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항해, 새로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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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1, 2026

글 고성연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롯데콘서트홀


공연장의 10년을 돌아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회고에 치중하기보다 미래를 향한 비전을 내세웠다. 올해 10주년의 화두는 모든 장르와 시대, 취향을 연결하는 ‘통로’를 향한 항해다. 그 여정의 첫걸음에는 개관 10주년 프로젝트 ‘10 for 10’이 있다. 지난달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의 리사이틀로 상반기를 갈무리한 이 프로그램은 이제 조성진, 쿠렌치스, 아르헤리치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무대로 이어진다. 동시에 여름과 가을의 경계를 장식하는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과 오르간 시리즈 등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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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시대 클래식 연주자의 새로운 초상
무대 위 빼어난 연주자면서 관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콘텐츠 생산자이기도 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2백만 명이 넘는 팔로어와 활발한 온라인 활동으로 그에게는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가 먼저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전 롯데문화재단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묻어난 진지한 태도, 그리고 6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의 열정적인 무대는 그 인상을 적잖이 바꿔놓았다. 먼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32번으로 시작된 무대는 밝고 투명한 결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그는 1784년 초연된 이 작품에 대해 마감 직전까지 작품을 손보는 성향이 짙었던 모차르트가 황제(요제프 2세) 앞 연주를 앞두고도 직전까지 피아노 파트를 정서(淨書)하지 못했다는 유명한 일화를 들려주며 자신도 비슷한 성향이라고 농담처럼 덧붙였다. 그 너스레는 연주자와 청중의 거리를 좁히는 유쾌한 장치로 작동했다.

이어진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서는 결이 사뭇 달라졌다. 앞선 모차르트의 밝고 투명한 음색 대신 보다 짙고 응축된 표현이 두드러졌다. 레이 첸은 선율의 흐름을 길게 가져가며 작품 특유의 서정성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켰다. 바흐로 시작해 사라사테의 두 작품으로 이어진 2부 공연에서는 특유의 현란한 기교를 펼치며 리듬과 에너지의 불꽃을 쉴 새 없이 터뜨렸다. 음을 밀고 당기는 미세한 텐션의 조절은 관객이 어느 순간 숨을 참은 채 그의 활이 그리는 유려한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으로 치달은 신들린 듯한 후반부에서는 그 긴장이 극단까지 밀려 올라가며 폭포수 같은 박수를 끌어냈다. 세 차례 앙코르를 선사하며 마지막까지 팬 서비스에 충실한 레이 첸의 모습은, 오늘날 음악가에게 ‘진정성’은 점점 더 복합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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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조성진과 세계적 거장들
물론 오늘날 연주자의 초상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되는 법이다. 바로 이 차이를 한 공간에서 함께 체감하게 하는 것이 공연장의 가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2016년 문을 연 롯데콘서트홀은 새로운 10년을 향한 여정의 첫 걸음을 장르와 시대, 취향의 경계를 잇는 ‘항해(passage)’라는 키워드에 담았다. 그 상징적 프로젝트가 바로 ‘10 for 10’이다. 음악적 성취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함께 담은 이 프로젝트는 지난 1월 말 정명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임윤찬의 무대로 막을 올린 이래 여러 무대를 거쳤다.

올 하반기 ‘10 for 10’의 중심에는 조성진의 현재가 있다. 롯데콘서트홀이 2021년부터 운영해온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조성진은 7월 두 차례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입체적으로 펼친다. 2016년 개관 직후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을 이곳에서 열었던 만큼 롯데콘서트홀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7월 14일 열리는 체임버 콘서트에서는 세계 정상급 음악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브람스 실내악의 깊이를 탐구하는 무대를 꾸린다. 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가시모토 다이신을 비롯해 클라리넷 수석 벤젤 푹스,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 비올리스트 박경민,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등이 함께한다. 이어 7월 19일 리사이틀에서는 바흐, 쇤베르크, 슈만, 쇼팽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새 레퍼토리에 대한 음악적 탐색을 선보인다. 실내악과 독주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만나는 이 공연은 이번 시즌이 지향하는 ‘연결’의 의미를 보여준다.

하반기 라인업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만나는 무대로도 이어진다. 10월 22일에는 핀란드를 대표하는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시벨리우스 해석의 전통을 이어온 사라스테와 헬싱키 필하모닉의 만남은 북유럽 음악 특유의 색채를 만날 드문 기회다. 11월 17일과 18일에는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유토피아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쿠렌치스는 극단적 해석과 독창적 사운드로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반면 지나친 해석적 개입이라는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동시대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제성을 지닌 지휘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의 등장에서 개관 10주년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실험성과 확장성이 엿보인다. 이어 11월 21일과 22일에는 샤를 뒤투아, 마르타 아르헤리치, KBS교향악단이 함께하는 무대가 기다린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아르헤리치는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오랜 세월 음악적 동반자였던 지휘자 뒤투아와의 만남은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호흡을 직접 느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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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경계를 넓히는 항로
한편 ‘10 for 10’에는 롯데콘서트홀의 공간적,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무대도 포함된다. 10월 6일 열리는 ‘2026 오르간 시리즈 II. 올리비에 라트리 & 이신영 포핸즈’는 2명의 오르가니스트가 한 대의 악기에서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사운드를 통해 파이프오르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4월 캐머런 카펜터의 무대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롯데콘서트홀의 상징적 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을 중심으로 클래식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다.

경계를 넓히는 또 하나의 축은 여름의 마지막을 수놓을 프로그램 ‘클래식 레볼루션’이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시작한 이 축제는 초기에는 특정 작곡가를 중심으로 음악 세계를 탐구했다면, 2024년을 기점으로 주제와 연주자를 조명하는 축제로 방향을 바꾸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음악감독을 맡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이번에 제시한 주제는 ‘뿌리(origin)’다. 민속음악과 문화적 전통이 클래식 작품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음악 언어로 이어졌는지 살펴보는 이번 축제에는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특히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김선욱이 체임버 뮤직 콘서트에 참여하며, 카바코스와 키릴 게르스타인, 수원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하는 폐막 공연으로 축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여기에 젊은 음악가와 관객의 새로운 만남을 모색하는 ‘엘 콘서트’, 그리고 스토리텔링과 함께 파이프오르간을 탐구하는 ‘오르간 오딧세이’까지 더해진다. 롯데콘서트홀의 새로운 10년은 거장과 신예, 전통과 실험, 공연장과 관객을 잇는 폭넓은 항로 위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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