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ltimate 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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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3, 2021

에디터 장라윤

하이 주얼리의 주인공은 스톤이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결합한 스톤은 그 가치를 배가하며 때를 기다린다. 시간이 흘러 그 주인이 바뀌어도 보석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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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과 귀족, 상류사회 인사, 은막의 여배우나 오페라의 디바 등 유명 인사들의 성공과 우정, 사랑과 질투에는 언제나 보석이 함께했다. 20세기에 와서 보석은 부와 명예의 과시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이야기와 관계를 담고 있는, 교감을 나누는 오브제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위 1개월 만에 왕위를 잃은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의 마지막 왕 움베르토 2세에게 할머니(마르게리타 왕비)가 물려준 보석들은 잊혀가는 가문에 대한 자존심이었다. 사교계의 여왕이자 에디터였던 데이지 펠로스에게 반클리프 아펠의 보석들은 자신을 살아 있는 예술 작품으로 빚어내기 위한 무기였고, 윈저 공작부인에게 까르띠에의 에메랄드 반지는 환영받지 못한 어려운 사랑의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힘이었다. (당시 까르띠에가 바그다드에서 구입한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는 40캐럿이 넘는 크기였다. 이만한 크기의 보석을 구입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까르띠에는 에메랄드를 2개로 나누었고, 그중 하나(19.77캐럿)를 에드워드 8세가 구입해 아내가 될 심프슨 부인의 약혼반지를 만든 뒤 “We are ours now(우리는 하나)”라는 글을 새겼다.) 귀한 원석을 취하고, 그것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뽑아내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주얼리를 갖는 것은 소수만의 특권. 세계적 경매 회사 소더비의 보석 스페셜리스트였던 스테파노 파피와 알렉산드라 로즈는 경매에서 가치가 높은 보석은 희소성 있는 원석과 창의적인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에 담긴 이야기가 큰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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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메종에서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는 1천 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 원석이나 고갈되고 있는 버마산 피존 블러드 루비 등 희소성 있는 원석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 가치를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뽑아내고, 딱 한 피스만 생산하는 게 대부분이다. 다른 고객이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 해도 그 컬러와 크기, 형태, 질감, 밀도까지 일치하는 원석을 다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것을 만들 수가 없다. 1년 후, 5년 후 또는 10년 후에라도 채굴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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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국내 하이 주얼리 시장은 최근 눈에 띄게 성장했다. 디자인을 입은 원석, 그 가치를 아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물론 상속의 목적도 있긴 하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진 국내 컬렉터들을 만나기 위해 올해도 주얼리 메종의 다양한 하이 주얼리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월 2백 점이 넘는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가 한국을 방문해 VIP를 만났다. 희소 가치가 높은 버마산 루비, 그중에서도 컬러가 가장 또렷한 피존 블러드 루비를 세팅한 50억원대 링이나, 40억원대 실론 블루 사파이어 네크리스가 인기를 끌었다. 매년 새로운 테마로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 때 파리에서 하이 주얼리를 선보여온 까르띠에는 하이 주얼리 3백50점을 일주일 동안 한국으로 모셨는데, 그중 1백억원이 넘는 작품과도 같은 주얼리에 관심을 보인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프레드의 하이 주얼리도 작년 11월, 60점이 국내 고객을 만났다. 6억~8억원대 제품들은 반응과 판매 모두 매우 성공적이었다. 올 4월에는 샤넬의 트위드 소재를 하이 주얼리로 표현한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이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세계를 돌며 VIP를 만나는 하이 주얼리는 자신을 원하는(구입하려는) 고객이 있으면 그 길로 투어를 중단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재정비를 한 후 고객 품으로 달려간다. 보통 1~3개월 정도 소요되는 이 시간, 고객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꺼이 기다림을 즐길 듯하다. 보고 싶어도 쉽게 볼 수 없고(국내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 갖고 싶어도 쉽게 가질 수 없는(국내에 도착 전 다른 나라 고객이 먼저 구입할 수도 있다) 하이 주얼리는 그래서 더 마음을 간지럽힌다. 어쩌면 우리는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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