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아르헨티나 목동들의 가우초에서 영감을 얻은 에르메스의 올 겨울 컬렉션.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편안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3 행사장 입구에 자리잡은 거대한 말 모양의 종이접기 조형물.
4 더욱 더 진화된 에르메스 여성복 컬렉션을 보여준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르메르.
5 스카프를 주제로 한 전시장 전경.
지난 9월 1일, 이제 빅 패션 시티 중 하나로 떠오른 상하이는 에르메스의 향기로 가득했다. 오후 7시 30분, 초청 게스트들은 거대한 상하이 전시 센터(Shanghai Exhibition Center)로 안내되었고, 행사장인 1950년대 러시안 건물 입구 쪽 광장에는 써퀴 24 포부르(Circuit 24 Faubourg) 스카프 패턴의 거대한 말 모양의 종이접기가 자리 잡아 에르메스의 상징성과 이 찬란한 이벤트의 콘셉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에르메스의 2012년 가을, 겨울 여성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전시와 퍼포먼스 등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에르메스의 가방과 구두 등의 가죽 제품이 5개의 공간에 나뉘어 전시되었는데, 특히 아시아에서는 처음 공개된 에르메스의 섬세한 오트 주얼리가 눈길을 끌었다. 댄스 공연을 보는 듯한 구두 전시, 신비한 조명 아래 빛나는 파인 주얼리, 온통 레드로 장식된 방 안의 백 디스플레이가 이채로웠다. 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모던 아트를 모티브로 한 스몰 액세서리 퍼레이드는 그 어떤 회화 작품 전시보다 품격 있었으며, 화려한 스카프 전시 등 패션 전시회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서 시작된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2012 F/W 여성복 패션쇼. 에르메스에 입성하여 세 번째 맞는 이번 여성복 컬렉션은 노매딕(nomadic)하면서도 도시적인 멋스러움이 돋보인 컬렉션이었다. 조금은 와일드하지만 엄격한 스타일. 아르헨티나 목동들의 가우초에서 영감을 받은 아우터웨어부터 다양한 소재와 파리지엔의 옷장에서 꺼냈음직한 세련된 실루엣, 스포티브하고 편안한 트래블러 아이템들과 저녁을 꿈꾸게 하는 이브닝 웨어까지 네 가지 테마를 녹여 시크하고 다양한 룩을 선보였다.
“모든 컬렉션은 여러 가지 영감의 조합이다. 스타일은 퓨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가우초 스타일과 매우 ‘파리지엔스러움’의 믹스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클래식하기도 하고 또한 매니시하기도 한 1970년대의 파리. 세르주 갱스부르, 브리지트 바르도, 제인 버킨 등을 떠올렸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에르메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번 에르메스의 가을, 겨울 여성복 컬렉션의 색감은 깊고 어두웠으며 실루엣은 대담하면서도 모던했다. 그리고 캐시미어, 가죽, 트윌 렌(twill laine, 실크와 울 혼방) 등의 주요 소재는 보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질 만큼 놀랍도록 순수했고 따뜻해 보였으며 고급스러웠다. 전시와 공연 그리고 패션쇼가 결합된, 화려함과 놀라움이 함께한 에르메스의 상하이 이벤트.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에르메스의 가치를 새삼 재확인한 특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