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an Endless Creation

조회수: 2597



interview 02_ Bruno Pavlovsky

지난 3월 28일 샤넬과 퍼렐 윌리엄스가 협업해 완성한 캡슐 컬렉션을 공개하던 날 이른 오전부터 이 특별한 제품을 만나기 위해 새로 오픈한 플래그쉽 부티크를 찾은 고객들로 들썩인 건물 4층에서 패션 사업부를 이끄는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회장을 만나 샤넬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2
3
4
5
6
7
8

Style Chosun(이하 S) 한국 시장에서 샤넬이 다져온 독자적인 위치와 돈독한 관계를 생각해볼 때 플래그쉽 부티크를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들이 많다. 한국 진출 몇 년 만에 오픈한 단독 매장인가? 브랜드로서도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Bruno Pavlovsky(이하 B) 우선 플래그쉽 부티크를 오픈하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1991년 샤넬 코리아를 설립하고 1997년 갤러리아백화점에 첫 매장을 열었다. 처음에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국 고객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역동적인 결과를 낳았고, 그간 주요 행사도 많이 치렀지만 이제 브랜드가 지닌 최상의 것을 가장 잘 옮겨놓을 궁극적인 공간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 게 워낙 복잡한 프로젝트이다 보니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한국 고객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것은 샤넬이라는 브랜드의 경험, 즉 궁극의 럭셔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S 본 매체와 진행한 지난 인터뷰에서 샤넬 플래그쉽 부티크 청담은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답고 샤넬스러운 스토어가 될 거라 예견한 바 있다. 단독 매장에 대해 직접 소개를 부탁한다. 샤넬의 창의적인 DNA가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었는지 궁금하다. 다른 도시의 플래그쉽 부티크와 차별화된 점이나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B 여느 샤넬 부티크와 ‘다르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고, 특별한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고 싶다. 피터 마리노가 이번 플래그쉽 부티크를 설계하고 작업하는 동안 생각한 것은 한국 고객에게 ‘최고의 샤넬’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감을 갖춘 공간이었다. 따라서 고객들이 뉴욕, 파리, 런던 플래그쉽 부티크에 가더라도 일관되게 느낄 수 있는 브랜드의 정수는 동일하게 반영했다. 다만 어느 곳을 가든 그 도시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뉴욕 매장은 좀 더 현대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파리 매장은 파리지엔의 아파트 같은 분위기를 살렸으며 이곳 서울 매장은 고풍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염두에 두었다. 우리는 플래그쉽 부티크의 각 층을 통해 한국 고객이 오늘날 샤넬의 실루엣과 스타일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갖길 바랐고, 층마다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나누지 않고 함께 디스플레이해 브랜드를 좀 더 통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부티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서비스를 강화했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깊은 관심을 기울여 한국 고객에게 최고를 제시하고자 했다.


S 이 순간을 함께했다면 좋았을 사람이 떠오른다. 패션계는 물론이고 샤넬에도 큰 상실이자 슬픔이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샤넬의 모든 것을 칼 라거펠트에게 배웠다고 언급한 것을 보고 그가 당신에게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의 의미일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칼 라거펠트를 추억하며 당신에게, 그리고 브랜드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B 누군가와 30년간 함께 일을 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는 절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었다. 우리는 잘 통했고, 개인적으로 그에게 많이 배웠다. 그의 비전, 그리고 항상 최고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미래를 창조해내는 그의 능력 등을 배웠다. 칼에게 배운 또 다른 교훈은 거듭해서 성공적인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끝이란 없다. 매번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할 때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한다. 이전 컬렉션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늘 다음번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니까. 매번 다음을 예측하며 새로워져야 하고, 때로는 20년 후를 내다봐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고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와 동시에 성공해야만 했다. 1년에 총 10개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샤넬의 레디투웨어와 쿠튀르 컬렉션을 통해 늘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칼은 강렬한 컬렉션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임팩트를 세상 모든 곳에 전파하기 위해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다. 우리가 칼에게 배운 것은 컬렉션이라는 스토리의 시작이 강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강렬한 임팩트가 온 세계에 전달되도록 잘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쇼가 좋았다고 해서 어느 부티크에서나 똑같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쇼의 에너지를 부티크까지 고스란히 옮겨놓도록 훈련받았다. 그것이 브랜드의 성공이며, 칼은 그 성공이 어디에서나 적용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바꿔놓은 사람이다.


S 샤넬은 곧 칼 라거펠트이고, 칼 라거펠트는 샤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로를 수식하는 대명사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가 떠난 자리를 버지니 비아르가 훌륭하게 채워나갈 것이라 믿지만, 브랜드 입장에서 일종의 세대교체를 겪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리라고 생각한다 B 글쎄, 우선 칼은 칼이고 샤넬은 샤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샤넬의 창립자는 2명이다. 한편에 마드무아젤 샤넬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칼이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칼이 마드무아젤 샤넬을 바라보는 것을 지켜봤다. 지금 당장, 이것이 누구의 디자인이냐고 묻는다면 마드무아젤 샤넬인지 칼인지 정답을 맞히기 어려운 예가 실제로 아주 많다. 그저 다 샤넬일 뿐인 것이다. 그 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버지니 비아르와 함께 샤넬의 이야기, 즉 전설을 계속 써내려갈 것이다. 내게는 그 점이 중요하다. 칼은 펜디와 자신의 브랜드 칼 라거펠트, 사진 촬영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특히 샤넬에 대한 공헌은 놀라웠고 특별했다. 하지만 이제 칼 없이도 재능 있는 디자이너 버지니 비아르와 함께 우리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물론 상황은 늘 변하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우리는 칼의 건강 상태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다음 행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을 가장 잘해낼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했을 때 칼 옆에서 30년 동안 함께 일해왔고, 매일 샤넬과 호흡했던 버지니를 떠올렸다. 물론 그녀가 칼은 아니기에 샤넬의 전설을 써 내려가는 와중에 세세한 부분에서 우리가 도와줄 일이 생길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나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다음 단계로 데려다줄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


S 그녀에게서 어떤 샤넬을 보기를 기대하는가? 샤넬에 입힐 그녀의 색이 궁금하다 B 버지니는 칼의 작업을 이어가며 여성스러운 터치를 더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자신만의 개성이 강하지만 동시에 브랜드에 녹아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샤넬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고, 나에게는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를 좋아하지 않고, 샤넬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브랜드를 위해 자기 자신을 녹아들게 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그리 많지 않다. 버지니의 경우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샤넬이라는 브랜드를 깊이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녀는 브랜드에 새로움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칼이 그랬던 것처럼. 특정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지만, 요즘 몇몇 유명 디자이너들이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디자인하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해도 되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샤넬은 그렇지 않다. 샤넬은 유구한 이야기와 다양한 가치, 미래를 향한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구현해줄 사람, 브랜드를 아끼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S 브랜드가 지닌 유산과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모든 브랜드가 해결해나가야 할 난제다. 대중은 이에 매우 정확히 반응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브랜드는 외면하고 만다. 신기하게도 샤넬은 거대한 역사와 규모에도 그 중간 지점에서 완벽한 균형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있는가? B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전념하는 부분은 창작(creation)이다. 매달 부티크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움을 제안해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의 DNA다. 샤넬은 제품을 생산한다. 마드무아젤 샤넬도, 칼도,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내놓고자 했다. 최고의 제품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강렬한 디자인이다. 칼, 그리고 지금은 버지니가 디자이너로서 그런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완성하려면 탄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한 노하우는 꾸준히 계승, 발전, 보전해야 한다. 마지막 포인트는 소재다. 최고의 소재를 써야 한다. 최고의 소재라 함은 최고의 품질과 내구성을 뜻한다. 제품은 이 모든 것의 합이며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준다. 샤넬은 창조에 모든 것을 바치는 브랜드인데, 컬렉션마다 최고의 제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고자 노력한다. 결국 우리의 충성스러운 패션 고객들, 즉 레디투웨어팬들이 실제로 브랜드에서 많은 제품을 구입하지는 못할지라도 매일 옷을 고를 때마다 샤넬을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1년에 열 번 선보이는 다양한 컬렉션의 결과물로 우리는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창조적이고 재미있어야 하며 그 모든 에너지는 부티크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샤넬에는 한 가지 모토가 있다. ‘원 부티크, 원 스토리’. 이 창조적인 에너지를 부티크 단계에서 발현하는 데 있어 모두가 책임자라는 뜻이다. 우리에겐 2백 개의 부티크가 있고, 오늘도 고객을 매혹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2백 명의 부티크 매니저가 존재한다. 그들을 매일 고민하게 만드는 이 영원한 숙제가 차이를 만들며, 그것이 곧 우리 브랜드의 비결이다.


S 오는 2020년 또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샤넬의 모든 공방을 한데 아우르는 전용 공간을 파리에 오픈한다는 소식 말이다. 오직 샤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시작된 일인지 소개해줄 수 있을까? B 아까 언급한 창작, 노하우, 소재와 관련한 프로젝트다. 모든 공방에 어떻게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할지, 혹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고민했다. 15년 전 이미 한 곳을 정해 전용 공간을 마련했는데, 당시 6,000m²의 면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해서 건물을 짓기로 결정했고, 파리에 25,000m² 규모의 건물을 마련하는 데만 2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우리가 열게 될 이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노하우가 만나 브랜드를 위해 유니크한 피스를 만드는 일이 이뤄지는 거다. 노하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위한 하나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더불어 요즘 많은 수의 젊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공방 분야에 뛰어 들고 있다고 들었다. 미래를 위한 더욱 의미 깊은 일이 될 것이다.


S 샤넬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B 나에게 샤넬은 창조다. 샤넬이 창조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우리 또한 트렌드와 미래의 영역에 발을 담그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일과 제품을 혁신, 즉 새로움과 통합시켜야 한다. 혁신이란 창조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따라서 매해 선보이는 수많은 컬렉션을 통해 고객들이 샤넬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테크닉을 통합하는 방식이며 창조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게 된다. 과거만 바라본다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많은 고객을 더 이상 매혹시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계속 고객의 흥미를 자극하려면 우리는 늘 미래를 바라보고,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에디터 이혜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