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fever in ha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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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 2021

글 고성연

요즘 아트 신은 워낙 활발하지만 서울 한남동의 존재감도 예사롭지 않다. 원래 패션, 미식 등의 콘텐츠로는 남부럽지 않은 동네였지만, 최근 들어 메이저 브랜드 갤러리는 물론 멋과 격을 지닌 각종 복합 문화 공간이 생겨나면서 또 하나의 ‘예술 특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마침 리움미술관도 다시 문을 열었기에 ‘순례 코스’로도 적합하다. 올해 문을 연 삼색 갤러리를 소개한다.




# 타데우스 로팍 서울, ‘게오르그 바젤리츠’로 문을 열다


런던, 파리 등 유럽을 주 무대로 예술 스펙트럼을 펼쳐온 타데우스 로팍이 아시아 지역 첫 지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 박주환 건축가의 설계로 여러 건축상을 수상한 포트힐 건물 2층에 자리 잡았다. 지척에 있는 갤러리 바톤을 비롯해 한남동 일대에는 가나아트, 박여숙화랑, P21, 알부스 갤러리 등 다수 갤러리가 터를 잡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갤러리스트 이름을 그대로 딴 화랑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1983년 처음 문을 열었다. 소속 작가 명단을 보면 쟁쟁하다. 도널드 저드, 요셉 보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미술사에 자취를 새긴 작가 재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길버트와 조지, 앤터니 곰리, 엘리자베스 페이턴 같은 동시대의 출중한 작가들과 일하고 있다. 한국 작가 이불과도 긴 인연을 이어왔다. 그저 ‘이름값’만 화려한 게 아니다. 작가들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데는 미술관 같은 기관과의 협업 전시와 출판 등 아카이브 작업 등에도 공을 들이며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그래서 작품을 파는 게 아니라 ‘right placement’를 한다는 게 신념이라고. 개관전 작가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지난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인전을 했던 게오르그 바젤리츠. 10월 20일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하는 83세의 노장인데,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12점의 회화와 12점의 드로잉 신작을 준비했다.


전시명

게오르그 바젤리츠, <가르니 호텔>展

전시 기간

2021년 11월 27일까지





# 페이스갤러리, 미술관 옆 글로벌 아트 파워



글로벌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페이스갤러리는 원래 작게나마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여름 ‘페이스’다운 규모와 외양을 지닌 새 전시 공간을 꾸려 선보였는데, 리움미술관에서 조금만 대로로 내려오면 마주치는 건물인 서울 한남동 르베이지 빌딩에 들어섰다. 이 건물의 두 층을 아우르는 약 800㎡에 펼쳐져 있는 갤러리 공간의 레노베이션은 조민석 대표가 이끄는 매스스터디스에서 맡았다. 우아한 야외 정원도 작품의 전시 무대가 된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은 원래도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여오긴 했지만, 새로 문을 연 이래 샘 길리엄, 조엘 사피로 등 세계적으로 무게감을 지닌 작가들의 전시를 예전보다 규모 있게 펼쳐내면서 한층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 대중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모빌 조각의 상징과도 같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미국 MoMA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등에서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금속과 철사로 제작한 모빌 등 칼더가 30년 동안 작업한 조각 작품의 일부를 서울에서 관람할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의 종이 작품 8점을 접할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대중에게는 덜 친숙할 수 있지만, 칼더의 작업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종이 작품 중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제작한 잉크와 과슈 작품은 칼더가 주로 말년에 사용했던 매개체라고 한다.


전시명

<칼더(Calder>展

전시 기간

2021년 11월 20일까지





#파운드리 서울, 작은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


아마도 서울 이태원(한남동)에서 가장 ‘힙하다’고 소문난 최근 매장은 ‘구찌 가옥’일 것이다. MZ 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국내 단독 매장을 냈는데, ‘가옥(gaok)’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지역적 요소를 가미한 이 매장은 한동안 줄 서서 입장하기 일쑤였던 ‘핫플’. 그런데 구찌 가옥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는 전시 전용 면적만 398㎡로 작은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갤러리도 자리하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파운드리 서울은 ‘블루칩’ 아티스트와 더불어 동시대 미술계가 주목하는 이머징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컨템퍼러리 아트 갤러리를 표방한다. 실제로 개관전으로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로 팝 문화와 이미지 문화를 흥미롭게 엮어내는 헤닝 스트라스부르거(Henning Strassburger) 전시를 열어 이목을 끌었고, 얼마 전에는 또 다른 ‘신성’으로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활약하는 이건 프란츠(Egan Franz)의 개인전 <Not Enough Words>를 시작했다. 직접 서울을 찾아 자신의 전시를 소개한 이건 프란츠는 1986년생의 젊은 작가지만 문학, 철학, 예술사 등에 대한 깊은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조각, 설치, 모노크롬 회화부터 최근 집중하고 있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색채의 추상 회화에 이르기까지 나름 폭넓은 스펙트럼의 예술적 여정이 돋보인다. 파운드리 서울 내에는 동시대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가들의 지원 플랫폼으로 ‘바이파운드리’라는 전시 공간도 두고 있는데,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 장명식의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명

이건 프란츠, <Not Enough Words>展 + 장명식 <Surreal Jelly>展

전시 기간

2021년 12월 1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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