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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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2, 2013

글 심우찬(패션 & 뷰티 칼럼니스트,의 저자)

두오모 성당이나 우피치 미술관 못지않은 피렌체의 상징,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그 비밀스러운 중세의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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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산타 마리아 노벨라
작년 11월, 피렌체의 역사와 함께해온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브랜드 탄생 4백 주년을 기념해 ‘알바 디 서울’이란 향수를 출시했다. 소나무 사진가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사진을 패키지에 사용한 이 제품은 은은한 솔 향기 나는 서울의 새벽을 담았다. 정작 우리 자신조차 생각지 못한 대한민국의 품위 있는 향은 전 세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매장에서 많은 인기를 모으며 판매되고 있다. 모두 전통에서 오는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냉정과 열정이 교차하는 도시, 피렌체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인 동시에 누구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지 않은 곳이 바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이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라는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 이름이기도 하지만 외지에서 피렌체에 도착한 열차가 정착하는 역 이름이기도 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예술 세계와 깊은 관련이 있는 피렌체를 대표하는 성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 당시 지식층이었던 수도사들이 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따라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은 이 성당과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약국의 명성이 알프스를 넘어 전 유럽 대륙에 이르게 된 것은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자 루브르 궁이라든가 튀일리 정원 등을 재건한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카트린 데 메디치) 덕분이다. 그녀는 잘 알려진 것처럼 피렌체의 명문가, 메디치가 출신으로 후에 앙리 2세가 되는 오를레앙 공과 결혼해 프랑스로 시집왔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당시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던 피렌체에서 프랑스로 시집오면서 그녀는 피렌체의 화려한 선진 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르셋과 드레스로, 당시의 프랑스의 복식사를 완전히 바꾸어놓았으며 포크와 나이프 등의 식기와 향신료를 쓰는 요리법은 프랑스를 구르메 국가로 만드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그녀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애용했던 향수, 아쿠아 디 콜로니아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그 세련된 향 덕분에 이후 프랑스 궁정을 시작으로 대유행했다. 그러면서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란 말이 탄생했으며 이는 오늘날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향장 국가로 우뚝 서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역사적인 향수를 만들어낸 곳이 바로 피렌체의 아름다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이다. 당시 도미니카 수도회 수도사들은 성경 연구와 신부 각자에게 주어진 전문 분야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신에게 받은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직접 재배한 약초를 가지고 오랜 연구와 실험을 거쳐 치료용 연고와 아로마 오일, 향수 등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바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사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 뛰어난 효능 덕분에 왕실 전용 약국이 된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대중의 성원에 힘입어 일반인에게 약을 판매하는 대중적인 약국으로 변신했다. 바로 산타 마리아 노벨라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1612년). 이후 약제 신부들이 개발한 처방전 덕분에 18세기에 이 약국의 명성은 러시아, 인도, 심지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당시 약제 신부였던 고초니아는 세계 각국에 판매되는 이 제품을 위해 관련된 처방전을 연구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처방전을 따를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매장에 들어서는 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영화 의 시대를 체험하는 듯한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입구에서부터 코끝에 와 닿는 포푸리 향에 매료되는 스칼라가(Via della Scala)의 본점은 세계 각국어를 쓰는 쇼핑객들과 그들이 터뜨리는 플래시로 이곳이 두오모 성당이나 우피치 미술관 못지않은 피렌체의 렌드마크임을 증명해준다. “이곳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에요. 바로 피렌체의 역사와 전통을 파는 곳이죠.” 이 특별한 여행의 안내를 맡은 커머셜 디렉터 장 루카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것은 이 범상치 않은 매장을 둘러보면 금방 납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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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첨단 과학이 만들어내는 ‘예술 화장품’
어디선가 케이프를 두른 수도사가 나타날 것 같은 높은 천장과 대리석 바닥,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약국 기구와 디스플레이는 흡사 중세의 수도원에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원래는 에르보스테리아라고 불리는 건강 보조제를 파는 약초 전문점이 유서 깊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매장이었다. 지금의 화장품 매장 살라 베르데는 1700년부터 이곳의 특산품인 알케르메스나 엘리지르 디 키나, 초콜릿 등을 고객에게 접대하는 공간으로 쓰이다가 세일즈 룸으로 개축되었다. 이 밖에도 향수와 양초, 아로마 오일 등을 파는 공간과 향수 박물관을 개방하고 있다. 수 세기를 거치면서 전해 내려온 약제 제조 기구나 귀중한 골동품 도자기, 유리나 동, 청동 제약 도구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유물들이다. 특히 전통에는 역사가 있고 역사는 반드시 언어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도서관이 있다. 여느 박물관이나 성당에서도 볼 수 없는 사크레스티아(성구실)는 중세 이래의 의학과 제약 기술 고문서를 보관한 서고이다. 또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매장 공간과 사무실을 지나면 그야말로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내실에 도착하게 된다. 유서 깊은 피렌체의 수많은 건물들처럼 1960년대 일어난 대홍수로 손상된 프레스코화를 복원하는 장면을 본다면 왜 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곧 피렌체의 역사인지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누리는 영광은 역사와 전통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항상 새로움과 시대정신을 제품에 반영하는 적극성 덕분이다. 작년 브랜드 창립 4백 주년을 맞이해 피렌체 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대대적인 축제를 열었던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이제 혁신이라는 말이 떠올리는 파격적인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은 바로 피렌체 중심부에서 약간 벗어난 레지날도 줄리아니가(Via Reginaldo Giuliani)에 있는 아르 누보 스타일의 생산 공장이다. 독특한 노하우가 요구되는 수제품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특성에 맞추어 특별 설비 시스템을 적용한 공장은 철저한 상품 관리로 왜 많은 사람들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에 열광하는지 그 명성을 확인시켜준다.
혁신적인 테크닉으로 파트별로 작업하고, 기계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일일이 수작업을 거치기도 하며, 퀄리티 높은 자연 성분을 지켜가면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광경은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과 다름없이 정성스럽다. 이 역사적인 매장의 곳곳에는 삼성의 거대한 터치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이래 끊임없이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팬들은 이런 점 때문에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3D 영상으로 제품의 성능을 살펴보면서 주문까지 하는 SF 영화 같은 장면이 반가운 이유이다.
에브제니오 알판데리 사장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세계적인 성공 중에서도 저는 극동 아시아에서 거둔 성공이 가장 소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화장품 시장이면서도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알아주는 한국과 일본에 이어 럭셔리 최고의 격전지인 중국에서의 성공은 바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특히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소비자 중 한국 소비자가 가장 젊은 세대죠. 브랜드와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라고 자부심 있게 말한다. 알바 디 서울이란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향수는 수차례 방한을 통해 한국과 사랑에 빠진 그가 대한민국에 보내는 오마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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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노벨라 최고의 제품들
1 이드랄리아 크림(Crema Idralia)
최고의 보습력을 자랑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베스트셀링 제품.
2 올리오 코스메티코(Olio Cosmetico)
끈적임이 전혀 없는 고농축 오일. 탁월한 보습 효과로 유명한 제품.
3 산타 마리아 노벨라 퍼퓸(Aqua di Colonia Santa Maria Novella)
카트린 드 메디시스 왕비가 프랑스로 시집오며 지참한 향수로 전 유럽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향수 역사상 기념비적인 향수.
4 알바 디 서울(Alba di Seoul)
은은한 솔 향기가 나는 품위 있는 향수. 브랜드 창립 4백 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이자 서울과 사랑에 빠진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대한민국에 보내는 오마주로, 소장 가치가 높다.
5 사포네 벨루티나(Sapone Vellutina)

크림형 비누. 이드랄리아 크림 반 개에 해당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뛰어난 보습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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