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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 2023

글 고성연

코로나19의 장막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던 아시아의 아트 신이 오랜만에 정상 궤도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팬데믹으로 급제동이 걸렸던 2020년을 제외하면 제법 선방하거나 외려 더 뜨거워지기도 했던 아트 열기로 쏠쏠한 이익을 누렸지만, 아무래도 물리적 이동의 제약으로 각국의 방문객들로 북적거리는 축제 분위기는 목격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초 싱가포르에서 첫 회를 맞이했던 아트 페어 아트 SG(ART SG)를 필두로 아트 페어 세계의 파워 브랜드인 아트 바젤 홍콩(3월), 우리나라가 내세우는 예술제인 광주비엔날레(4월) 등 현대미술계의 글로벌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경의 빗장이 많이 풀리면서 다국적 축제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3년 여 전, 이른 봄을 맞이하는 지구촌 분위기는 그야말로 뒤숭숭하고 암담했다. 코로나19의 강타로 대다수가 발이 묶이고 국내외 할 것 없이 행사가 줄줄이 어그러지거나 기약 없이 미뤄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술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그해 상반기 행사들은 여지없이 가혹한 운명을 견뎌내야 했다. 그런데 팬데믹 2년 차인 2021년에는 온도가 달라지면서 ‘순풍’이 분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2022년에도 그 기조가 이어져 미술계는 출중한 아트 페어와 경매 실적, 전시 관람 열풍 등으로 여러모로 함박웃음을 짓거나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물론 나라마다, 도시마다 온도 차는 있었지만). 시장에는 엄연히 사이클이 존재하는 데다 글로벌 악재도 많은지라 올해 전망을 낙관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훨씬 자유로운 이동 환경 덕에 다국적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지고 있기에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볼 이유는 충분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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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부터 홍콩, 광주, 부산, 타이베이까지… 미술 행사 퍼레이드
올봄,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대어’는 아무래도 3월 21일 프리뷰 기간이 시작되는 아트 바젤 홍콩이다. ‘아트 바젤’이라는 최강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글로벌 행사의 아시아 플랫폼으로서 다국적 방문객을 제대로 맞이하는 게 무려 4년 만이기 때문이다. 아트 페어 규모(32개국 1백77개 갤러리) 자체를 보면 팬데믹 전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규모 설치 작업의 미학이 돋보이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부문을 비롯해 컨버세이션, 필름 등 기존 페어의 모든 특별 섹터가 다시 돌아오는 구성이 반갑다. 올해의 인카운터스 부문에서는 13개 설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인데, 산업용 트롤리와 폐기 직물 등을 활용해 여성 노동자에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자파 람(Jaffa Lam)의 장소 특정적 작품 ‘트롤리 파티(Trolley Party, 2023)’, 잘게 파쇄된 유로화 지폐가 유통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 설치 ‘빗물 속 눈물처럼(Like Tears in the Rain, 2023)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김홍석 작가(국제갤러리)는 노동의 가치에 따르는 불확실성을 대변하는 탈을 쓴 마네킹 조각 ‘침묵의 고독’(2017~2019)을 인카운터스에서 선보인다. 늘 그렇듯 아트 페어 기간에는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장외 전시’가 더 기대를 모으기도 하는데, 올해는 더 그럴 듯싶다. 팬데믹 여파로 그간 홍콩을 찾지 못했던 해외 방문객들로서는 현대미술관 M+의 진면목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 차원에서 매립지를 매머드급 문화 예술 지구로 탈바꿈시킨 시주룽 문화 지구의 핵심 콘텐츠인 현대미술관으로 어마어마한 컬렉션과 기획전을 뽐낸다. 명실공히 홍콩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M+에서는 현재 글로벌 블루칩 작가 구사마 아요이(Yayoi Kusama) 대형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아트 바젤 홍콩 2023 기간에는 M+ 파사드에 세계적인 영상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너의 믿음을 건네줘(Hand Me Your Trust)’가 상영될 예정이기도 하다.
오는 4월 7일에는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상업 플랫폼인 아트 페어와 달리 첨예한 동시대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는 국제 미술제로, 우리나라의 대표 비엔날레. 이번 행사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이숙경 국제 미술 수석 큐레이터가 에술 총감독을 맡았는데,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를 내세운다.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품은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지구를 저항,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79명의 다국적 작가가 참여하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메인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다(7월 9일까지). 5월에는 부산과 타이베이에서 글로벌 아트 페어가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네 항구도시 부산의 열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하는 아트 부산이 벡스코(BEXCO)에서 5월 4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나흘간(7일까지) 이어지고, 5월 중순에는 타이베이에서 당다이 아트 페어(Taipei Dangdai)를 선보이는 일정이다. 각 도시가 내로라하는 행사가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여러 콘텐츠를 버무린 잔치를 벌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기에, 봄맞이 예술 기행을 떠날 계획을 세워봐도 좋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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