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환경 친화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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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1, 2011

글 장진택(자동차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김상인

작금의 자동차들은 목청 높여 이렇게 외친다. “환경 친화!” 하지만 듣는 환경은 하나도 기쁘지 않다. 1백 년 넘게 환경을 괴롭혀온 자동차들의 늦은 후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 친화’라는 말 자체가 꽤 장난스럽다. 사실 ‘친환경 자동차’라는 말은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이나 역설적인 표현이다. 자동차라는 물건 자체가 친환경이건 아니건 여전히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친환경’이라는 꾸밈어가 붙은 자동차는 우리의 푸른 환경을 조금이나마 덜 괴롭힌다. 이런 차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따분할 수 있겠다.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과학의 원리를 비롯, 원소기호 같은 것들도 언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태워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검은 연기를 비롯해 몇 가지 좋지 않은 성분이 함께 나와 공기를 오염시킨다. 대략의 성분은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 질소 화합물, 미세 먼지 등이다. 일산화탄소는 연탄가스와 비슷한 것으로, 몸 안에 들어가면 혈액 속에 있는 산소까지 빼앗아 간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앞당기고, 질소 화합물은 폐렴의 원인이 되며, 미세 먼지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 이렇게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모두 해롭다고 보면 된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이런 유해 물질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더 깔끔하게 연소되는 엔진을 개발했고, 미세 먼지 등을 거르는 필터를 만들어 붙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푸른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가지 강력한 해법이 떠올랐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주창하는 디젤과 일본 자동차 회사의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하이브리드의 개척자,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혼합물, 잡종, 혼혈아’ 등, 두 가지가 섞였음을 나타내는 단어가 나온다. 하이브리드 뒤에 자동차가 붙으면 엔진과 전기모터, 두 가지 동력이 잡종처럼 섞인 것으로 보면 된다. 이런 유의 자동차 중 가장 유명한 토요타 프리우스에는 1.8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붙어 있다. 이 두 가지 동력이 서로 힘을 나누고 서로 돕고 합치면서 달리게 된다. 가령 이런 식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전기모터와 엔진이 합심해 최대의 힘을 내고, 브레이크를 슬쩍 밟을 때 남는 힘으로 전기모터를 충전하고, 다시 출발할 때는 전기모터의 힘으로 슬슬 움직이다가, 일정 속도가 되면 엔진이 돌아가고, 집에 다 와서 주차할 때는 엔진은 꺼지고 전기모터로만 슬슬 움직인다. 좀 복잡한가? 하지만 차 주인은 이 복잡한 시스템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보통 차를 몰 듯 운전하면 똑똑한 프리우스가 알아서 엔진을 켰다가, 모터를 켰다가, 충전을 하면서 최적의 연비로 운전을 한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있다고 해서 전기 코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보통 차를 몰 듯, 주유소에서 휘발유만 넣으면 된다. 참고로, 정부가 공인한 연비표에 의하면 프리우스는 연료 1L로 29.2km를 달린다. 대한민국을 달리는 자동차 중 최고 연비다. 하지만 이 연비는 적절하게 달리다가 신호 대기에서 서고, 다시 달리는 식의 일반적인 시내 주행에서 얻을 수 있는 수치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서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는 전기모터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에 연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친환경 디젤 폭스바겐 골프 GTD

일본에서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을 장착하며 연비 증강, 친환경 자동차를 궁리하고 있을 때, 독일에서는 기름 덜 먹고 힘 좋은 디젤엔진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이랬다. “한 대의 차를 움직이는 데 두 가지 힘을 쓰는 건 근본적으로 아둔한 일이다. 게다가 전기모터의 무게, 배터리의 무게, 또 그것을 부착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러면서 효율적인 디젤엔진 하나에 집중했다. 폭스바겐 골프 GTD에는 이들의 모든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경유 1L로 17.8km를 ‘힘차게’ 달리는 친환경 디젤엔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친환경 디젤엔진이 힘도 걸출하다는 사실이다. 골프 GTD는 170마력에 토크가 35.7kg·m나 되는데, 특히 가속력을 가늠하는 토크가 현대 에쿠스의 그것과 비슷해서, 정지 상태에서 8.1초 만에 시속 100km가 된다. 이러한 성능의 배경에는 꼼꼼하게 힘을 전달하는 DSG 변속기가 있다. 한마디로 이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 구조의 자동 변속기다. 자동 변속기처럼 편하게 변속되면서 수동 변속기처럼 동력의 손실 없이 꼼꼼하게 힘을 연결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궁극의 변속기인 셈이다.

 


색다른 맛의 친환경, BMW X6 하이브리드

친환경 자동차라고 해서 풀 뜯어 먹는 맛만 있는 건 아니다. BMW식 친환경은 확실히 맛이 다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그냥 커피라면, BMW식 하이브리드는 TOP인 거다. BMW에서는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면서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냥 효율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역동적이면서 효율적인 차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BMW에서는 큰 차에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쓴다. 작은 차에는 전기모터나 배터리 등을 넣을 공간도 부족하거니와, 이런 장치들을 넣으면서 가격을 높이고 무게를 늘리는 것이 효율성과 역동성을 모두 저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BMW식 하이브리드를 맛보려면 7 시리즈나 X6 정도는 되야 하는데, 이것도 그냥 하이브리드가 아니다. 매우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액티브 하이브리드’다. 다이내미즘을 고수하는 BMW의 철학이 들여다보이는 부분이다.

7 시리즈 하이브리드나 X6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장착되어 있는 명백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지만 두 차종의 방식은 다소 다르다. X6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모터의 힘으로 시속 5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7 시리즈는 정지했을 때만 시동이 꺼질 뿐,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기모터가 보조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유는 역시 BMW식 ‘역동적인 효율성’ 때문이다. 공간이 여유로운 X6에만 대용량 배터리와 2개의 모터를 넣어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일 수 있게 했고, 트렁크 공간, 차체 무게, 정숙성 등등에 두루 신경 써야 하는 7 시리즈는 전기모터가 엔진을 돕는 역할에 머물게 했다.

 


진짜 전기차, 시보레 볼트

이 차는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로, 전원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다. 한 번 충전하면 70km 정도 주행 가능한데, 이는 일반적인 출퇴근 거리가 50km 이하라는 산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그 이상 달려 배터리 힘이 약해지면 자동적으로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하지만 이 엔진은 바퀴와 연결된 것은 아니다. 충전을 위한 전용 엔진으로서 ‘엔진’이라 부르기보다 ‘발전기’라 하는 게 적합하다. 발전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크기도 바이크 엔진처럼 작다. 바퀴에 연결된 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속할 때나, 감속할 때나, 신호 대기 중일 때도 “부아아앙~”거리면서 열심히 충전을 한다. 이런 식으로 충전하며 달리면 최대 500km를 주유 없이 달릴 수 있다. 기존 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항속거리다.

이 차를 개발한 GM은 다국적인 자동차 회사로, 시보레 볼트를 세계 전역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전기 충전 방식도 110볼트와 220볼트에 두루 적응되어 있고, 보닛 속에 달린 소형 발전기도 휘발유, 경유, 알코올 등의 연료에 맞게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시보레 볼트는 얼마 전에 시판하기 시작했고 2011년 중에는 한국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말한다. 친환경 자동차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기모터와 엔진이 힘을 합쳐 움직이다가, 궁극에는 전기로 움직일 것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전기가 가장 깔끔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동차를 상징하던 배기음과 휘발성 냄새가 사라진다는 걸 의미한다. “부우우웅”거리며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배기 사운드가 없는 자동차를 상상해보자. 중요한 수식어가 빠진 문장처럼 옆구리가 허전하지 않나?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 스포츠카 업체인 미국 테슬라에서는 인공적으로 배기 사운드를 울려주는 장치를 달았다. 모기 소리를 내며 질주하던 전기 스포츠카에 휘발성 엔진의 매콤한 사운드를 적용한 것이다. 버튼이 여러 개 있다. 포르쉐 GT 배기음, 람보르기니 무르시에라고 배기음 등, 취향대로 골라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테슬라 로드스터, 폭스바겐 골프 GTD,

토요타 프리우스, GM 시보레 볼트,

BMW X6 하이브리드, BMW 7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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