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SI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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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15

에디터 배미진, 권유진(제네바 현지 취재)

왜 스위스 제네바를 시계의 수도라고 부를까? 바로 세계 최고의 시계 박람회인 국제고급시계박람회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매년 1월에 개최되기 때문이다. 2015년은 SIHH 개최 25주년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해다. 전자식 시계가 개발되면서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한 기계식 시계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예술적 가치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사반세기 동안 지속·발전시켜왔다는 것은 시계 산업의 발전과 역사에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값비싼 시계를 럭셔리하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계를 하나의 예술로 여겨 스위스 문화유산으로 삼아 이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은 매년 개최되는 이 시계 페어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스위스 환율 체제가 흔들리면서 박람회장엔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부스를 가득 채운 경이롭고 아름다운 워치 컬렉션으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 또한 공존했다. ‘Made in Switzerland’라는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자부심과 시계 예술에 대한 헌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그 현장 속에서 2015년을 빛낼 새로운 주인공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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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SIHH의 꽃이자 주축이라 불릴 만큼 까르띠에가 고급시계박람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매우 크다. 3개 브랜드의 부스를 합쳐놓은 규모의 가장 큰 독립된 섹션의 부스를 사용하고, 그 규모만큼이나 1백여 개의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는 것은 SIHH에 참여한 16개의 브랜드 중 까르띠에가 유일하다. 올해도 새로운 워치 컬렉션으로 시계 마니아들을 흥분시킨 까르띠에의 메인 워치는 까르띠에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라는 기록을 남긴, 로통드 드 까르띠에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다. 이는 파인 워치메이킹의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컴플리케이션으로 꼽히는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플라잉 투르비용, 이 3개의 메커니즘을 5.49mm에 불과한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탑재한 모델이다. 단 하나를 구현하기에도 어려운 기술임에도 맑고 풍부한 종소리, 1백 년간 오차 조정이 필요 없는 정확한 시간 계산 능력,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완벽한 크로노미터 성능을 동시에 구현한다는 것은 워치메이커의 도전 정신과 시계의 메커니즘을 예술로 승화시킨 까르띠에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켈레톤화한 9406 MC 칼리버와 함께 세 가지 컴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부품의 상당수를 스켈레톤 처리해 정교한 무브먼트의 신비로운 움직임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까르띠에답다. 까르띠에의 신제품 워치에서 팬더를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티브인 팬더는 신비로운 낮과 밤을 배경으로 한 데이 & 나이트 무브먼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를 화려하게 세팅한 레브 드 팬더 데이 & 나이트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다이얼에는 한 가족을 이루듯 무리 지어 있는 우아하면서도 다소 귀여운 모습의 팬더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최신 무브먼트 중 하나인 9916 MC 칼리버를 여성스럽고 그래픽적인 주얼리 워치로 재해석한 특별한 모델이다. 실물을 보기에 앞서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바이브레이팅 세팅 워치도 큰 이슈가 되었다. ‘바이브레이팅(vibrating, 떨림)’이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다이얼에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를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도록 세팅해 손목이 움직일 때마다 찬란하고 우아하게 떨리는 효과를 선사하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트렘블링 세팅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파인 주얼리 세공의 끝이라 할 만큼 소수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고도의 세팅 기술. 이를 시계에 접목해 모던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바이브레이팅 세팅 워치는 주얼리세공 기술에서 성숙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오른 까르띠에 주얼 공방의 위상을 드높이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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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 투르비용 미닛 크로노그래프 바스코 다 가마
최근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하며 시계업계 태풍의 핵으로 불리는 몽블랑이 이번 SIHH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선보인 워치는 바로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엑소 투르비용 미닛 크로노그래프 바스코 다 가마 리미티드 에디션. 길고 긴 이름만큼 놀라운 역사와 기능을 담고 있는 시계로 일단 균형미가 느껴지는 다이얼의 아름다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르투갈 출신의 뛰어난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의 진취적인 개척자 정신과 시간의 정확성을 연결해 몽블랑의 새로운 헤리티지인 크로노메트리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사진 속 워치는 이 컬렉션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바스코 다 가마의 배에 탑승했던 60명의 선원을 기리며 단 60개만 한정 생산했다. 44mm에 달하는 박력 넘치는 사이즈의 다이얼을 아름답게 수놓은 것은 남반구의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다크 블루 컬러의 어벤추린 소재다. 12시 방향에서 빛나는 별은 몽블랑의 스타로고 형태로 커팅한 다이아몬드. 화룡점정은 바로 6시 방향에 위치한 정교한 엑소 투르비용. 이 모든 기능이 몽블랑의 자체 제작 무브먼트인 칼리버 MB R230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특히 모든 헤리티지 크로노메트리 컬렉션은 르 로클에 위치한 몽블랑 매뉴팩처를 떠나기 전에 엄격한 몽블랑 랩 테스트 500을 거치기에 더욱 완성도가 높다. 이 테스트는 조립과 미세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찾아내기 위한 검사로 별도의 증명서를 발행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또 하나의 놀라운 다이얼 디자인을 선보인 모델은 빌르레 투르비용 실린드리크 지오스피어 바스코 다 가마(Villeret Tourbillon Cylindrique Geospheres Vasco da Gama). 월드 타임 인디케이터에 원통형 투르비용을 더해 다이얼을 보는 것만으로도기계식 워치의 복잡성과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몽블랑 매뉴팩처 칼리버 MB M68.40의 중심에 1분 투르비용을 장착해 입체적인 형태를 완성했다. 이 두 가지 새로운 컬렉션은 치열한 기계식 시계업계에서 몽블랑이 고지를 점령하고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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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 문
시간을 이야기할 때 필수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로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낮과 밤의 변화로 오전, 오후를 판단할 수 있듯 과거엔 태양과 달의 변화, 별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과 날짜를 계산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시계 역사에서 우주는 가장 매력적인 탐구 대상이다. 예거 르쿨트르에도 우주는 매우 특별하다. 아무도 우주에 주목하지 않을 때도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 속에는 늘 우주가 있었고,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다이얼 위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별의 움직임과 우주에 대한 아름다움을 몇 시즌에 걸쳐 재해석하고 꾸준히 연구하는 브랜드도 드물 뿐만 아니라, 우주에 대한 테마를 예거 르쿨트르만큼 잘 알고 있는 브랜드도 없다. 그 결과물은 이번 SIHH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듀오미터 스페로투르비용 문 워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년 6개월마다 하루의 오차가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페이즈와 달리 3천8백87년에 한 번 조정할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선사하는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을 장착한 시계다. 9시 방향에 2개의 축을 중심으로 20도 기울어진 형태로 회전하는 스페로투르비용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약 23도로 기울어져 회전하는 지구의 자전축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뛰어넘어 실제 우주를 다이얼에 담은 마스터 캘린더 워치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계의 천체에서 유래해 그 나이가 40억 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진귀한 운석을 다이얼에 사용한 것. 운석 절단 과정에서 생기는 독특한 무늬를 그대로 살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이 워치는 ‘손목 위의 작은 우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만큼 예거 르쿨트르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수작이다.
반클리프 아펠 까데나
반클리프 아펠의 역사 속에 다시 등장한 까데나(Cadenas) 컬렉션은 SIHH에 등장한 모든 시계 중에서 가장 극적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환상적인 워치다. 최근 보기 드문 클래식한 주얼리 워치이기도 하다. 언제나 시적인 컬렉션으로 우아함을 노래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까데나 워치는 1935년 첫선을 보였다. 고리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감정의 결속성을 의미하는데, 하이 주얼리의 아이콘인 지퍼 네크리스처럼 윈저 공작부인에게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목 바로 위가 아닌 옆으로 경사진 다이얼 창으로 시간을 확인하도록 한 것은 여자를 위한 타임피스로서 태생적인 우아함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옐로 골드부터 고전적인 더블 스네이크 체인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버전, 손목을 감싸는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더한 컬렉션에 하이 주얼리 버전까지 9개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최근 반클리프 아펠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워치인 참 컬렉션에 플라워 부케의 아름다움을 더한 참 엑스트라오디네리 랑가쥐 데 플레르는 반클리프 아펠의 정수를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머더오브펄 다이얼에 2차원, 3차원적인 미니어처 페인팅과 카보숑 에나멜 기법 같은 다양한 세공 기술을 이용해 장식했다. 볼륨감과 광택, 빛의 유희를 한 다발의 부케로 표현한 참 컬렉션 중 아래 사진 속의 참 엑스트라오디네리 데저는 ‘젊은 날의 사랑’을 의미하는 라일락 모티브로 장식했고, 베젤의 핑크 사파이어와 바이올렛 사파이어의 불규칙한 그러데이션이 화려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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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하모니 펄시미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현존하는 시계 브랜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바쉐론 콘스탄틴이 창립 2백60주년을 맞이해 ‘의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계’라는 국내의 속설이 생각날 만한 재미난 시계를 출시했다. 탄생 2백60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선보인 하모니 컬렉션 중 하나로, 맥박을 측정하는 기능인 펄시미터를 장착한 하모니 펄시미터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가 그것이다. 이는 1928년에 출시해 의료 목적으로 사용한 오리지널 펄시미터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로, 오리지널 모델과 의료용 시계에 대한 헌사를 바치는 의미의 기념비적인 타임피스다. 쿠션 형태의 핑크 골드 케이스로 기존 오리지널 모델을 모던하게 재해석했으며 7년간의 연구와 개발 과정 끝에 탄생한 새로운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 3300을 탑재해 최신 기술력까지 모두 갖췄다. 이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강점은 다이내믹한 크로노그래프 액티베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오리지널 45분 카운터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메커니즘은 푸셔를 강하게 누르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무브먼트에는 바쉐론 콘스탄틴만의 고유의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기어와 캠이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기 전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옆면의 커플링 클러치에는 마찰 저항 테크닉을 적용해 크로노그래프의 세컨드 핸즈가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갑자기 움직이는 현상을 막아주고, 슬라이딩 푸셔가 있어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다이얼 바깥쪽 테두리에는 30비트 스케일로 맥박을 측정하는 펄시미터 기능을 레드 컬러로 표시했고,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와 65시간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션을 함께 배치했다. 또 탄생 2백60주년을 기념해 밸런스 콕에 최초의 포켓 워치인 플레뤼잔에서 영감을 받은 문양을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새겨 넣어 미학적 가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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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운트 죄네 랑에 1
독일 시계 브랜드를 대표하고 SIHH 박람회에서도 클래식 워치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랑에 운트 죄네에서 올해 브랜드의 시그너처 워치인 랑에 1에 새로운 무브먼트를 장착해 선보였다. 1994년 첫선을 보이며 그 이름을 알렸던 랑에 1은 수많은 시계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은 워치로, 올해 새롭게 적용한 랑에의 50번째 브랜드 무브먼트 칼리버 L 121.1.은 클래식한 수동 와인딩 무브먼트다. 대형 날짜 창은 점핑 기술을 적용해 정확히 자정에 날짜를 변경하고, 자체 제작한 프리-스프렁 헤어 스프링을 장착했으며 72시간 파워 리저브 기능까지 탑재했다. 물론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많은 이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빅 데이트 캘린더로 대표되는 랑에 1의 다이얼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해 까다로운 기준을 지닌 브랜드의 고집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선보인 또 하나의 역작은 랑에 운트 죄네 매뉴팩쳐 칼리버 L043.5를 장착한 자이트베르크 컬렉션. 브랜드 최초로 10분 단위로 차임이 울리는 데시멀 미닛 리피터와 점핑 플레이트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다이얼이 시간을 표시하는 정확한 순간에 차임이 울린다. 실제로 SIHH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디스크가 움직이는 순간 미닛 리피터가 울리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설정한 시간에 정확히 울리는 맑고 선명한 벨 소리는 랑에 운트 죄네가 정확성과 완성도를 위해 섬세한 과정을 쌓아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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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포르투기저 애뉴얼 캘린더

빅 사이즈 손목시계의 시초로 이름을 알리며 출시 75주년을 맞이한 포르투기저는 IWC의 워치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팔린 대표작이다. 시계를 잘 모르는 남성에게도 매력적일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포르투기저는 남자들이 명품 시계를 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위시 리스트 중 하나다. IWC가 올해를 ‘포르투기저의 해’로 선언하고 기존의 포르투기즈가 아닌 포르투기저라는 이름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만큼 다채로운 디자인과 기능의 포르투기저 라인을 만날 수 있다. 기존 라인에 애뉴얼 캘린더 워치와 디지털 빅 데이트를 장착한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추가하면서 비로소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애뉴얼 캘린더는 12시 방향에 위치한 3개의 반원 모양 개별 디스플레이 창에 표시해 가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고, 1년에 한 번 2월 말 조정 기간에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보정 버튼을 장착하는 대신 크라운으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 고유의 심플함을 손상시키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리지널 모델에는 6시 방향에 위치했던 스몰 세컨즈 서브 다이얼을 9시 방향으로 이동해 배치했으며, 맞은편에는 7-days 파워 리저브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한 자체 제작 무브먼트인 52850 칼리버를 장착해 애뉴얼 캘린더의 작동을 최적화한 것 역시 IWC의 탄탄한 기술력과 저력을 다시금 확인시킨 핵심 요소다. IWC의 또 다른 주력 신제품은 날짜와 월을 표시하는 디지털 빅 데이트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디지털 데이트 먼스다. 포르투기저 75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25개의 한정판 플래티넘 모델과 두 종류의 75개의 한정판 레드 골드 모델로 선보인다. 날짜와 월을 표시하는 단순하고 가독성이 높은 대형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제품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윤년 디스플레이, 플라이백 기능을 갖춘 크로노그래프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더블 폴 오토매틱 시스템과 퀵 액션 스위치를 장착한 칼리버 89801까지 IWC의 매뉴팩처 기술을 45mm의 케이스에 집약했다. 포르투기저 컬렉션 출시 75주년을 기념하는 시계답게 아치형 전면 글라스와 산토니 엘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을 장착하고 매력적인 칼리버 디자인을 더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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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알티플라노 크로노그래프
매년 세계 기록을 갱신하며 울트라 신 워치의 새로운 지평을 연 피아제가 과연 올해에는 얼마나 더 얇은 시계를 선보일까? 많은 브랜드들이 얇은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얇으면서도 견고함과 정확성을 모두 갖추기란 기계적으로 매우 어렵다. 게다가 수백 개의 부품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구동해야 하는 컴플리케이션 기능까지 더하려면 시계의 두께는 더욱 두꺼워지기 마련. 하지만 올해 피아제는 이런 한계를 깨고 울트라 신 무브먼트의 강자로서의 면모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컴플리케이션 워치 중 4.65mm 두께의 무브먼트, 8.24mm의 케이스로 가장 얇은 알티플라노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인 것. 이는 크로노그래프를 장착한 컴플리케이션 워치 중 가장 얇은 두께다. 울트라 신 워치에 대한 집념으로 완성한 이 시계는 50시간의 파워 리저브와 6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즈, 3시 방향의 30분 카운터, 9시 방향의 세컨드 타임 존, 그리고 버튼 하나로 작동하는 플라이백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알티플라노는 크로노그래프 모델 이외에도 컬렉션 최초로 골드 브레이슬릿을 함께 선보인다. 폴리싱 처리 혹은 보석 세팅을 한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 구성했다. 워치메이커이자 주얼러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트래디션 오벌 시계도 감탄을 자아내는 컬렉션 중 하나. 이는 1960~70년대의 전설적인 빈티지 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골드 브레이슬릿은 피아제만의 뛰어난 금세공 기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궁중(palace) 마감이라 불리는 세공법을 적용해 화려하고 독특한 질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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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드뷔 아스트랄 스켈레톤
올해 SIHH에서 가장 과감하고 컬트적인 부스를 선보인 로저 드뷔는 브랜드가 지닌 예술적인 영감을 극대화한 아스트랄 스켈레톤 컬렉션을 선보였다. 박람회 첫날 이 놀라운 부스를 소개하는 자리에 시계 장인 로저 드뷔가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이번 컬렉션은 매우 의미가 깊다. 현대적이고 그래픽적인 스켈레톤 워치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로저 드뷔의 매력을 살린 스켈레톤 컬렉션을 테크니컬 스켈레톤, 오토매틱 스켈레톤, 크리에이티브 스켈레톤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해 아스트랄 스켈레톤 컬렉션이라는 테마로 집대성한 것이다. 독창적이고 모던한 스켈레톤을 제네바 인증이라는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 정신으로 살린 이번 컬렉션의 주인공은 단연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이다. 무브먼트만이 아니라 케이스, 플랜지, 핸즈에도 스켈레톤 기법을 적용해 다층적인 스켈레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데 세심한 세공 기술은 물론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무브먼트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워치다. 47mm의 대담한 케이스는 티타늄과 블랙 DLC 티타늄을 스켈레톤 처리했고, 선명한 레드 컬러 알루미늄 컨테이너와 크라운을 매치해 화려함을 더했다. 분당 1회 회전하는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을 스켈레톤 다이얼 위에 배치한 모습은 정교함 그 자체다. 제네바에서 완성한 수동 무브먼트 RD01SQ를 탑재했으며 1백88개 한정 에디션이다. 스켈레톤 무브먼트 위에 컬러풀한 아이비 장식이 있는 엑스칼리버 브로셀리앙드 모델도 눈길을 끌었는데, 다이아몬드와 플라잉 투르비용, 딥 루비 악어가죽 스트랩까지 더해 로저 드뷔 특유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게 완성했다. 28개 한정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보메 메르시에 클래시마 오토매틱 40mm
생애 첫 럭셔리 워치를 구입한다면 그것은 단연 보메 메르시에일 것이다.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획득할 만큼 하이엔드 워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스위스 메이드 시계를, 그것도 수천만원이 아닌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보메 메르시에가 가진 특별한 메리트다. 올해 젊은 타깃층을 사로잡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는 보메 메르시에는 대표 컬렉션인 클래시마를 주력으로 다양한 버전의 클래시마 남성 워치와 여성을 위한 레이디 클래시마를 선보였다. 스틸 또는 투톤 버전의 클래시마 남성 워치는 40mm의 새로운 사이즈, 선명한 라인과 3시 방향의 오픈 데이트 디스플레이로 새롭게 디자인한 다이얼로 기존 오리지널 모델을 재해석해 출시했다. 아이코닉한 직선 모양의 기요셰 데코와 블루 스틸 핸즈가 포인트로,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와 하우스 로고인 그리스 문자 파이(phi)가 새겨진 로터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36.5mm 사이즈로 선보이는 여섯 가지 레이디 클래시마 워치를 출시하면서 커플 워치 시장의 새로운 루키로 부상했다. 레이디 클래시마는 남성용과 마찬가지로 스틸 또는 투톤으로 선보이고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거나 문페이즈를 장착한 특별한 디자인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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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카보테크
www.paneristi.com에 접속하면 스스로를 ‘파네리스티’라 칭하며 파네라이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는 전 세계 파네라이 마니아들을 만날 수 있다. 명품 시계에서는 드물게 열성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파네라이는 스페셜 에디션을 제외하고는 대표 컬렉션인 라미오미르, 루미노르, 이 두 가지 시계만 고수한다. 매년 소재, 시계 스트랩, 무브먼트 기능에만 약간의 변화를 주는데도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 파네라이만의 독보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해군 특공대에 납품한 군용 시계에서 출발해 특유의 파워풀한 이미지를 지닌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은 어쩌면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파네라이 시계 제작에는 사용한 적이 없는 복합 소재인 카보테크를 적용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압도적인 포스가 느껴지는 거친 무늬의 무광 블랙 컬러 케이스는 루미노르의 강렬함을 더욱 극대화하는 핵심 모티브다. 가볍고 외부 자극에 강하며 부식이 되지 않는 카본테크를 사용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과거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눈금 표시와 회전 베젤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P9000 오토매틱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스크루 인 케이스 백은 블랙 티타늄으로 제작해 특별함을 더했다. 더불어 카본테크 케이스와 조화를 이루는 러버 스트랩에는 파네라이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의 OP 로고를 새겨 루미노르 모델 중 가장 파워풀한 면모를 자아낸다. 독특한 개성과 가장 순수한 파네라이의 정체성을 갖춘 루미노르 워치도 만날 수 있다. 브러시드 티타늄 소재의 베젤을 장착한 루미노르 섭머저블 1950 3 데이즈 크로노 플라이백 오토매틱 티타니오가 바로 그 모델. 크로노그래프 바늘을 원점으로 돌아오게 하는 플라이백 기능을 탑재해 파네라이 워치 컬렉션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오프쇼어
1993년 시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은 럭셔리 스포츠 워치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올해 역시 이 전설적인 컬렉션에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를 장착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직경 42mm의 박력 넘치는 다이얼은 1972년 등장한 오리지널 옥타곤 로열 오크의 외형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여기에 내부 케이스를 연철 소재로 제작해 자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도록 고안했다. 이제는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상징이 되어버린 8개의 스크루로 고정한 베젤은 히든 개스킷과 결합해 뛰어난 방수 기능까지 갖췄다. 이미 2010년 카본과 세라믹을 통합 제작한 케이스를 장착한 최초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인 바 있는데, 4년이 지난 올해 최신 셀프와인딩 칼리버 2897을 장착한 새로운 하이엔드 컬렉션을 출시한 것. 3백35개의 부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완성했을 뿐 아니라 1차 시험 조립이 끝난 후 다시 분해해 다시 정밀 세척을 거쳐 최종 조립하기에 신뢰도가 더욱 높다. 0.45g에 불과한 투르비용을 조립하기 위해서는 워치메이킹 장인이 꼬박 3일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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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 RM 19-02
진지함으로 가득 찬 SIHH 전시에 다채로움을 부여하는 리차드 밀. 하이 소사이어티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컬트 브랜드이자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리차드 밀은 무브먼트의 이름을 제품 이름에 그대로 적용할 만큼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RM 19-02 투르비용 플라워 워치는 가장 클래식한 스위스 워치의 형태, ‘자연을 소재로 기계 예술을 표현’하는 고전적인 기법을 담고 있다. 이 컬렉션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일 다른 꽃으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관람객들과 포토 타임을 갖기도 했는데, 플라잉 투르비용을 목련꽃이 감싸고 있는 형태의 움직임 그 자체가 드라마틱한 자태를 드러내 SIHH에서 리차드 밀이 독보적인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다섯 송이의 목련꽃이 우아하게 서서히 열리면 투르비용이 위쪽으로 1mm 올라오며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전 세계 한정 생산된 매그놀리아 컬렉션의 우아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리차드 밀은 꽃잎과 연결된 5개 레버의 동작과 투르비용을 들어올리는 장치의 동력은 별개의 세컨드 배럴에서 가져오도록 고안했다. 고전적인 시계 전통 예술을 재현한 세밀한 예술품인 RM 19-02 는 전 세계 30개 한정으로 선보인다.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은 하이 주얼리 피스 RM 51-02 뚜르비옹 다이아몬드 트위스터는 나선형의 회오리에서 영감을 받아 드라마틱한 순간을 창조했다. 다이아몬드와 블랙 오닉스의 베이스 플레이트는 블랙과 화이트의 모던한 조화를 보여주고, 6시 방향의 투르비용에서 마치 회오리처럼 발산되는 14개의 다이아몬드 라인은 프랑스어로  ‘은하수의 소용돌이’를 의미하는 투르비용의 본질적인 해석을 담고 있는 이중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프리 스프링 밸런스, PVD 처리한 5등급 티타늄 소재 스켈레톤 브리지, 수공으로 마무리한 완벽한 무브먼트 가공 기술까지 리차드 밀만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제품 역시 30개 한정 생산한다.
파르미지아니 톤다 1950 스켈레톤
프라이빗한 부스에 우아한 컬렉션을 가득 채워 프레젠테이션을 개최한 파르미지아니. 그중 브랜드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톤다 1950 스켈레톤 컬렉션은 수공으로 완성한 뛰어난 무브먼트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신제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기존 톤다 1950의 매력을 아는 이들에게는 파격으로 느껴질 만큼 매력적인 제품으로 메인 플레이트 전체를 오픈워크 처리해 정교한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1백27개로 구성된 인하우스 무브먼트 PF 705를 장착했으며 여전히 손으로 섬세하게 모든 부품을 만드는 브랜드인 만큼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소장 가치가 높다. 스켈레톤 컬렉션은 여성을 위한 독특한 버전도 함께 선보이는데, 무브먼트를 오픈워크 처리한 것은 동일하지만 반투명한 글라스로 무브먼트를 덮어 스켈레톤 무브먼트 전체가 보이지 않고 마치 안개에 싸인 듯 신비롭게 은은히 비춘다. 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했지만 글라스의 소재를 달리해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게 된 것. 이렇듯 세심하게 변형된 시계를 선보이는 순간이, 시계를 여전히 예술품으로 다루고자 하는 시계 장인인 미셸 파르미지아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파르미지아니는 이 밖에도 부가티 탄생 10주년 컬렉션, 세계적인 유리공예 브랜드인 라리크와 함께 회중시계와 탁상시계를 결합한 토릭 레핀을 선보여 독특한 시계 예술의 세계를 펼쳤다.

2015 SIHH”에 대한 1개의 생각

  1. 가장 가보고 싶은 박람회중 하나. 올해는 기사가 별로 없었는데 스타일조선에서 현지 취재를 했군요. 파네라이는 처음 접해보는 브랜드인데 2번 시계 골라 보겠습니다. ^^
  2. 휴대폰이 일상화되면서 사실 시계는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소품이 되버렸는데... 누군가 멋진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보면 또 그렇게 멋스러워보일수가 없더라구요... 나이들수록 심플하면서 품격있어 보이는 시계 하나쯤 차고 다니고 싶은 맘이 들던데 개인적으로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담긴1,2,3 피아제 라인들이 취향 저격하네요~^^
  3. 기사가 너무 정성스러워서 감동입니다ㅜㅜ 스타일조선 네이버블로그에서 시계관련 포스트를 읽으면서 스타일조선의 시계 사랑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기사는 정말 자세하고 내용이 많아서 시계의 외형 외에도 읽을거리가 풍부하네요. 잘 몰랐던 명품 시계들의 스토리가 최고네요. 읽는 것만으로도 해박해지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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