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irit of Mod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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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 2017

에디터 배미진

더욱 새로운 것, 극도의 모던함을 표현하기 위해 루이 비통이 교토의 깊은 산속 미호 미술관을 찾았다. 2018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은 마치 순간 이동을 한 듯 두 문화가 어우러진 반전 매력을 담았다. <스타일 조선일보>가 이 현장에서 하이패션이 펼치는 강렬한 드라마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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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미호 미술관, 2018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
일본, 교토, 1997년 I. M. 페이가 설계한 미호 박물관. 이 세 가지 요소에서 무엇을 연상할 수 있을까? 아티스트, 혹은 아주 일본적인 것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유니크하게도 이는 2018년 루이 비통의 크루즈 컬렉션이 개최된 새로운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는 “나는 몇 년 전 미호 박물관을 방문하고 건축과 자연의 조화라는 I. M. 페이의 철학에 매료되었다. 내게 익숙한 나라인 일본은 내가 20여 년 전 영감을 찾을 때 처음 여행한 장소 중 하나였고, 그 후 줄곧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 컬렉션은 일본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에게 준 영감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브랜드에서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때 핵심적 역할을 하는 크루즈 컬렉션의 장소로 미호 미술관을 선택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프랑스식 ‘삶의 예술(art de vivre)’을 모토로 하는 루이 비통 메종의 ‘순간 이동’ 콘셉트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고도시인 교토에서도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미호 미술관은 대자연의 경이와 이에 대한 존경이 조화를 이루는 극적인 장소다. 큰 변화 없이 이어지는 주변 풍경을 배경으로 이동하다가 미호 미술관 주변에 다다르자 마치 강원도처럼 산세 깊은 지형이 펼쳐졌다. 그리고 갑자기 극단적으로 미래적인 다리와 그래픽적인 원형 입구가 등장했다. 이렇듯 마치 꿈속에서나 본 듯 이채로운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거대한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현실적일 만큼 이색적인 곳을 찾아낸 주인공은 바로 루이 비통과 니콜라 제스키에르. 이러한 반전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 미호 박물관만큼이나 적합한 곳은 찾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 브랜드가 먼 이국 땅 일본에서 연중 가장 큰 행사인 크루즈 컬렉션을 개최한 것은 극적인 모더니티와 자연환경의 조화를 향한 탐구가 어우러진 미호 미술관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건축가 I. M. 페이는 히말라야 계곡에 숨겨진 지상낙원으로 알려진 샹그릴라를 모티브로 건물을 디자인했다. 일본 구석구석에 스며 있는 도시와 자연의 융합은 루이 비통에 있어 이번 컬렉션을 위한 출발점 역할을 했다. 2018 크루즈 컬렉션은 현대 문화와 고대 문명 사이, 미래주의와 고전적 아름다움 사이, 거대하고 활기찬 도시와 섬세한 풍경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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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렬한 모더니티를 위한 새로운 발견
이 극적인 요소를 담은 장소에서 펼쳐진 컬렉션은 익숙한 듯 신선했는데, 일본 사무라이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과 디테일이 특징인 의상, 일본의 판화와 수묵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프린트가 대거 등장했다. 도시적인 매력을 담은 팬츠와 튜닉, 저지와 가죽으로 만든 스웨터는 일본 무사의 갑옷을 연상시키며, 이브닝드레스는 노(能, 연극)를 공연하는 극장의 금빛 장식에서 차용한 디테일로 포인트를 더했다. 섬세하게 완성한 오비 벨트는 테이퍼드 팬츠의 기본 구조로 사용했고, 핸드백과 클러치는 가부키 가면으로 장식했다. 쁘띠뜨 말(Petite Malle)과 트위스트(Twist) 백에 더한 간사이 야마모토의 가부키 스티커, 알마(Alma) 가방과 새로운 디자인의 포셰트(Pochette)를 강렬하게 변화시킨 가부키 마스크는 보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를 단지 일본에 대한 가벼운 오마주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문화에 담긴 패션 요소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에 의해 새로운 관점으로 변주되고 해석되었다. 더욱더 모던한, 극도의 절제와 강렬한 인상을 유도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또 한 명의 주인공이 합류했는데, 파리에서 패션쇼를 열고 일본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간사이 야마모토다. 그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의상의 대부분을 디자인했을 정도로 뛰어난 창의력을 선보여 일본 패션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이번에 루이 비통 백과 액세서리를 위한 패턴과 아이콘,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리고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을 맡은 후 오래도록 뮤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의 배우 배두나 역시 중요 인물로 등장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쇼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마치 우주에서 떨어진 듯 퓨처리즘으로 가득한 무대에 배두나와 수많은 모델이 루이 비통의 2018년 비전을 담아 전진했고, 미호 미술관은 이 순간을 기록한 아주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이 예술적인 순간을 조우하고 싶다면, 루이 비통 홈페이지를 통해 짧게나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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