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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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 2023

photographed by lee sang hun

King3세대를 거치며 발전한 폭스바겐 투아렉은 역사에 남을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잘 드러나지 않은, 폭스바겐의 아카이브에만 갖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짤막한 이야기 열다섯 가지를 꼽아봤다.

2002

Top of the Top, 투아렉 V10
문장을 읽다 보면 숫자만으로도 압도당할 때가 있다. 10기통, 313마력, 제로백 6.9초, 그리고 무엇보다도 76.5kgf·m라는 최대토크! 두 개의 터빈을 달고 근육질의 후드 아래를 가득 채운 5L V10 TDI 엔진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2002년 고성능 디젤엔진의 정점을 찍었다.
2004

진짜 한정판, 투아렉 W12 스포트
2004년 폭스바겐의 제품개발 엔지니어들은 투아렉 정도의 차라면 당연히 폭스바겐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엔진을 품은 스페셜 버전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들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무려 450마력을 내는 6L 배기량을 가진 W12 엔진을 투아렉에 집어넣은 것이다. 딱 500대만 한정 생산한 투아렉 W12 스포트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단 5.9초 만에 끝냈다.

2005

영화 주인공이 된 투아렉 콩
2005년, 영화 <킹콩>에서 투아렉은 주연배우들이 험난한 정글을 탐험하는 탐사차로등장해 영화 내내 화면을 누볐다.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는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한 ‘투아렉 콩’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가격은 4만 8,225유로였다. 4,200유로를 내면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실버 루프 크로스바 등이 포함된 콩 패키지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었다. 2열 승객이 이동하며 영화도 볼 수 있게 2열 엔터테인먼트 패키지와 무선 헤드셋도 갖췄다.

투아렉은 세계 일주도 가능케 한다
2004년 7월 18일, 저널리스트와 일반고객, 그리고 프로 드라이버로 구성된 다섯 팀이 결성됐다. 이들은 174마력을 내는 기본형 투아렉을 타고 미국 알래스카를 출발해 세계 여행을 떠났다. 무려 17개월에 달하는 여행은 이듬해인 2005년 10월 29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도착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북미, 호주,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까지 총 다섯 개 대륙을 가로지르며 달린 거리는 무려 7만 7,000km!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 일주를 폭스바겐은 ‘투아렉 익스피리언스 360°’프로그램으로 실현시켰다.
미국 국방성도 인정한 투아렉의 자율주행 기능
지금이야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자동차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2005년만 해도 자동차 자율주행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하는 얘기였다. 하지만 허무맹랑하다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진들은 레이싱 팀을 꾸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들은 자율주행 연구를 위해 주저 없이 폭스바겐 투아렉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5년 10월 8일, 미국 국방성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 중 하나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서 주최한 그랜드 챌린지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참가한 23팀 중 결승선을 넘은 차는 오직 다섯 대뿐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모하비 사막과 협곡을 완전 자율주행으로 240km 가로질러 결승선에 다다르는 그랜드 챌린지는 2004년 처음 펼쳐졌으며 첫 해에는 아무도 완주하지 못했다. 스탠퍼드 레이싱 팀이 투아렉으로 우승한 2회 대회는 세 개의 좁은 터널을 비롯해 100군데에 이르는 예리한 방향 전환과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옆길이 줄기차게 이어져 대회 난도가 더욱 올라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팀, 지에트로의 비밀 무기
탐험가 레이너 지에트로(Rainer Zietlow)는 투아렉으로 세계기록을 네 개나 경신했다. 먼저 2005년 1월, 칠레에서 해발 6,081m에서 운전을 해 세계 최고도 주행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몇 해 뒤에는 세계 최장거리 주행 기록을 세 개나 갈아치웠다. 첫 번째는 파나메리카나에서 2011년 7월 2일부터 13일까지, 장장 11일 하고도 17시간 동안 달린 거리가 2만 3,000km다. 이어 노르웨이 노스케이프에서 남아프리카 아굴라스 케이프까지 달려 또 하나의 기록을 경신했다. 당시 지에트로는 큰 사고를 당해 에티오피아에서 13일간 수리를 위해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2014년 10월, 21일 16시간 동안 1만7,000km를 달리는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기록은 반대로 아굴라스 케이프에서 시작해 노스케이프로 달리며 세운 것으로 9일 4시간 동안 1만7,568km를 달렸다.

2006

보잉 747을 견인한 투아렉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장면. 2006년 투아렉은 155톤에 달하는 보잉 747을 격납고에서 끌어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벤트에 쓰인 에어 프랑스 여객기는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도 쓰인 적이 있다. 2014년엔 <Fifth Gear> 매거진에서 다시 한번 이벤트를 재연했다. 이번엔 단지 격납고에서 끌어낸 정도가 아니라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뒤에 달고 주행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2007

오프로드의 제왕, 투아렉 R50

한때 투아렉 R50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오프로드 SUV로 이름을 떨쳤다. 최고출력 350마력에 86.7kgf·m의 최대토크를 내는 V10 TDI 엔진. 바퀴는 21인치 림에 폭 295 사이즈 타이어를 신고 에어 스프링 서스펜션을 갖춰 거친 노면도 잘도 달려나갔다. 파랗게 칠한 브레이크 캘리퍼와 도드라지는 휠 하우징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R50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2008

바자 사막을 점령한 몬스터 트럭
사막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레이스 중 바자 1000에 버금가는 광란의 경주는 없다. 풀 스피드로 달리며 온갖 장애물을 피하는 레이서를 보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사실 폭스바겐은 이미 비틀을 바탕으로 만든 버기카로 바자 1000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2008년, 최신 투아렉 트로피 트럭을 선보였다. 차체는 탄소섬유로 만들고 강인한 전용 휠로 험로 주파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레이서를 보호하는 롤케이지까지. 승리의 성공 법칙을 충실히 따른 몬스터 트럭은 바자 사막에 또 한 번 폭스바겐 바람을 일으켰다.

2009

다카르 랠리에서 진가를 발휘한 투아렉
폭스바겐이 다카르 랠리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4년이다. 그리고 꾸준한 도전 끝에 재참가 6년 만인 2009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카르 랠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전 세계에서 가장 거친 랠리다. 오죽하면 죽음의 레이스라는 악명을 떨칠까. 레이스 투아렉은 무시무시한 다카르에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역사를 썼다.

실크 웨이 랠리(Silk Way Rally)를 독차지한 레이스 투아렉
레이스 투아렉 2는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주목받았다. 재밌는 점은 성능뿐만 아니라 바디키트까지 인기를 끌었다는 것. 특히 동서양 문명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달리는 실크 웨이 랠리에서는 레이스 투아렉 2의 바디키트가 인기를 끌어 폭스바겐 전문 튜너인 호펠레는 실크 웨이 랠리 에디션이라는 바디키트까지 출시했다.

2010

레전드들의 재회
2010년 1월, 폭스바겐은 다카르 랠리에서 1위, 2위, 3위를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석 대의 폭스바겐 레이스 투아렉 2가 나란히 포디엄 앞에 멈추는 순간, 관중들은 1980년 다카르 랠리에서 폭스바겐의 일티스 석 대가 포디엄을 가득 채웠던 30년 전을 떠올렸다.

2011

레이스 투아렉 3 카타르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술을 가장 정교하고 완벽하게 가다듬는 방법은 바로 사막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카타르 오토쇼에서 처음 선보인 레이스 투아렉 3 카타르는 다카르 랠리 3연속 우승을 통해 쌓인 노하우를 가져와 콘셉트카에 적용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이스 투아렉 3을 바탕으로 만들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을 6초 이내에 끊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랠리 머신에서 누릴 수 있는 험로 주파성도 더했다. 게다가 탄소섬유나 나파 가죽, 질 좋은 누벅 소재를 인테리어에 활용해 사막보다는 컬렉터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기 쉬운 구성을 갖췄다.

투아렉 골드 에디션
투아렉 골드 에디션에서 반짝이는 부분은 전부 진짜 금이다. 2011년 카타르 모터쇼를 위해 폭스바겐이 제작한 이 어마어마한 투아렉은 말 그대로 24캐럿 금으로 차체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22인치 림과 루프 레일, 그리고 윈도 프레임과 사이드 미러캡에 이어 에어 인테이크 그릴까지. 물론 도금을 한 부분도 있다. 바로 투아렉 V8 엠블럼과 트렁크 게이트 프로텍션이다.

2017

실크로드를 달린 서른 대의 투아렉
투아렉 탄생 15주년을 맞아 서른 대의 투아렉이 실크로드를 따라 대모험에 나섰다. 15일 동안 펼쳐진 대장정은 콘보이의 호위를 받으며 중국 허난성 뤄양에서 시작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5,200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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