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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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3, 2014

에디터 고성연

‘세기의 수도’로 칭송받던 근대 도시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회 <오르세 미술관展-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프랑스에 바탕을 둔 브랜드답게 그동안 꾸준히 펼쳐온 컬처 마케팅 차원에서 이 전시회를 후원하면서, 대가들의 명작을 깔끔하게 담아낸 스카프와 백으로 구성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작품 ‘오르세 라인’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듯이, 브랜드의 노하우가 녹아든 소품을 명작의 정수를 그대로 간직한 ‘그릇’으로 간결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컬래버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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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의 격을 한층 높이는 무기로 요즘 널리 선호하는 ‘아트(art)’. 비눗갑 위에 명화를 프린트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 제품을 고급스럽게 느꼈다는 마케팅 실험 결과가 있을 정도로 ‘예술의 오라’는 강력하다. 그리하여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너도나도 도입하는 현실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 건 꽤 만만찮은 과제다. 아트 컬래버레이션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협력 대상인 아트나 아티스트의 본질을 부각시키는 ‘상생의 미학’이 제대로 빛을 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이런 점에서 상당히 심지 있게, 일관성이 엿보이는 컬처 브랜딩을 꾀해왔다. ‘이지적 우아함’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맥을 같이하도록 음악, 영화, 전시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꾸준한 문화 마케팅을 펼쳐온 것이다. 특히 프랑스에 뿌리를 둔 브랜드답게 2008년 퐁피두 특별전 을 후원하며 당시 전시 작품을 활용한 한정판 핸드백을 내놓고, 2012년에는 사진작가 김중만이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오마주 작품으로 직접 디자인한 감각적인 가방과 스카프를 선보이는 등 전략적 방향성이 담긴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올해 루이까또즈의 창의성에 바탕이 되는 것은 한국인들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인상파’와 그 뒤를 잇는 유명 화가들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의 실제 전시(www.orsay2014.co.kr) 작품을 녹여낸 ‘오르세 라인(Orsay Line)’이 바로 그 결실이다. 먼저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뱀을 부리는 여인’, 앙리-에드몽 크로스(Henri-Edmond Cross)의 ‘요정들의 추방’을 담아낸 듀엣 백 2종. 2명의 ‘앙리’를 동원한 이 백들은 체로키 원단을 사용해 구김과 틀어짐을 보완하고 오염과 이염을 방지하는 데도 역점을 뒀다고.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으로 꼽히는 앙리 루소의 작품을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전시 공간의 마지막 방을 지키고 있는 이 그림은 창백한 달 아래 검은 여인을 조형물처럼 등장시킨 신비한 분위기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멈추게 한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상징주의 화가에 속하는 앙리 루소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는데, 파리에서 평생을 살았으면서도 동식물의 세계를 놀랍도록 대범하고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다. 두 번째 백은 또 다른 앙리의 작품인 ‘요정들의 추방’을 바탕으로 한다. 색채를 조화롭게 다루는 앙리-에드몽 크로스의 이 그림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이상향을 연상케 하는데, 스테판 말라르메가 쓴 장편 시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조르주 쇠라를 필두로 한 신인상주의 작가에 속하는 앙리-에드몽 크로스의 점묘 기법이 인상적이다.
오르세의 명화들을 프린트한 3종의 스카프도 회화적 예술성이 좀 더 부드럽게 잘 살아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선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을 스카프 버전으로도 선보였으며, 나머지 2종은 또 다른 상징주의 예술가 샤를 빅토르 기유(Charles Victor Guillioux)와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의 작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샤를 빅토르 기유의 작품 ‘석양’은 노란색, 녹색, 창백한 푸른색까지 섬세한 색의 변화와 함께 은백양나무로 추정되는 검은 식물 더미의 그림자와 구름 낀 하늘의 대조가 우아하면서도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파리의 유대계 상류층 자제를 담아낸 르누아르의 초상화 ‘어린 시절의 페르낭 알팡’은 흉상으로 표현한 소년의 새하얀 피부와 빨간색 배경, 그리고 남색 의상의 대비가 인상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오르세 라인 5종은 이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아트 숍은 물론이고 온라인 직영몰(www.louisclub.com), 지정된 루이까또즈 매장, 그리고 오는 8월 말에는 스카프 전시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19세기에 ‘세기의 수도’로 거듭날 만큼 확장한 파리가 20세기를 향해 가면서 겪은 다채로운 변화를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 세계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인 오르세 미술관전. 여기에 과도한 손길을 휘둘러 명작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고 브랜드의 주요 품목인 가방과 스카프라는 소품으로도 그 변화의 본질을 느껴볼 수 있도록 색다른 의미를 살짝 얹었다는 점에서 루이까또즈의 오르세 라인은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핵심을 간직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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