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낙원 maurit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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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 2011

글·사진 이형준(사진가)

마크 트웨인이 말년에 저술한 <마크 트웨인의 자서전>에서 묘사한 모리셔스의 풍광은 여행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마크 트웨인은 자서전에 모리셔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천국은 모리셔스를 본떴다”라고.


    
  

파리 공항을 출발한 지 꼬박 7시간이 지난 후 작은 창을 통해 모리셔스를 만났다. 제주도 크기에 1백30여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 하늘에서 내려다본 인도양에 외롭게 떠 있는 모리셔스의 풍경은 여느 아프리카 국가하고는 좀 달랐다. 척박하고 황량한 사바나 대신 짙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광은 아프리카보다 카리브와 남태평양에 떠 있는 폴리네시아를 연상케 했다.
아담한 시골 공항 같은 자그마한 출입국 관리소를 빠져나오자 태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숲과 코끝을 자극하는 상큼한 바람이 반긴다. 모리셔스는 여유 그 자체였다. 저녁놀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야자수, 늘씬한 아가씨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차로 이동하 관광객들이 마크 트웨인이 자서전에 언급한 ‘천국’이란 표현에 자연스럽게 동조하는 순간이다.
어둠 속을 헤집고 달리는 차창 너머로 펼쳐진 풍광은 마크 트웨인의 동화 <톰 소여의 모험>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자동차보다 더 높이 자란 사탕수수, 1970년대 면소재지를 연상시키는 마을, 어두운 창공을 배경 삼아 펼쳐진 전기선과 가로등은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상상 속 세계에 들어온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다. 장거리 비행 탓에 평소보다 늦게 사진기를 둘러메고 한가롭게 해변을 걷다 보니 바람을 따라 저마다 자유롭게 잎을 휘날리는 야자수가 눈에 띈다. 공항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에 따라 춤추는 야자수를 향해 정신 없이 셔터를 누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진한 커피 향을 따라 움직였다. 정성스럽게 손님을 맞는 자세며 미리 준비해놓은 시원한 물수건과 테이블을 장식한 생화, 세련된 그림들은 이곳이 고급 리조트임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해주었다.
감미로운 음악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백사장과 쪽빛 바다 사이를 걸었다. 4km가 넘는 백사장, 용도에 따라 저마다 모양과 크기가 다른 전통 가옥, 드넓은 바닷가를 향한 수영장,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야자수 그늘, 강렬한 태양 빛을 잠시 잊게 해줄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는 바 등이 한가로운 휴양지 느낌을 물씬 풍겼다.마크 트웨인이 말한 천국의 풍경을 찾기 위해 자동차에 올랐다. 무성한 사탕수수 사이로 이어지는 신작로, 사탕수수 틈새로 보이는 망망대해와 나지막한 언덕, 그리고 정겨움이 넘치는 농가. 스쳐가는 풍경에 감탄사를 수없이 연발하고 나서야 포트루이스(Port Louis)에 도착했다.
모리셔스의 수도 포트루이스는 아담한 항구도시로, 태양의황제로 불리는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럽 식민지 시절에 건설한 동남아시아 도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은 평범한 항구도시 같지만, 인도와 아프리카를 잇는 중간 기착지에 해당하는 지정학적인 특성 탓인지 항구와 쇼핑몰을 활보하는 시민들의 생김새가 다른 아프리카 지역과 좀 다르다. 피부가 숯덩이처럼 검은 원주민, 유럽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눈이 크고 피부가 갈색인 ‘크레올’이라고 불리는 혼혈, 영락없이 인도 분위기가 느껴지는 인도계, 그리고 간혹 보이는 중국계와 백인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시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포트루이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동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이다. 그러나 산에 오르는 방문객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 항구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포트루이스는 부산이나 마르세유항에 늘어선 커다란 컨테이너선 대신 주변 섬을 오가는 여객선과 부를 상징하는 요트만 정박해 있다. 마치 남유럽의 요트 하버처럼. 여객선과 요트, 쇼핑몰이 모여 있는 항구 끝자락에서 바라본 풍경은 포트루이스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준다. 전체적인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분위기만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항 케이프타운을 축소시켜 놓은 듯하다.
사탕수수 농업과 리조트 산업으로 상징되는 모리셔스의 참맛을 만끽하려면 역시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좋다. 모리셔스를 찾는 방문객 중 일부는 척박한 내륙 산지를 둘러보려는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유럽 부호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패키지 여행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는 유럽인들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찾는 곳이 확연히 다르다. 나름 장단점이 있는 만큼 특정 리조트를 언급하는 것은 무리지만 모리셔스 리조트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르 투스룩(Le Touessrok)과 오베로이(Obe Royi)이다.
모리셔스에 흩어져 있는 리조트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 어느 곳에 머물러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러 곳 중 르 투스룩과 오베로이 리조트를 빼놓을 수 없다. 르 투스룩과 오베로이 리조트는 한적한 해변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기본이고 골프와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맛깔스러운 음식을 제공한다. 아이를 동반한 투숙객들을 위한 도우미 서비스와 밤마다 수영장과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리셔스 전통 음악과 춤의 향연은 진정한 휴식이 어떤 것인지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흥미로운 공연부터 아이들을 돌보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리조트는 분명 더없이 매력적이나 진정한 서비스는 따로 있다. 르 투스룩과 오베로이 리조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된다는 것이다. 모든 객실에서는 바다와 멋진 수영장 등을 조망할 수 있지만 외부로부터는 철저하게 보호받는다.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독립된 공간에서 스파와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원하는 시간에 여유롭게 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진 골프장에 라운딩이나 요트를 이용한 투어도 가능하다.
두 리조트의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저녁 식사를 할 때 각자의 식탁에 투숙객의 이름이 새겨진 전용 메뉴판을 놓아둔다. 어느 곳에서나 마주치는 종사자들은 언제 이름을 암기했는지 공손하게 투숙객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넨다. 비치와 리조트 하나만 놓고 보면 모리셔스는 타히티와 몰디브에 비해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리셔스는 타 히티와 몰디브와는 다르다. 몰디브와 타히티는 멋진 비치에 고급 리조트 지역이 위치한 반면, 모리셔스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부호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못지않게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이들도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여가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러 비치 가운데 돋보이는 곳은 고급 리조트인 르 투스룩 인근 ‘사슴섬’이란 의미의 ‘일로셰’다. 울창한 숲을 중심으로해변을 따라 펼쳐진 넓은 모래사장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휴양지로 더없이 매력적이다. 또 역동적인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는 청춘 남녀에게도 그만이다. 이곳에선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카약, 윈드서핑, 세일링, 수상스키 같은 해양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어 일반 여행객도 여유로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서쪽 해안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치도 즐비하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편안하게 수영을 즐기거나 비치 발리볼 같은 가벼운 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고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워터 워킹을 통해 인도양의 신비로운바닷속을 감상할 수도 있다.
모리셔스에 머무는 동안 마크 트웨인이 천국은 모리셔스를 본떴다고 이야기한 이유에 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섬나라 모리셔스가 지닌 그 아름다움의 모티브는 단연코 바다
에 인접한 낭만적이고 고급스러운 리조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에는 마크 트웨인이 천국의 모델로 지칭한 천혜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천국이 있다.

TIP

인천에서 모리셔스까지는 직항편이 없으며 동남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경유해 갈 수 있다. 여러 코스 중 편리한 것은 홍콩과 파리를 경유하는 코스다. 인천→홍콩→모리셔스까지는 13시간, 인천→파리→모리셔스까지는 19시간이 소요된다.

모리셔스에는 소피텔, 힐튼, 르 메르디앙 같은 국제적인 체인 리조트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갖춰져 있다. 고급 리조트는 조망이 뛰어난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도 포트루 이스와 인근에는 비즈니스호텔이 주류를 이룬다.

-Oberoi Hotels

모리셔스의 대표적인 고급 리조트로 모든 객실에 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객실 요금은 전용 수영장, 스파, 피트니스 이용 등에 따라 달라진다. 2인 1실 8백50~3천2백50유로.
www.oberoihotels.com

– Le Touessrok Hote

오베로이 리조트와 더불어 고급 리조트의 상징으로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밤이면 흥미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2인 1실 7백60~2천5백유로. www.letouessrokresort.com

– One&Only Le Saint Geran

극진한 서비스로 유명한 럭셔리 리조트로 편안한 휴식은 물론이고 골프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인 1실 6백50~2천5백유로. lesaintgeran.oneandonlyresorts.com

고급 리조트에서는 숙박 요금에 아침, 저녁이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음식을 즐기려면 포트루이스 중심가 쇼핑몰과 개인 레스토랑이 적합하다. 고급 리조트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을 룸과 비치까지 서비스한다.

각 리조트에서는 도시, 마을, 비치 사이를 이동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이동한다면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반드시 국제면허증을 지참해야 한다.

모리셔스의 비자는 공항에서 수수료 없이 즉석에서 발급해 누구나 1개월 동안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

국가 산업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여행하는 데 특별히 불편하거나 위험한 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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