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웰니스·예술이 빚어내는 창조적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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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26

글 고성연(홍콩 현지 취재)

로즈우드 홍콩과 함께한 아트 바젤 홍콩(ABHK)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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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룡반도 침사추이는 늘 여행자들의 발길과 에너지가 자연스레 모이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명당 자리’라 불릴 만한 도크사이드, 빅토리아 하버의 장엄한 전경을 한눈에 담는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은 지난가을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위치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2025년 ‘The World’s 50 Best Hotels’에서 전 세계 1위 호텔로 선정되며 럭셔리 호텔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43층 높이(전체 65층)에서 도시와 하버를 내려다보며 다채로운 미식, 세련된 디자인, 섬세한 서비스를 누리는 공간. 특히 해마다 춘삼월을 축제로 물들이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아트 페어, 아트 바젤 홍콩(ABHK) 기간에 머무르면 호텔과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예술 축제의 생동감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다. 이는 곧 홍콩의 다층적 역동성을 즐기는 하나의 ‘예술적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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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흐리지만 여전히 곱게 물든 장밋빛 노을이 내려앉은 홍콩의 하늘 아래, 빅토리아 하버의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로즈우드 홍콩의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방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이 압도적인 전망은 다시 봐도 여전히 설렌다. 4백13개의 객실 중 대다수는 조금씩 각도를 달리한 하버 뷰를 품고 있어, 가슴이 확 트이는 개방감을 선사한다. 이 호쾌한 하버 뷰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마치 용맹한 항해를 앞둔 순간, 도시와 나누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그 전에 비행으로 지친 심신을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텔 전체를 ‘대저택’처럼 꾸민 디자이너 토니 치의 세심한 손길이 닿은 객실은 화사하면서도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특히 욕실이 백미다. 모든 객실에 한 쌍의 ‘더블 싱크’ 세면대가 나란히 있고, 우아한 욕조 위에는 나무 소재의 독서대가 놓여 있다. 91개 스위트가 자리한 상층부에 묵는다면, 40층에 자리한 매너 클럽(Manor Club) 라운지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자주 만실이 되는 성수기 아트 주간에는 번잡함을 피해 전망과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알찬 구성의 뷔페에 더해 주문형 단품 메뉴를 곁들인 조식, 부드러운 햇살 아래 즐기는 오후의 티 세트와 디저트, 그리고 저녁에는 괜찮은 한 끼가 될 만한 메뉴와 칵테일을 음미하며 도시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매너 클럽의 스태프는 감기에 걸린 필자에게 꿀 넣은 생강차를 타주었는데, 배려가 깃든 맞춤형 제안으로 개인화된 여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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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안에 있는 듯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신고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빅토리아 하버를 가로지르는 요트 체험은 해방감을 줄 뿐만 아니라,
VIP 프리뷰 기간에 컬렉터들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 행렬로 야기되는
교통 체증까지 피할 수 있는 실용적 이점도 선사한다”


“객실 안에 있는 듯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신고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빅토리아 하버를 가로지르는 요트 체험은
해방감을 줄 뿐만 아니라,
VIP 프리뷰 기간에 컬렉터들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 행렬로 야기되는
교통 체증까지 피할 수 있는 실용적 이점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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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안식처에서 담뿍 채우는 오감
호텔 곳곳에서 펼쳐지는 미식의 세계는 또 다른 감각의 풍경이다.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레거시 하우스(The Legacy House)에서는 광둥 요리 중에서도 ‘진짜배기’라 일컬어지는 순더(Shunde) 지역의 빼어난 미식 전통을 정제된 감성으로 맛볼 수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수준급 조리법과 절제된 양념, 계절별 메뉴 구성은 요리의 본질에 집중하는 철학을 보여준다. 차트(CHAAT)는 인도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로 유명한 또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인데, 향신료의 층위를 세심히 쌓아 입안에서 인도 요리의 풍부함을 세련된 방식으로 느껴볼 수 있다. 여기에 인기 바(bar) 다크사이드에서 라이브 음악과 칵테일을 즐기거나, 객실에서 프라이빗 다이닝을 경험하면, 미식은 여행의 기억 속 핵심 챕터가 된다.


미식과 더불어 아사야(Asaya) 웰니스는 오감으로 느끼는 또 다른 힐링 경험을 선사한다. 프라이빗 웰니스 로지에서의 고요한 리트리트, 빅토리아 하버를 배경으로 한 요가와 명상, 프랑스 브랜드 겔랑(Guerlain)과 협업해 만든 스파 트리트먼트는 감각적인 치유를 넘어 내면의 균형 회복을 돕는다. 부드러운 실크와 천연 옥을 활용해 피부와 근육을 달랜다든지, 몸 위에 한 획 한 획을 그리듯 섬세한 ‘브러시 터치’를 활용해 림프 순환을 자극하고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호텔 전용 프로그램으로 명성이 높다. 투숙객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개인화된 웰빙’ 프로그램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단순한 재충전을 넘어 스스로를 재정렬하는 사적인 의식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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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도시의 교감, ‘럭키 드래곤’
로즈우드 홍콩은 ABHK 파트너답게 주목할 만한 예술 작품을 곳곳에 배치했고, 그와 잘 호응하는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현지의 전통문화 요소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낸 디자인이 돋보인다. 곳곳에 숨은 장식처럼 등장하는 박쥐 모티브는 중국어 발음이 ‘복(福)’과 같아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며, 공간 전체의 구조와 장식 패턴에 반영된 팔괘(옥타곤, bagua) 모양 역시 숫자 ‘8’과 맞물려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올봄 호텔에서 만난 예술적 하이라이트는 로즈우드 홍콩과 네덜란드 아티스트 프랭키(Frankey)의 협업으로 탄생한 설치 작품, ‘럭키 드래곤(Lucky Dragon)’이다. 강력한 길상의 상징인 용과 홍콩에서 번영을 의미하는 숫자 ‘8’이자 작가에게는 여덟 살의 기억을 환기하는 상징에서 영감받아,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언뜻 유희적 조형처럼 보이지만 관람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이다. 작품 속 ‘리틀 프랭키’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순간, 거대한 용이 아이의 손 위로 떠오르며 생명을 얻는 듯 교감을 만들어낸다. 모국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그의 유쾌한 도시적 시선은 이렇듯 관람객과 하나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빅토리아 하버를 배경으로 홍콩에 헌정된 ‘살아 있는 캔버스’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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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와 완차이를 오가는 프라이빗 요트로 즐기는 ABHK
럭셔리 호텔이 즐비한 홍콩에서 미술 컬렉터들이 왜 굳이 구룡반도에 숙소를 두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ABHK의 주 전시장인 홍콩 컨벤션 센터(HKCEC)는 홍콩섬 완차이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로즈우드 홍콩에서 내놓은 명쾌한 해법이 있으니, 바로 ABHK 기간 동안 투숙객을 위해 꾸리는 프라이빗 요트 서비스다. 객실 안에 있는 듯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신고 샴페인을 홀짝거리며 빅토리아 하버를 가로지르는 요트 체험은 해방감을 줄 뿐만 아니라, VIP 프리뷰 기간에 컬렉터들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 행렬로 빈번히 야기되는 교통 체증까지 사뿐히 피할 수 있는 실용적 이점도 선사한다.


올해 ABHK 전시장에는 2백40여 개의 다국적 갤러리가 참가했고, 9만1천5백여 명이 방문했다. 대형 설치 작품 중심의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은 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엿보이는 우주론적 체계인 ‘오행’을 주제로 했는데, 작년에 작고한 강서경 작가의 다양한 조각 작품군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또 국제갤러리의 메인 부스에 위치한 ‘캐비닛’ 섹션에서도 강서경의 회화 작품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또 다른 풍경은 루이 비통과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협업 부스였다. 지난해 말 타계한 프랭크 게리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구겐하임 빌바오를 비롯해 수많은 건축 유산을 남겼는데, 루이 비통과도 20년 넘는 파트너십을 통해 파리의 재단 미술관을 비롯해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이번 부스에서는 그의 대표 건축 작업을 시작으로 루이 비통 × 프랭크 게리 핸드백 컬렉션, 향수 보틀, 타임피스 등의 작업을 8개 챕터로 나눠 조명했다.


물론 아트 주간에 컨벤션 센터에만 머무는 관람객은 드물다. 도시 전역이 확장된 예술 문화 플랫폼으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홍콩은 아시아 경매 40주년을 맞아 게르하르트 리히터, 산유, 발터 슈피스 등의 작품 목록으로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았고, 그에 화답하듯 경매 신기록이 쏟아졌다. 하우저앤워스, 화이트 큐브, 데이비드 즈워너 등 글로벌 메가 갤러리 전시에서는 전시 투어와 작가와의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는 등 생생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복합 몰인 퍼시픽 플레이스에는 김 크리스틴 선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설치해 관람객이 도심에서 작품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었고, 시주룽 문화 지구(WKCD)의 세계적인 미술관 M+에서 펼쳐진 우리나라 대표 작가 이불 순회전은 공간의 미학과 맞닿으며 리움미술관 전시와는 또 다른 영감을 자아냈다. 아마도 이 주간을 겨냥해 민첩하게 움직였다면 임윤찬의 홍콩 리사이틀 공연까지 섭렵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을 것이다. 홍콩의 다층적 예술 생태계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이 주간은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풍부한 아트 위크’라 불릴 만하다.





Art Basel Hong Kong 2026

01. 로즈우드 홍콩과 함께한 아트 바젤 홍콩(ABHK) 2026_미식·웰니스·예술이 빚어내는 창조적 영감 보러 가기
02. 홍콩섬 남쪽 웡척항(Wong Chuk Hang) 미술 산책_산업 속 예술 오아시스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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