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02, 2025
에디터 성정민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인 가죽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가 탄생 5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손’에 집중한 캠페인과 인트레치아토의 철학을 공유하는 작품 전시를 선보인다. 손 끝에서 완성되는 정교한 엮음을 통해 상호 연결성, 교류, 협업의 정신뿐 아니라 손의 제스처와 세대, 문화, 배경과 상황을 초월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보편적인 손짓까지, 보테가 베네타만의 가치와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는 이탈리아어 동사 ‘Intrecciare(엮다, 꼬다, 교차시키다)’에서 파생한 형용사형으로 1975년 보테가 베네타에서 처음 선보인 가죽공예 기법이다. 1966년 유럽의 무역과 공예, 예술,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의 유산과도 가장 잘 부합하며 이젠 하우스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다. 보테가 베네타는 무려 50주년을 맞이한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인트레치아토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그들다운 창의적인 방식을 택했다. 시와 같은 은유를 통해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손’으로 재조명한 것. 이는 매우 보테가 베네타다운 방식이다.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제품은 주인공이 아니다. 다만 다양한 인물들의 손과 제스처가 등장할 뿐이다. 보테가 베네타는 인트레치아토의 ‘손’을 조명한 이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작가들과 협업한 전시를 개최했다. 지난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선보인 전시, <세계를 엮다 : 인트레치아토의 언어>를 통해 인트레치아토의 장인 정신과 상호작용, 연결성을 담은 세계를 더욱 널리 확장시켰다.
<세계를 엮다 : 인트레치아토의 언어>
보테가 베네타는 인트레치아토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장인 정신, 수공예,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는 전시를 기획해 선보였다. 단순한 제작 방식을 넘어 손과 정신, 과거와 미래, 수공예와 창의성을 잇는 은유적 상징으로서 존재하는 인트레치아토 정신은 어딘가 한국과 닮았다. 이 점에 주목해 오늘날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지점에 서 있는 한국에서 자신만의 영감과 스타일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른다. 누군가는 깊은 전통에서 영감을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대적 서사를 통해 교감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하나의 본질적인 연결 고리, 인트레치아토로 동화된다. 단순히 씨실과 날실의 구조를 넘어 아이디어와 기법, 시간의 층위가 교차하는 상징적인 ‘엮임’의 개념으로서 작가들은 관람객에게 정제된 대화를 제시한다.
먼저 보테가 베네타는 ‘브릭-아-브락(Bric-à-Brac)’이라는 특별한 창작물로 말을 건넨다. 이는 하우스 아틀리에에서 사용한 후 남은 가죽 조각을 엮어 완성했으며 다채로운 색상, 질감, 형태가 어우려져 고유한 개성과 촉각적 존재감을 지닌 독창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5개의 ‘브릭-아-브락’ 백은 상징적인 이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의 진화와 표현력을 증명한다.
이를 주축으로 총 9명의 국내 작가가 이 전시에 참여했다. 먼저 강서경 작가는 ‘엮기’라는 행위를 감각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둥근 유랑(Rove and Round)’, ‘따뜻한 무게(Warm Round)’, ‘자리(Mat)’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소재와 색, 질감에 대한 섬세한 탐구를 보여주며 인트레치아토의 개념을 다시 환기한다. 자연에서 영감받아 종이와 면 같은 섬유 소재에 고요하고 명상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박성림 작가의 ‘My Universe’는 면사의 매듭을 통해 보테가 베네타가 지닌 디자인 언어의 핵심적인 모티브를 선보였다. 손으로 세심하게 연결한 듯한 이 면사들이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되고 그 사이 보이는 틈 안에 들어가면 더 넓은 세계와 무한히 이어질 듯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 박종진의 작품은 단단히 쌓아 올린 밀푀유 같은 형태의 예술적 지층(Artistic Stratum) 시리즈로 인트레치아토의 개념과 소통했다. 하나하나 겹겹이 결합된 작가의 작품은 여러 면면이 모여 융합되는 우리 세계와 어딘가 닮은 듯하다. 이는 디자이너와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된 인트레치아토 제품이 한 명의 고객 손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의미를 지니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작가 홍영인의 작품 역시 강한 울림을 준다. 그녀의 작품인 ‘Woven and Echoed’은 공업용 니들 펀치를 이용해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에 1970~80년대 한국 섬유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실제 경험에서 추출한 텍스트를 담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억눌렸던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기억을 시각적 언어로 되살려낸다. 이는 ‘손’을 통해 인트레치아토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접근과 매우 유사하다. 이외에도 접이식 유리 스크린으로 격자의 리듬을 선보인 작가 이규홍, 개별 격자형 모듈로 구성된 작품 ‘Islands’를 통해 재료, 개념, 수공예의 엮임과 이루어짐을 선보인 작가 이헌정, 인트레치아토를 개념적 격자 혹은 비움의 형태로 제시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보인 작가 정명택, 전통 대나무 발로 인트레치아토의 엮임의 의미와 보테가 베네타의 ‘공방’에 대한 정신을 보여준 온지음 집공방 그리고 이와 협업한 대나무 발 국가무형문화재 조대용 장인, 매듭 공예 전수자 박진영 작가, 금속 공예 전수자 박병용 장인까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와 맞닿는 작가와 작품들로 가죽 위빙의 장인 정신과 미적 상상력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이번 전시를 위해 외부 파사드를 위한 공간 맞춤형 설치 작품과 2층 야외 관람객 참여형 설치 구조물을 선보인 작가 이광호는 금속공예와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대리석, 구리, 에나멜, 강철부터 다양한 종류의 로프와 와이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재료로 가죽의 엮임과 구조, 그리고 참여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품을 제작해 시간을 직조하는 행위로 확장시키고 과거와 현재, 개인의 기억과 공동의 경험을 엮는 감각적 여정을 제안한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광호 작가의 특별한 작품으로 인트레치아토 탄생 50주년 전시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2층 한편에는 앞서 언급했던 ‘손’을 주제로 한 캠페인 사진을 전시해두었는데, 한옥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이 공간을 마지막으로 들어서면서 인트레치아토가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보테가 베네타는 ‘브릭-아-브락(Bric-à-Brac)’이라는 특별한 창작물로 말을 건넨다. 이는 하우스 아틀리에에서 사용한 후 남은 가죽 조각을 엮어 완성했으며 다채로운 색상, 질감, 형태가 어우려져 고유한 개성과 촉각적 존재감을 지닌 독창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5개의 ‘브릭-아-브락’ 백은 상징적인 이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의 진화와 표현력을 증명한다.
이를 주축으로 총 9명의 국내 작가가 이 전시에 참여했다. 먼저 강서경 작가는 ‘엮기’라는 행위를 감각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둥근 유랑(Rove and Round)’, ‘따뜻한 무게(Warm Round)’, ‘자리(Mat)’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소재와 색, 질감에 대한 섬세한 탐구를 보여주며 인트레치아토의 개념을 다시 환기한다. 자연에서 영감받아 종이와 면 같은 섬유 소재에 고요하고 명상적인 감성을 담아내는 박성림 작가의 ‘My Universe’는 면사의 매듭을 통해 보테가 베네타가 지닌 디자인 언어의 핵심적인 모티브를 선보였다. 손으로 세심하게 연결한 듯한 이 면사들이 하나의 오브제로 완성되고 그 사이 보이는 틈 안에 들어가면 더 넓은 세계와 무한히 이어질 듯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 박종진의 작품은 단단히 쌓아 올린 밀푀유 같은 형태의 예술적 지층(Artistic Stratum) 시리즈로 인트레치아토의 개념과 소통했다. 하나하나 겹겹이 결합된 작가의 작품은 여러 면면이 모여 융합되는 우리 세계와 어딘가 닮은 듯하다. 이는 디자이너와 장인의 협업으로 완성된 인트레치아토 제품이 한 명의 고객 손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의미를 지니는 모든 일련의 과정을 떠오르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작가 홍영인의 작품 역시 강한 울림을 준다. 그녀의 작품인 ‘Woven and Echoed’은 공업용 니들 펀치를 이용해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에 1970~80년대 한국 섬유 공장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실제 경험에서 추출한 텍스트를 담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억눌렸던 섬유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기억을 시각적 언어로 되살려낸다. 이는 ‘손’을 통해 인트레치아토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접근과 매우 유사하다. 이외에도 접이식 유리 스크린으로 격자의 리듬을 선보인 작가 이규홍, 개별 격자형 모듈로 구성된 작품 ‘Islands’를 통해 재료, 개념, 수공예의 엮임과 이루어짐을 선보인 작가 이헌정, 인트레치아토를 개념적 격자 혹은 비움의 형태로 제시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보인 작가 정명택, 전통 대나무 발로 인트레치아토의 엮임의 의미와 보테가 베네타의 ‘공방’에 대한 정신을 보여준 온지음 집공방 그리고 이와 협업한 대나무 발 국가무형문화재 조대용 장인, 매듭 공예 전수자 박진영 작가, 금속 공예 전수자 박병용 장인까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와 맞닿는 작가와 작품들로 가죽 위빙의 장인 정신과 미적 상상력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이번 전시를 위해 외부 파사드를 위한 공간 맞춤형 설치 작품과 2층 야외 관람객 참여형 설치 구조물을 선보인 작가 이광호는 금속공예와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대리석, 구리, 에나멜, 강철부터 다양한 종류의 로프와 와이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재료로 가죽의 엮임과 구조, 그리고 참여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작품을 제작해 시간을 직조하는 행위로 확장시키고 과거와 현재, 개인의 기억과 공동의 경험을 엮는 감각적 여정을 제안한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광호 작가의 특별한 작품으로 인트레치아토 탄생 50주년 전시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2층 한편에는 앞서 언급했던 ‘손’을 주제로 한 캠페인 사진을 전시해두었는데, 한옥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이 공간을 마지막으로 들어서면서 인트레치아토가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손과 정신, 과거와 미래, 수공예와 창의성을 잇는 은유적 상징으로서 존재하는 인트레치아토 정신은 어딘가 한국과 닮았다”
전시 오프닝 프리뷰 이틀 동안엔 특별히 ‘손’이라는 캠페인부터 전시까지 모든 것을 인트레치아토 하나로 묶는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지윤 박사와 전은환 박사가 패치워크적 세계관에 기반해 ‘손’을 조명하며 인간의 역사에서 ‘손’이 가져온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 보테가 베네타가 탄생한 비첸차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며 흥미를 끌었다. 시인 김뉘연과 비평가 신예슬이 등장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좀 더 추상적인 접근으로 관람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시에 등장하는 ‘손’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다양한 해석에 대해 전하며 텍스트와 운율의 접점 안에서 ‘손’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탐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화와 작품 속 손의 장면을 통해 인트레치아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영화평론가 김혜리와 아트 에디터 안동선의 토크로 대미를 장식했다. 3개의 토크 세션을 통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오랜 시간 손을 통해 만든 작업물에 대한 의미와 정신을 더욱 고취시킬 수 있었으며 결국 인트레치아토의 정신으로 이어져 하나가 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테가 베네타는 진정으로 한국과 세계를 하나로 엮어내는 통합의 한 장면을 이뤄내며 ‘영감(Inspire)’, ‘참여(Engage)’, ‘상호 연결(Interconnect)’이라는 세 가지 인트레치아토 정신을 완성해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테가 베네타는 진정으로 한국과 세계를 하나로 엮어내는 통합의 한 장면을 이뤄내며 ‘영감(Inspire)’, ‘참여(Engage)’, ‘상호 연결(Interconnect)’이라는 세 가지 인트레치아토 정신을 완성해냈다.
문의 02-3438-7694
1 인트레치아토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 속 손 이미지를 전시한 공간.
2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션 브릭-아-브락(Bric-à-Brac)과 이규홍 작가 작품 <240210>(2024), 글라스, 우드. 강서경 작가의 〈둥근 유랑 – 얼굴, 자리, 배 #22-01〉(2021~2022).
3 전시장 전경과 외벽에 설치된 이광호 작가의 작품 〈Obsession〉 Series(2025), 로프, 전선.
4 정명택 작가의 〈Creating a Void〉 Series(2025), 호두나무, 단풍나무. 홍영인 작가의 〈Woven and Echoed〉(2021), 패브릭. 이헌정 작가의 〈Island〉(2021), 클레이. <Untitled, Box> Series(2021), 클레이. 이광호 작가의 〈Obsession〉Series(2025), 전선, PVC.
5 밀푀유처럼 쌓은 만듦새가 특징인 박종진 작가의 작품.
2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션 브릭-아-브락(Bric-à-Brac)과 이규홍 작가 작품 <240210>(2024), 글라스, 우드. 강서경 작가의 〈둥근 유랑 – 얼굴, 자리, 배 #22-01〉(2021~2022).
3 전시장 전경과 외벽에 설치된 이광호 작가의 작품 〈Obsession〉 Series(2025), 로프, 전선.
4 정명택 작가의 〈Creating a Void〉 Series(2025), 호두나무, 단풍나무. 홍영인 작가의 〈Woven and Echoed〉(2021), 패브릭. 이헌정 작가의 〈Island〉(2021), 클레이. <Untitled, Box> Series(2021), 클레이. 이광호 작가의 〈Obsession〉Series(2025), 전선, PVC.
5 밀푀유처럼 쌓은 만듦새가 특징인 박종진 작가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