤러리의 솔로 부스를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가 특별 섹션으로 함께한다. 메인 섹션이든 특별 세션이든 한 갤러리에서 한 작가만을 선보이는 ‘솔로 부스’의 구성도 눈에 띈다. 이를 테면 메리 웨더포드(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 우디 드 오셀로(제시카 실버만 갤러리), 저우위정(키앙 말링게), 김지혜(프랑수아 게발리), 이성자(갤러리현대) 등을 꼽을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www.frieze.com)에 프리즈 서울 참가 갤러리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프리즈 뷰잉룸’이 마련되어 있다. 올해는 신진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프리즈 런던에 이어 서울에서도 ‘아티스트 어워드’를 신설했는데(명품 브랜드 불가리의 후원으로 수상 작가는 소정의 상금과 작품 전시 기회를 누린다), 첫 수상자로 우한나 작가가 선정됐다(이번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 작품도 선보인다).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우한나에 대해 심사단은 “여성성에 대한 세심한 고민과 통념을 깨는 조각의 세계를 선보이는 작가의 매혹적인 패브릭 설치 작품을 지지한다”라고 평했다. 프리즈는 불가리 말고도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인 LG OLED와 글로벌 리드 파트너 도이치뱅크를 비롯해 다채로운 국내외 파트너십을 두고 있다.
프리즈의 파트너십 구도를 보면 확실히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는 마케팅 감각이 엿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저명한 미술관 게티(Getty)와의 파트너십도 얼마 전 새롭게 발표했는데, 프리즈 서울 2023을 시작으로 2024년 9월 개최될 예정인 게티의 프로젝트 PST ART까지 이어지는 협업 프로그램이다. 프리즈는 PST ART 2024 에디션을 앞두고 ‘예술과 과학의 충돌’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도시를 넘나드는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비주얼 리서치 밴드인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가 첫 주자. 그런데 아직 페어의 면면을 살펴보기 전인 이 시점에도 프리즈와 키아프의 협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첫 회처럼 공동 티켓(프리뷰 티켓 25만원, 일반 입장 8만원) 시스템을 이어가는 데 더해, 올해는 키아프, 프리즈, 예술경영지원센터(KAMS)가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도에 그친다. 진짜배기 협업의 정수는 아마도 서울의 주요 갤러리와 미술관이 모여 있는 몇몇 거점에서 펼쳐지는 장외 프로그램에서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갤러리들이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한남 나잇(5일), 청담 나잇(6일), 삼청 나잇(7일) 같은 행사들을 비롯해 팝업 전시들이 넘쳐나고 아트 페어 기간을 전후로 서울아트위크, G컬처 페스타 등 서울시와 강남구의 문화 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아트 축제가 ‘예술적 동행’을 시도하고 있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렇듯 ‘도시 축제’라는 이상을 향한 다면적 행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다채롭게 뻗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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