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지 이케다(Ryoji Ik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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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6, 2025

글 김수진(객원 에디터)

Artist in Focus

예술가의 혁신이란 무엇일까? 혁신가들은 남들보다 선구자적인 위치에서 깃발을 꽂는 게 아니라 “예술은 자연이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부분을 완성시킨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처럼 예술과 자연,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구조와 흐름을 표현하고 미래의 ‘우리’에게 닿길 원하며 작품 자체보다 그것을 ‘보는 방식’에 주목해 관객이 그 의미를 구성하는 능동적 존재이길 바란다. 각자의 ‘몸’에 참여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모든 것과 연결하는 안토니 곰리(뮤지엄 산)와 미래를 위한 회화를 선보인 힐마 아프 클린트(부산현대미술관), 하나의 기호를 무한하게 해석하는 료지 이케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3명의 혁신적인 예술가의 이야기가 뜨거운 한여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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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지 이케다(Ryoji Ikeda)
광주의 대표적인 예술 센터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 (Ryoji Ikeda, b. 1966)를 다시 초청했다. 2015년 ACC 개관 당시 각종 데이터를 흑백 패턴과 정밀한 전자음으로 변환하는 설치 예술을 선보인 작가다. 오는 1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2025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에서는 총 7점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부터 우주에 흐르는 물리학 데이터가 아름답게 소용돌이치는 장면을 마주하며 전시장을 가득 채운 원시 상태의 소리 같은 전자음악을 듣게 될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데이터의 본질적 아름다움
예술과 기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감성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기술과 데이터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예술은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듯한 사운드 아트의 선구자 료지 이케다(Ryoji Ikeda, b 1966)는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마치 작은 비밀을 말해주듯 기자 간담회애서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 전시는 작곡과 비슷해요. 음악을 작곡하듯 데이터에서 발견한 영감과 아름다움을 반영하죠.” 데이터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데이터 아티스트’라고도 불리는 료지 이케다는 감각을 깨워주는 미학적 재료로 데이터를 다루며 물리학적 세계의 구조를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는 데이터의 본질적 아름다움은 인간 감각의 한계를 넘어선다고도 했다. 1990년대 백색 소음과 순음을 결합한 전자음악 실험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와 설치로 확장하며(1996년 아방가르드 그룹 ‘덤 타입(Dumb Type)’과의 협업을 계기로 시작) 데이터 미학을 시각 예술로 구체화한 작가다. 소리와 빛, 수학적 구조와 데이터의 반복으로 전자음악과 데이터에 대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데, 그의 ‘데이터버스(dataverse)’를 보면 그 직관적인 아름다움에 놀라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data. flux [n˚2]’(2025)의 DNA 데이터가 천장의 10m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흐르는데, 마치 은하수나 오로라처럼 느껴진다. 커다란 전시 공간의 한쪽 벽을 3개 스크린으로 감싸는 ‘data-verse 1/2/3’(2019~2020)는 막막한 압도감까지 들게 하는 작품이다. 나사(NASA),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인간 게놈 프로젝트 같은 데서 수집한 우주 관측 자료와 인간 유전자 정보 등을 영상 3부작으로 구성했는데, 무려 20여 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데이터는 정적인 데이터와 동적인 데이터로 구분하는데, 정적인 데이터는 이미 존재하지만 인간이 과학의 발전으로 발견해낸 천체물리학 같은 걸 말합니다. 저는 주로 정적인 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이 데이터엔 자연의 미스터리, 자연의 존재, 우리의 존재까지 포괄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동적 데이터에 포함되는데, 이 많은 정보 중 어떤 걸 추출해 작업에 녹여낼지는 직접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결정합니다.” 해석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설명을 지양한다는 료지 이케다는 이렇듯 기본 개념을 전달하면서 ‘순수한 음악처럼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을 주는 바닥 스크린에 투사된 ‘critical mass’(2025)에서 울리는 전자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대답을 들려주는 듯하다.





Artist in Focus

01. Antony Gormley_ 안토니 곰리 보러 가기
02. Ryoji Ikeda_ 료지 이케다 보러 가기
03. Hilma af Klint_ 힐마 아프 클린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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