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2, 2025
글·크레딧 정리 강주희(객원 에디터)
여지없이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의 사정 속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영감을 갈구한다. 무뎌진 감각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이 바로 예술의 존재 이유 아닐까. 지난한 세계에 맞서 투쟁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들의 작품은 조용한 위로와 희망을 동시에 건넨다. 디지털 시대를 날카롭게 풍자한 Mak2의 상상력부터 우에다 쇼지가 사진 속에 숨겨둔 기쁨의 순간까지. 다채로운 전시를 계기로 반짝이는 영감을 다시 한번 채워보자.
피크닉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 일본의 사진 거장 우에다 쇼지의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국내 첫 회고전. 고요한 모래언덕 위에 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정적의 순간, 그 특별한 장면이 전시의 서막을 연다. 초기 습작부터 ‘모래언덕’ 연작, 어린이 초상, 후기 컬러 사진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대표작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공개한다. 소소한 일상 속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의 작품 중에서도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모래언덕’ 연작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시 기간 3월 2일까지 문의 piknic.kr
이미지 제공_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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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미술관 <영원한 것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한 것들> 한국 최초의 작가 기념 미술관인 환기미술관이 대규모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김환기의 예술 철학을 담은 특별전을 마련했다. 김환기의 생애 전반에 걸친 예술 여정을 조명하고, 유화를 비롯한 드로잉, 오브제 등 1백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전시다. 특히 삼국시대 불두와 조선 후기 백자 같은 애장품도 함께 전시해,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예술적 소재와 미적 요소를 엿볼 수 있다.
전시 기간 3월 5일까지 문의 whankimuseum.org
이미지 제공_환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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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서울 툰지 아데니-존스 개인전 <무아경>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천상의 모임’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툰지 아데니-존스가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 나이지리아 태생의 영국 작가인 그는 요루바 문화에서 영감받은 강렬한 색감과 독특한 인물화로 알려져 있으며, 서아프리카 고대사와 그 지역 고유의 현대미술 담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구부러진 신체의 실루엣과 잎사귀로 뒤덮인 추상적 배경이 교차하는 회화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전시 기간 1월 10일~2월 22일 문의 whitecube.com
이미지 제공_화이트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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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푸른 생명력이 깃든 상형청자가 다시 빛을 발한다. 고려시대 도자 공예의 정수를 담은 상형청자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국보 11건, 보물 9건을 포함한 대표작과 발굴품 등을 한자리에 모은 최대 규모의 상형청자전이다. 기원과 전통, 제작과 소비, 형태와 아름다움, 신앙과 예술 등 4개 주제로 구성해 상형청자의 다채로운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획전시실에서는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 소장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도 함께 열린다.
전시 기간 3월 3일까지 문의 museum.go.kr
이미지 제공_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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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와엘 샤키>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이집트 국가관 참여로 명성이 더욱 높아진 작가는 영화, 퍼포먼스, 드로잉,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고 역사와 신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작 영상 3점과 조각, 설치 등 7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 이집트, 고대 도시 폼페이의 문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를 공통 주제로 다루며, 이들 문화가 역사적 사건과 전통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전시 기간 2월 23일까지 문의 daeguartmuseum.or.kr
와엘 샤키, ‘나는 새로운 신전의 찬가’, 2023,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55분. 이미지 제공_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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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 <Jorge Pardo> 쿠바계 미국 작가 호르헤 파르도는 따뜻한 색감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PKM 갤러리에서 22년 만에 열린 이번 개인전에서는 페인팅, 드로잉, 램프, 가구, 텍스타일 등 작가가 직접 제작하거나 디자인한 신작 20여 점을 전시한다. 파르도의 시그너처 작업인 램프 조각과 월 램프 조각 14점도 포함되어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1월 11일까지 문의 pkmgallery.com
제임스 로젠퀴스트, ‘침대스프링’, 1962, 캔버스에 유채, 칠한 나무 틀과 노끈. 91.4×91.4cm(36×36in). 이미지 제공_타데우스 로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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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 마틴 보이스 개인전 <Celestial Snowdrops>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품부터 서정적인 조형 작업까지, 일상의 형태를 정제된 미학으로 재해석한 마틴 보이스의 전시가 갤러리 에바 프레젠후버 x P21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는 천장에 설치된 모빌 작업 ‘The Weight of the Tides’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보이스는 이 모빌을 꿈과 기억에 비유하는데, 떨어져 있는 조각들이 온전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지만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꿈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전시 기간 1월 25일까지 문의 cni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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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박진아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 박진아의 개인전 <돌과 연기와 피아노>가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와 한옥 공간을 수놓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전시장, 레스토랑 주방, 피아노 공장을 배경으로 일상의 장면을 회화로 재구성한 유화와 수채화 등 신작 36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현장에서 촬영한 스냅사진을 바탕으로 순간의 장면을 화폭에 재구성했다. 전시장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의 이면이 펼쳐진다. 작업 중인 아트 핸들러, 주방의 조리 과정, 피아노 제작 공정 장면이 담긴 회화들은 일상 속에 숨겨진 역동성을 드러낸다.
전시 기간 1월 26일까지 문의 kukjegallery.com
박진아, ‘피아노 공장 06’, 2024, Oil on linen, 150×170cm. 사진_안천호, 이미지 제공_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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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스프로젝트 서울 Mak2 개인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홍콩 출신 작가 Mak2의 국내 첫 개인전.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둘러싼 모호함과 불안감을 다루는 Mak2는 회화를 비롯해 3D 프린팅 조각과 비디오 작업 등을 넘나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의 세계를 배경으로 유머러스한 가짜 뉴스 내러티브를 재구성하고 이를 목가적인 풍경에 담아낸 ‘홈 프롬 홈(Home from Home)’ 회화 연작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신작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는 소를 모바일 핫스폿으로 변형한 가상의 스토리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정보 왜곡을 풍자하며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낸다.
전시 기간 2월 15일까지 문의 peresprojects.com
Mak2, ‘홈 프롬 홈: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2024, 회화 – 캔버스에 유화와 아크릴릭, 세폭화, 100×150cm. 이미지 제공_페레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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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 로팍 서울 <꿈의 세계: 회화, 드로잉 그리고 콜라주, 1961–1968> 4개의 거대한 캔버스에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개인전은 1960년대 그의 예술적 전환기를 조명한다. 당대 창작된 기념비적 회화와 비정형 캔버스, 연구작, 스케치, 콜라주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로젠퀴스트는 화면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여성의 경험이 간과되는 현실을 조명하고, 에로티시즘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다.
전시 기간 1월 25일까지 문의 ropac.net
제임스 로젠퀴스트, ‘침대스프링’, 1962, 캔버스에 유채, 칠한 나무 틀과 노끈. 91.4×91.4cm(36×36in). 이미지 제공_타데우스 로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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