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 Wonder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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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4, 2025

에디터 성정민(제네바 현지 취재)

더 이상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박람회가 아니다. 오늘날의 워치스 & 원더스는 시계를 사랑하는 전 세계 애호가와 워치메이킹의 도시, 제네바가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워치 메종은 브랜드의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럭셔리의 고유한 위상과 대중적 접근성의 균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긴장감 속에서 변함없이 찬란한 시간을 기록해나가는 현장을 <스타일 조선일보>가 직접 찾았다.


작년보다 한 주 앞당겨진 4월 1일, 올해도 어김없이 지상 최대의 워치 박람회, 워치스 & 원더스가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성대한 막을 올렸다. 매년 규모와 영향력을 키워가는 이 행사는 이번에도 역대급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총 5만5천 명 이상의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오랫동안 행사장 밖에서 독자적인 신제품 발표를 이어오던 불가리가 드디어 공식 브랜드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불가리 같은 빅 주얼리 & 워치 메종이 합류하면서 워치스 & 원더스는 한층 더 풍성해졌고, 더욱 강력한 파급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메종들이 꺼내 든 해답은 ‘화려함’이었다. 비비드한 컬러 팔레트와 주얼리적 요소를 가미한 시계가 대거 등장하며, 그 어느 해보다 감각적이고 대담한 미학을 선보였다. 키 컬러는 ‘블루’. 샤넬은 메종 최초로 선보인 블루 세라믹 소재의 J12를 통해 깊이 있는 매트 텍스처를 선보였고, 제니스, 위블로, 튜더, 롤렉스 역시 자신들만의 색채 해석을 통해 다양한 블루 컬렉션을 공개했다. 여기에 레드와 버건디도 트렌드 컬러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에르메스와 튜더는 절제된 버건디 컬러로, 위블로는 브랜드 특유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레드 세라믹 소재의 빅뱅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념비적 해를 맞이한 브랜드도 여럿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창립 270주년을 기념해 다시 한번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공개했고, 제니스는 창립 160주년 기념 워치로 브랜드 창립자 조르주 파브르-자코의 이니셜을 딴 신작 ‘G.F.J’를 선보였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로저드뷔는 워치메이킹 기술을 한데 집약한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로 이를 기념했다. 위블로 역시 빅뱅 탄생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빅뱅과 현재의 빅뱅 유니코를 결합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처럼 특별한 해를 맞이한 브랜드가 많아서인지, 과거의 시계를 다시 꺼내 재해석하거나, 디자인적 DNA를 바탕으로 새로운 라인을 구성하는 움직임은 올해 워치 인더스트리 전반에 널리 퍼졌다. 피아제의 ‘식스티(Sixtie)’ 역시 과거 여성 네크리스 워치의 실루엣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모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워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여성의 얇은 손목 사이즈에 맞춰 다운사이즈된 워치 혹은 주얼 워치의 확장이다. 에르메스는 대표 체인 모티브를 활용한 ‘마이용 리브르’를 공개했으며, 여성 고객층을 겨냥한 펜던트형 워치와 브레이슬릿 워치로 선보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주얼 워치 ‘까데나’를 다시 선보였고, 불가리는 뱅글 실루엣의 ‘세르펜티’, 까르띠에는 ‘트레사쥬’ 워치 등으로 그 흐름에 힘을 보탰다. 이렇듯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는 불경기를 타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새로운 고객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는 워치 브랜드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으며, 단지 시계를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시대정신에 응답하는 메종들의 섬세한 전략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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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하이엔드 워치 경험의 장, 팔렉스포

올해 팔렉스포 전시장 내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워치스 & 원더스가 매년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하듯, 각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감각적 체험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몰입형 공간을 시도했다. 특히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의 방문이 더해져 행사장 곳곳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올해도 한국 셀러브리티의 존재감은 단연 눈에 띄었다. 피아제는 글로벌 앰배서더로 배우 전지현을 초청해 그녀의 우아한 카리스마와 ‘식스티’ 워치의 섬세한 조화를 선보였다. 예거 르쿨트르는 배우 김우빈을 통해 ‘리베르소’ 워치의 절제된 우아함과 남성적인 미학을 드러냈다. 한스 짐머와 하비에르 바르뎀은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영화 <F1>의 음악감독과 주연 배우로서 공식 파트너이자 워치 엔지니어로 협업한 IWC 부스를 방문하며 열기를 더했다. F1 열기에 불길을 더한 브랜드가 하나 더 있었다. 약 30년 만에 F1 공식 타임키퍼로 화려하게 복귀한 태그호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부스 위치를 옮겨 더 확장했으며, 전설적인 드라이버들의 레이싱 카를 전시해 모터 레이싱의 DNA를 강렬하게 부각했다. 전통과 혁신이 맞닿는 부스 연출도 한층 더 정교해졌다. 몽블랑은 알프스 샬레를 재현한 부스를 통해 장인의 정신을 체험형 공간으로 구현했고,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의 탄생 배경인 1931년 폴로 클럽을 테마로 한 전시 공간을 통해 메종의 역사적 순간을 극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에르메스는 올해의 테마 ‘Le Temps Suspendu(멈춰진 시간)’를 시네마틱하게 구현하기 위해 비주얼 아티스트 사라-아나이스 데브누아(Sarah Anaïs Desbenoit)와 협업해 브랜드 고유의 상상력을 가득 담은 공간을 완성했다. 이처럼 2025년의 팔렉스포는 각 브랜드가 품은 철학과 감성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무대였으며, 보는 이들에게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정제된 시간의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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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팔렉스포 전시장 내부는 그 어느때보다도 풍성하고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했다. 이는 워치스 & 원더스가 매년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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