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 2025
글 고성연(홍콩 현지 취재)
홍콩을 열기로 채운 ‘슈퍼 마치(Super March)’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남기는 도시(indelible city)!’ 동서양의 피를 물려받은 홍콩 출신의 한 저널리스트가 지구촌을 강타한 팬데믹 기간에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우연히 보고는 곧바로 집어 든 적이 있다. 물론 지구촌의 어느 도시든 잊기 힘든 매력을 지닌 메트로폴리스로 자리매김하기를 열망하겠지만, 최근 수년에 걸쳐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뽐내는 아시아의 중추적인 허브 도시로서 홍콩을 응원하는 이들이 꽤 많았을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해마다 춘삼월이 가까워지면 엄청난 북적거림 속에서도 묘한 에너지의 미학에 이끌려 축제 같은 주간을 지내곤 했던 기억을 되살리게 됐다. 그리하여 팬데믹 기간 유난히 꽁꽁 막혔던 이 도시의 문이 열려 다시금 찾았을 때 ‘예전 같지 않은’ 기운을 대하고 실망한 이들도 상당수였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올봄의 홍콩은 달라졌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비롯해 각종 문화 예술 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3월, 간만에 예년 분위기가 되살아난 듯 다채로운 시끌벅적함이 도시를 채웠다. 세계 정세와 맞물린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꽤 고무적인 풍경이다. 홍콩의 봄이 돌아온 것일까.
홍콩의 3월, 특히 춘삼월을 끼거나 앞둔 마지막 주는 문화 예술계에서 ‘광란의 주간’으로 부르기도 한다.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을 비롯해 아트 센트럴(Art Central) 같은 현대미술 페어, 미술품 경매와 블록버스터 전시 개막, 각종 공연과 컨퍼런스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줄지어 열리고 다국적 손님들이 도시를 팔색조처럼 수놓는 역동성 덕분이다. 밀도 높은 도심에서 빽빽하게 늘어선 건물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골목길 사이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미술계 ‘패피(패션 피플)’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풍경’은 아니다. 1세기 반 넘게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금융과 무역의 허브였지만, 문화적으로는 불모지, 사막 같은 수식어를 지녔을 정도 사뭇 건조한 세월을 지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창조 도시’를 둘러싼 헤게모니를 놓고 아시아 도시들의 자존심 걸린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3년 스위스산 페어 브랜드인 아트 바젤이 홍콩으로 진출한 것을 계기로 점차 변모했다. 정부 차원의 통 큰 투자와 큰손들의 후원이 이어지며 문화 예술 지형이 새롭게 창조된 것이다.
도시의 매력과 경쟁력을 곱씹게 되는 대상, 홍콩
필자는 언젠가부터 해마다 3월 ‘아트 주간’에 홍콩으로 향하면서 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트 바젤 홍콩’이라는 고정 콘텐츠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마다 참신한 ‘뉴 페이스’를 등장시키면서 도시의 문화 예술적 경계를 점차 확장해나갔다. 팬데믹 전을 돌아보자면, 2018년에는 홍콩 최초의 ‘아트 특화 빌딩’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운 H 퀸스(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화이트 스톤, 탕 컨템퍼러리 같은 유수 갤러리가 입점해 있다), 2019년에는 중앙 경찰서, 빅토리아 감옥 등 16개 옛 정부 건물을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복합 문화 단지로 재탄생시킨 장기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타이퀀(Tai Kwun) 센터 등이 도시의 지평을 넓혀주는 사례였다. 전 세계적인 동면이 끝나고 ‘하늘길’이 다시 제대로 열린 2023년 봄에는 기나긴 공사 끝에 드디어 위용을 드러낸, 아시아 최고의 비주얼 아트 센터를 표방하는 대형 미술관 M+가 기다리고 있었다(2021년 늦가을 문을 열었지만 해외 대다수 방문객들에게는 이때가 첫 만남이었다). 홍콩 정부가 공들여 구룡반도 서쪽 매립지에 세운 시주룽 문화 지구(WKCD)의 핵심인 M+가 일본 거장이자 스타 작가 구사마 야요이 전시를 대대적으로 열면서 화려한 인사를 건넸음에도 2023년 봄은 뭔가 경직되고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M+를 설계한 세계적인 스위스 건축 스튜디오 HdM의 건축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소중하게 남았는데, 그는 T자형으로 교차하는 건물의 실루엣을 가리켜 온통 하늘로 치솟은 수직의 도시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수평의 미학’이 잘 구현됐다면서 “도시의 맥이 잘 흐르도록 하는 에너지를 선사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나 이듬해인 2024년 봄에는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늘 하나씩 ‘must visit’ 목록에 보태지던 ‘새로운 발견’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물론 ‘애정하는’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즐거웠지만). 동서양의 혼혈아로서 ‘제3의 공간’이라 불리는 이 도시의 복잡다단한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됐기에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난가을 간만에 ‘아트 바젤’ 시즌이 아닌 중추절(中秋節) 기간에 홍콩을 찾았다가 살짝 되살아나는 기운을 느꼈다. 세계 양대 경매 회사인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가 홍콩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몸소 증명해 보인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졌다. 당시 크리스티의 아시아 태평양 본사가 지난 9월 중순 홍콩 센트럴 지역의 새 랜드마크인 더 헨더슨(The Henderson) 빌딩으로 확장 이전하며 늘 전시와 경매를 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을 선보였고, 그에 앞서 소더비 홍콩도 센트럴 지역의 랜드마크, 채터에 전천후 공간을 꾸렸다. 시장이야 주기를 타고 온갖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실제로 올봄 홍콩 경매는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중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한 물리적 투자는 든든한 토대가 된다. H 퀸스에서 이사를 단행한 한 메가 갤러리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실적이 아주 양호한 편이라 ‘풍수’가 작용한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곤 한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지리적 위치와 면세 지역의 이점에 힘입은 허브로서의 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올봄에는 세상이 더 혼돈에 빠져버렸지만, 어느 정도 저력을 펼쳐 보인 3월이 아니었나 싶다. 미술계만 아니라 스포츠, 음악 페스티벌 등이 어우러져 주요 호텔들이 ‘만실’을 외치는 광경을 간만에 목도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홍콩에서는 이 기간을 ‘슈퍼 마치(Super March)’라 부르며 전략적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다국적 홍보와 마케팅의 전장으로 되살아난 ‘허브’로서의 매력
예술과 자본의 두 얼굴을 상징하는 중대한 플랫폼인 아트 바젤 홍콩은 올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 세계 42개국에 걸친 2백40개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는 방문객 수만 놓고 볼 때 9만1천여 명을 동원했는데, 국적으로 따지면 70개가 넘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물론 MZ 세대의 활발한 행보가 눈에 띄는 중국 본토의 큰손 컬렉터들이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음은 쉬이 짐작할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의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다채로운 열기가 전시장(홍콩 컨벤션 센터)만이 아니라 도시 곳곳을 타고 흘렀다. 전시장 VIP 라운지는 다국적 미팅이 봇물을 이뤘고(예컨대 필자가 앉았던 한 미팅 테이블에는 대여섯 명이 앉았는데, 각자 국적이 다 달랐다), 내로라하는 럭셔리 호텔과 바, 그리고 홍콩 미드레벨 지역의 고급 맨션 등에서 열린 ‘프라이빗 파티’에는 인파가 넘친 나머지 음식이 늘 번개처럼 사라지기 일쑤였다. 베를린의 아트 페어, 대만, 샤르자 등의 비엔날레, 도쿄의 현대미술 쇼케이스, 연말 오픈을 앞둔 방콕의 미술관 등 저마다의 기관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열띤 경쟁이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분명 예년의 전성기에 비해서 아직은 유럽과 미국에서 찾아온 인사가 적어 보였고, 누군가는 중국 본토 편중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사실 정말로 긍정적인 풍경은 타이퀀과 M+, CHAT 같은 미술관에서 외려 자국민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지하게 감상하는 모습이었다. 도심의 센트럴 지역이나 완차이도 그렇지만 홍콩섬 남쪽 웡척항이 갈수록 활기를 띠어가고, 새롭게 둥지를 튼 해외 갤러리나 신진 갤러리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특히 전반적으로 아시아 작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짙어진 모양새다(아트 바젤 홍콩에서 P21 갤러리의 신민 작가가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현지에서 만난 한 홍콩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 여유 없이 살던 홍콩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가 가진 건 뭘까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찾아다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특히 전반적으로 아시아 작가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짙어진 모양새다(아트 바젤 홍콩에서 P21 갤러리의 신민 작가가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현지에서 만난 한 홍콩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 여유 없이 살던 홍콩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가 가진 건 뭘까 궁금해하고, 들여다보고, 찾아다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1 아트 바젤 홍콩 중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인카운터스’ 섹션에서는 존 래프먼(Jon Rafman), 리암 길릭(갤러리 바톤), 허지혜(휘슬갤러리) 등의 작품 18점을 선보였다.
2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제공되는 ‘프라이빗 요트’ 서비스. 이미지 제공_Rosewood Hong Kong
3 ABHK25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영예는 우리나라 작가 신민(P21 갤러리, b. 1985)에게 돌아갔다.
4 ‘갤러리즈’ 섹션에 참가한 글래드스톤 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인 아니카 이(Anicka Yi) 작가의 조각 작품 ‘Thom’(2023~2024)과 평면 작업 ‘×þL§’(2025).
5, 6 ABHK에서 멀지 않은 홍콩섬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인 아트 센트럴도 많은 관람객을 동원했다.
7 ABHK 홍보용 간판. 김수자 작가의 ‘떠도는 도시들: 보따리 트럭 2727킬로미터’ 이미지가 보인다.
8 가고시안에서 열린 사라 제(Saraj Sze, b. 1969) 개인전. Artwork Ⓒ Sarah Sze Photo by Ringo Cheung Courtesy Gagosian
9 하우저앤워스 홍콩 지점의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모습. Louise Bourgeois, ‘Spider’, 2000, Steel and marble, 52.1×44.5×53.3cm.
10 소더비 홍콩의 기획전 <Corpus – Three Millennia of the Human Body>.
11 홍콩 남쪽 웡척항 ‘아트 타운’에 들어선 갤러리 포디움(PODIUM) 기획전에 전시된 이예인 작가 작품 ‘Arm sprouting branches’(2025).
12 웡척항 풍경.
13 M+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Picasso for Asia—A Conversation>전. Photo by Lok Cheng Image courtesy of M+, Hong Kong Ⓒ Visite à Picasso, a film directed by Paul Haesaerts, Production Art et Cinema, Copyright Eyeworks Film & TV Drama
14 타이퀀에서 선보인 중국 작가 후샤오위안 개인전 <Hu Xiaoyuan: Veering>.
15 타이퀀 내 미술관 입구.
2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제공되는 ‘프라이빗 요트’ 서비스. 이미지 제공_Rosewood Hong Kong
3 ABHK25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영예는 우리나라 작가 신민(P21 갤러리, b. 1985)에게 돌아갔다.
4 ‘갤러리즈’ 섹션에 참가한 글래드스톤 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인 아니카 이(Anicka Yi) 작가의 조각 작품 ‘Thom’(2023~2024)과 평면 작업 ‘×þL§’(2025).
5, 6 ABHK에서 멀지 않은 홍콩섬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인 아트 센트럴도 많은 관람객을 동원했다.
7 ABHK 홍보용 간판. 김수자 작가의 ‘떠도는 도시들: 보따리 트럭 2727킬로미터’ 이미지가 보인다.
8 가고시안에서 열린 사라 제(Saraj Sze, b. 1969) 개인전. Artwork Ⓒ Sarah Sze Photo by Ringo Cheung Courtesy Gagosian
9 하우저앤워스 홍콩 지점의 루이즈 부르주아 개인전 모습. Louise Bourgeois, ‘Spider’, 2000, Steel and marble, 52.1×44.5×53.3cm.
10 소더비 홍콩의 기획전 <Corpus – Three Millennia of the Human Body>.
11 홍콩 남쪽 웡척항 ‘아트 타운’에 들어선 갤러리 포디움(PODIUM) 기획전에 전시된 이예인 작가 작품 ‘Arm sprouting branches’(2025).
12 웡척항 풍경.
13 M+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Picasso for Asia—A Conversation>전. Photo by Lok Cheng Image courtesy of M+, Hong Kong Ⓒ Visite à Picasso, a film directed by Paul Haesaerts, Production Art et Cinema, Copyright Eyeworks Film & TV Drama
14 타이퀀에서 선보인 중국 작가 후샤오위안 개인전 <Hu Xiaoyuan: Veering>.
15 타이퀀 내 미술관 입구.
※ 1, 3, 7 이미지 제공_Art Basel Hong Kong
※ 4~6, 9~12, 14, 15 Photo by 고성연
※ 4~6, 9~12, 14, 15 Photo by 고성연
점점 진화하는 구룡반도와 란타우섬의 활기찬 풍경
솔직히 올해는 글로벌 미술 시장의 고군분투 속에서 약간의 ‘일탈’을 가미한 여정을 모색했다. 다행히 미술계는 잠시라도 ‘홍콩다운 봄이 돌아왔다’는 반응으로 고무되는 모습이었고, 필자 개인적으로는 홍콩의 다채로운 매력을 몇 가지 더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포문을 열었던 팝 컬처 페스티벌인 콤플렉스콘(ComplexCon)으로 올해도 란타우섬에 자리한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렸다(3월 21~23일). 서울에서도 롯데 뮤지엄 전시로 잘 알려진 뉴욕 기반의 예술가 대니얼 아샴이 예술감독을 맡고 마지막 날에는 K-팝 걸 그룹 NJZ(뉴진스)가 라이브 무대를 장식해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콤플렉스콘은 음악, 패션, 아트, 스트리트 컬처를 한데 모은 글로벌 플랫폼인데,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의 ‘힙한’ 협업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예컨대 홍콩의 인기 보이 그룹 미러(Mirror)가 론칭한 브랜드의 옷을 그의 미소 띤 설명을 들으며 살 수 있다). 아시아 최장 케이블카인 ‘옹핑360’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청동 좌불상(별칭 ‘빅 부다’)을 시야에 담을 수 있는 관광 코스로 유명한 란타우섬은 사실 홍콩 국제공항에서 가까워 공연이나 비즈니스 미팅차 방문해도 트레킹까지 덤으로 즐기고 가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홍콩의 옛 공항인 카이탁 공항 부지에서는 올봄 제일 인상 깊었던 축제의 현장이 펼쳐졌다. 아마도 늘 새로움을 보여주는 전략을 고민했을 홍콩이 야심 차게 꺼낸 카드가 될 구룡반도의 ‘카이탁 스포츠 파크’! 착륙 고도가 낮아 주민들에게 스릴 어린 추억을 선사했던 카이탁 공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도시의 상징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2020년 개통된 MTR 역과 통하고 싱그러운 공원도 끼고 있는 카이탁 스포츠 파크의 꽃은 단연 개폐식 지붕을 장착한 5만 석 규모의 카이탁 스타디움이다. 올봄 ‘슈퍼 마치’의 화룡점정도 막 문을 연 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글로벌 럭비 축제인 ‘캐세이/HSBC 홍콩 세븐스(Cathay/HSBC Hong Kong Sevens) 2025’였다(흔히 ‘홍콩 세븐스’라 불린다). 사실 럭비 자체는 아시아 지역에서 대중적인 인기 스포츠가 아니지만 1976년 출발한 이 대회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상징적인 ‘문화+스포츠’ 축제로 올해는 3월의 마지막을 생동감 있게 수놓았다. 전 세계 12개 팀이 2박 3일에 걸쳐 참가한 이 대회에는 새 스타디움 효과로 더 활기를 띠면서 13만 명 넘는 관객의 발품을 이끌어냈다. 비록 마지막 날(3. 30) 우승 경기는 놓쳤지만 그래도 우승 팀(뉴질랜드 여자 팀, 아르헨티나 남자 팀) 경기 중 하나씩을 관전하는 행운을 누렸다. ‘도파민’ 폭발하는 역동성 덕분에 카이탁 스타디움에 들어서 있는 캐세이퍼시픽 라운지의 푹신한 의자와 풍성하고 맛난 뷔페를 두고도(캐세이는 홍콩 국제공항 내 미식과 휴식 공간이 웬만한 호텔 부럽지 않은 ‘더 피어’ 등의 라운지로도 유명하다) 경기를 보느라 바빠 내내 서 있었다. 특히 홍콩-중국의 대결은 그야말로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마치 ‘아시아 허브’로서의 건재함을 응원하는 듯 국적을 가리지 않고 ‘홍콩’을 외치며 하나가 되는 다국적 관객의 합창을 지켜보는 재미 역시 만만치 않았다(홍콩의 낙승으로 끝났다).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가려 부단히 애쓰는 이 도시의 향후 여정에도 “비바, 홍콩!”을 읊조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1~5 ‘슈퍼 마치’라 불리는 홍콩의 3월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아시아 최대 럭비 축제가 마지막 주말을 장식했다. 5만 석 규모로 새롭게 문을 연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캐세이/HSBC 홍콩 세븐스 2025’가 28일부터 30일까지 펼쳐졌다.
6~8 홍콩 란타우섬에 자리한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콤플렉스콘은 올해 3만5천여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서울에서도 지난해 롯데 뮤지엄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잘 알려진 대니얼 아샴이 에술감독을 맡고 마지막 날에는 K-팝 걸 그룹 NJZ(뉴진스)가 라이브 무대를 수놓았다.
9 케이블카 ‘옹핑360’의 크리스털 캐빈.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란타우섬은 케이블카에서 커다란 청동 좌불상(별칭 ‘빅 부다’)을 시야에 담을 수 있는 관광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미지 제공_Ngong Ping 360, 홍콩관광청
10 홍콩 국제공항 내 캐세이퍼시픽 ‘더 피어’ 라운지의 리트리트(요가) 공간. 캐세이퍼시픽은 ‘라캉스’라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미식과 휴식 시설 등 차별된 서비스가 인상적인 더 피어, 더 윙, 더 덱 등의 라운지를 두고 있다.
6~8 홍콩 란타우섬에 자리한 아시아월드 엑스포에서 열린 콤플렉스콘은 올해 3만5천여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서울에서도 지난해 롯데 뮤지엄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잘 알려진 대니얼 아샴이 에술감독을 맡고 마지막 날에는 K-팝 걸 그룹 NJZ(뉴진스)가 라이브 무대를 수놓았다.
9 케이블카 ‘옹핑360’의 크리스털 캐빈. 트레킹 코스로 사랑받는 란타우섬은 케이블카에서 커다란 청동 좌불상(별칭 ‘빅 부다’)을 시야에 담을 수 있는 관광 코스로도 유명하다. 이미지 제공_Ngong Ping 360, 홍콩관광청
10 홍콩 국제공항 내 캐세이퍼시픽 ‘더 피어’ 라운지의 리트리트(요가) 공간. 캐세이퍼시픽은 ‘라캉스’라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미식과 휴식 시설 등 차별된 서비스가 인상적인 더 피어, 더 윙, 더 덱 등의 라운지를 두고 있다.
※ 1, 5, 6 Photo by 고성연
※ 2~4 이미지 제공_World Rugby Photo by Alex Ho and Zach Franzen
※ 7, 8 이미지 제공_ComplexCon Hong Kong
※ 2~4 이미지 제공_World Rugby Photo by Alex Ho and Zach Franzen
※ 7, 8 이미지 제공_ComplexCon Hong Kong
01. 홍콩을 열기로 채운 ‘슈퍼 마치(Super March)’_Getting Back on Track! 보러 가기
02. Exclusive Interview with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_예술가로서의 완전한 자유를 향해 보러 가기
03. ‘아트 위크’에 머무는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_장밋빛 노을과 푸르른 항구의 축복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