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Journey To Tri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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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 2018

에디터 배미진(트리베로 현지 취재)

<스타일 조선일보>는 남성복의 역사, 그리고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정신이 담겨 있는 고장 트리베로를 찾았다. 자연과 공장 풍경, 히스토리를 기록한 카사 제냐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전통 수공 기술을 총망라해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원재료, 패브릭, 그리고 의류 등  모든 영역에서 완벽한 퀄리티와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해온 비결과 오아시 제냐의 스토리까지, 트리베로라는 아름다운 고장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고향 트리베로,
세계 최고의 패브릭을 위한 라니피치오 제냐
밀라노에서 차로 2시간, 도시에서 꽤나 떨어진 이 알프스 북부의 산악 지대로 가는 길은 평범한 이탈리아 산길이지만,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근간이 된 트리베로(Trivero) 지역에 들어서면 모든 풍경이 최상의 패브릭을 위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스토리를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장소가 된다. 이탈리아 트리베로에 라니피치오 에르메네질도 제냐(Lanificio Ermenegildo Zegna, 제냐 울 공장)를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최고급 울 섬유는 물론, 비큐나, 알파카, 캐시미어, 모헤어, 실크 등 세계 각지에서 수급된 최상급 원재료는 이탈리아 비엘라 시를 둘러싼 해발 700m 산간 지방에 위치한 제냐의 팩토리, 라니피치오 제냐로 보낸다. 이 장소가 브랜드에 어떤 가치냐고 묻는다면, 브랜드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데, 패브릭을 만드는 가장 작은 단위인 울(wool)에서 최종 완성품인 의류까지 모든 과정을 브랜드 내에서 독자적으로 컨트롤하는 ‘수직 통합 체계’를 이루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주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세계 최고 퀄리티의 천연 섬유와 원료를 통해서만 품격 있는 원단과 최고급 의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비엘라 알프스 지역의 작은 마을인 트리베로에 1910년 방직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냐는 최고급 천연 섬유를 원산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원료 조달 방식을 고집해왔다. 예를 들어 울은 호주, 비큐나는 페루, 알파카는 몽골 등지에서 최상의 원료를 수급하고, 원재료 경매에서 여러 조건 중에서도 원단 섬도(fineness, 촘촘함), 품질, 섬유 강도 등을 만져보고 평가해 테스트를 거친 후 최고급 울을 구매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울을 구매하는 시장에서부터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명성이 높다. 경매 카탈로그에서 특정 울 원단을 ‘제냐 퀄리티’라고 묘사할 정도다. 원자재를 고르는 단계부터 원단을 전달하기까지, 모든 공정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사업 초기부터 장인 정신, 퀄리티, 그리고 혁신을 모토로 원산지에서 가장 훌륭한 원자재를 손수 선별했고, 울에서 실로, 실에서 원단으로, 원단에서 우아한 남성·여성 의류를 가공하는 영구불변의 직물 제조 공정을 보존해왔다. 이러한 점은 럭셔리 패브릭 마켓에서 제냐의 명성을 확고히 하는 토대가 되었고, 제냐가 지금까지 여타 럭셔리 브랜드에 여전히 남성복과 여성복 패브릭 상당량을 공급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패브릭의 생산과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라니피치오 제냐의 최대 고객이 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룹임에도, 유명 재단사와 원단 유통업체가 가장 선호하는 원단이 바로 제냐 원단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제냐가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울 원단을 워싱(washing), 코빙(combing), 방적(spinning), 염색(dying), 와핑(warping), 피니싱(finishing), 생산 완료하는 관리 공정은 엄격하고 중요한 한 가지 원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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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유산을 총망라한 카사 제냐
제냐 일가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인 트리베로에는 라니피치오 제냐 이외에도 카사 제냐(Casa Zegna)가 위치하는데, 이곳은 제냐가 산업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복지 사업과 관광·환경 사업을 통해 트리베로 지방의 발전과 환경보호에 힘써온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1백여 년 가까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제냐 가문에서는 창업자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기틀을 다진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유산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그의 아들 알도 제냐와 안젤로 제냐가 거주하던 공간인 카사 제냐(Casa Zegna, 제냐 하우스)를 박물관이자 문화 센터로 변모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에 대한 제냐의 철학과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한 제냐 재단에서 맡았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모든 문서 기록은 물론이고, 창업자의 산업 활동 경험을 후대에 전승하는 주요 수단인 귀중한 원단 샘플을 빠짐없이 보관해 제냐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창립자의 철학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트리베로의 제냐 하우스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방직 공장이 내려다보이는 1930년대식 건물로, 전시 공간과 기록 보관소로 이루어져 있다. 1층에 위치한 전시 공간은 원료 선택과 제품 생산부터 회사의 철학과 환경보호 및 사회 공헌 활동까지, 제냐 그룹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기둥과 벽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 보관소에는 섬유 직물에 관한 기록뿐 아니라 한 기업의 역사와 환경보호 활동 및 사회복지 사업에 관한 기록까지 모두 망라된 복합적인 기록 보관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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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냐의 근간을 이루는 그린 정신, 오아시 제냐(Oasi Zegna)
트리베로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더욱 멋진 스토리는, 제냐에서 추진하는 환경보호 프로젝트 이름인 오아시 제냐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탈리아의 북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트리베로 지방과 라 발레 델 체르보(La Valle del Cervo) 지방을 잇는 100km²가량의 지역을 일컫는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아시 제냐는 제냐 오아시스(oasis)라는 의미로, 산업 환경주의(industrial environmentalism), 즉 산업 발전이 환경에 기여한다는 이론과 환경보호 정신인 ‘그린 정신(green thought)’의 보존에 있어 유일한 예이며, 생태학자이자 제냐 기업의 창시자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기업 철학이기도 하다. 1930년대에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탈리아 북부 산간 트리베로 지방이 내려다보이는 황폐하기 그지없던 루벨로 산의 복구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50만 그루의 침엽수를 심었으며, 파노라미카 제냐(Panoramica Zegna)라고 명명된 26km 길이의 새로운 길을 닦았다. 환경에 대한 투자 외에도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근로자와 주민을 위해 트리베로 라니피치오 원단 공장 내에 ‘제냐 센터(Zegna Center)’를 설립하고 병원, 학교, 레저 시설 등을 세워 사회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제냐 가문의 새로운 세대들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이와 같은 ‘그린 정신’ 활동을 계승해 1993년부터 본격적인 ‘오아시 제냐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 프로젝트는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과 자연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가이드 투어를 실시한다. 오아시 제냐에서는 5~6월이 되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산책로’를 비롯해 테마가 다양한 27개의 등산로와 2개의 트레킹로를 이용할 수 있다. 트리베로 어느 곳에서든 그 지역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제냐는 혁신적인 ‘정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곳곳에서 세 종류의 정보 패널을 찾아볼 수 있다. 위치 표지판, 그리고 생태학적인 그림문자로 오아시 제냐에 서식하는 동식물, 그리고 광물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한 학술 안내판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그린 정신’을 전 세계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국제적인 환경 단체들과 협력해 환경문제에 있어 국제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라니피치오 제냐, 카사 제냐, 오아시 제냐가 담고 있는 트리베로의 스토리를 찬찬히 살펴보면 남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Made in Italy’의 자부심을 고스란히 담은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재킷과 수트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옷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냐의 패브릭 가장자리 양쪽 셀비지에 새겨진 ‘Ermenegildo Zegna ? Made in Italy’는 훌륭한 품질의 보증수표인 동시에 세계적인 재단사와 까다로운 고객이 제냐의 패브릭을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는 바로 이 트리베로의 정신이 담겨 있는 아주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 이탈리아 브랜드의 옷에 대한 진정성, 그리고 브랜드를 자신의 히스토리로 채워나가는 자부심이 모두 어우러진 특별한 스토리다. 원재료를 패브릭이라는 놀라운 결과물로 재창조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는 제냐의 본류, 트리베로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브랜드의 진정성과 노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 배미진(트리베로 현지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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