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in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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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 2022

글 고성연

저명한 미술비평가 존 버거는 사진이 ‘진실의 몫’을 담고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그 진실이란 사진에 실재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이나 거기에 부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뭔가를 밝혀주는 법인데, 이런 진실의 몫이 지닌 성격과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한 다채로운 예술의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줄지어 열리고 있다. 사진계 거장의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사울 레이터, 어윈 올라프 등의 전시가 요즘 큰 인기와 관심을 누렸는데, 저마다 다른 결로 올 상반기를 수놓고 있는 또 다른 전시 콘텐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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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Big West)>_롯데뮤지엄

작가의 배경을 잘 모르더라도 알렉스 프레거(Alex Prager)의 작품을 보면 다분히 미국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특히 화려한 색감과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몸짓, 섬세한 표정, 인상적인 시선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장면을 보는 듯한데, 일상의 풍경이 등장할 때조차 익숙한 듯 낯선 긴장감과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묘한 신비감이 서려 있다. 실제로 작가는 할리우드 영화의 본산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는데, 2001년 미국적인 사진 미학의 대가로 꼽히는 윌리엄 이글스턴의 전시를 접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은 나머지 ‘독학’으로 사진 작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세세한 연출이 뒷받침된 ‘서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친근하면서도 신비한 미장센의 사진 연작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주목받은 그녀는 2010년 단편영화 <절망(Despair)>을 내놓으며 영화 작업의 포문을 연다. 이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 작업을 보고는 배후의 ‘스토리 전개’를 묻는 팬들이 워낙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장르의 확장이었다. 또 브래드 피트와 게리 올드먼이 출연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의 제작을 맡아 2012년 에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알렉스 프레거를 국내에 소개하는 첫 대규모 전시인 롯데뮤지엄 개인전은 작가의 초기작부터 초현실주의 스타일이 녹아든 시리즈, 그리고 주요 영상 작업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명 <알렉스 프레거, 빅 웨스트(Big West)>  전시 기간 2022년 6월 6일까지  홈페이지 www.lotte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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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_아트스페이스광교

알렉스 프레거의 사진과 영상 작품이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면, 지난 2월 말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시작된 <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展은 아예 세트 형식으로 구성된 ‘판’을 벌였다. 사진과 조각, 공간이 만난 9개의 세트가 하나의 커다란 촬영 세트장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전시다. ‘사진 조각’이라는 자신만의 작업 방식으로 잘 알려진 권오상 작가와 미술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공간 연출로 부각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OURLABOUR)의 협업으로 빚어진 터라 ‘우리의 세트(Our Set)’라는 표현을 전시 제목으로 붙였다. 미술계에서 통상적으로 공간 연출은 커튼 뒤에서 박수를 받는 경향이 짙은데, 이처럼 아워레이보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전면에 내세워 권오상의 작업과 공간이 만나는 전시장 자체를 또 다른 예술 작품처럼 선보인 시도가 돋보인다. 아워레이보는 다양한 창작자가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으로 리움미술관의 재개관을 장식한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년 전시(문경원 & 전준호 작가) 등을 맡으며 활약하고 있다. 이번 협업전에서는 사진을 콜라주 기법으로 이어 붙여 만든 가벼운 조각 작업인 ‘데오도란트 타입’ 시리즈로 두각을 나타낸 이래 꾸준히 확장을 꾀하고 있는 권오상 작가의 작품 35점이 9개의 세트에 나눠 선보이는데, 각각의 세트마다 아워레이보의 공간 연출이 더해졌다. 예컨대 권 작가의 대표적인 데오도란트 작품들이 아워레이보의 눈길을 잡아끄는 조명 연출과 만나 마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식이다. 무료 관람.
전시명 <아워세트: 아워레이보 X 권오상>  전시 기간 2022년 5월 22일까지  홈페이지 http://suma.suw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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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_그라운드시소 성수

요즘 들어 사진전이 우리나라의 전시 풍경에서 부쩍 더 눈에 띄는 듯한 현상에 대해 누군가는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리지 않아서가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각적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는 얘기다. 오감으로 만끽하는 여행의 미학을 결코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자유로웠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고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진행 중인 사진전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는 바로 우리의 ‘여행 감성’을 한껏 돋우는 전시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Accidentallty Wes Anderson, AWA)’은 미국 브루클린에서 윌리와 아만다 코발 부부가 여행 계획을 짜면서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이자 거기에서 확장된 일종의 프로젝트 명칭인데, 이들이 독특한 영상 미학과 스토리텔링으로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포착해 동명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시작된다. 자신들이 찍은 사진만이 아니라 전 세계 팔로어로부터 제보받은 이미지들을 피드에 올리며 ‘모험가’라고 칭하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게 된 것. 이번 전시는 동화 같은 파스텔 색조, 현실에 있지만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장소, 위트 어린 순간의 포착 등 ‘웨스 앤더슨’ 하면 떠오르는 감성을 지닌 이미지 3백여 점을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10가지 키워드로 펼쳐놓았는데, 그야말로 ‘세계는 넓고 가볼 데는 많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전시명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디에 있든, 영감은 당신 눈앞에 있다> 전시 기간 2022년 6월 6일까지  홈페이지 groundsees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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