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 2017
에디터 권유진(싱가포르 현지 취재)
유혹과 부활, 변형을 상징하며 인류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뱀은 1백 30여 년 전통을 지닌 불가리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 될, 브랜드의 대담한 창의성을 대변하는 진정한 아이콘이다. 이런 뱀 모티브가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미술, 디자인, 패션 등 세계적인 명작에 미친 창의적이고 다각적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여정이 아시아의 주요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펼쳐졌다. 뱀의 풍부한 상징성을 불가리 특유의 우아하고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특별전, <세르펜티 폼(Serpenti Form)>이 바로 그것이다.
1 뱀에 대한 전설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진귀한 고대 유물을 전시한 공간.
2 전시장 벽면에 설치한, 뱀의 육각형 비늘을 형상화한 강렬한 미디어 디스플레이.
3 중국 아티스트 우지엔안의 ‘The White Snake Hid Immediately’, 2015.
4 불가리 브랜드 & 헤리티지 큐레이터 루치아 보스카이니.
2 전시장 벽면에 설치한, 뱀의 육각형 비늘을 형상화한 강렬한 미디어 디스플레이.
3 중국 아티스트 우지엔안의 ‘The White Snake Hid Immediately’, 2015.
4 불가리 브랜드 & 헤리티지 큐레이터 루치아 보스카이니.
로마 브랜드의 대담한 창의성을 대변하는 아이콘,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지난 8월 19일, 아시아의 주요 허브인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 위치한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모습 자체만으로도 강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뱀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불가리의 특별전 <세르펜티 폼>이 진행되는 행사장은 작은 모티브까지 뱀을 사용해 하나의 뱀으로 탈바꿈한 듯했다. 매혹적인 금빛으로 물든 뱀의 육각형 비늘이 전시장 벽면을 장식했고, 그 위에 우아하고 화려하게 움직이는 뱀의 모습을 담은 디지털 영상이 상영되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불가리의 상징적인 아이콘이자, 인류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인 뱀에 주목했다. 1940년대, 뱀의 역동적인 형상을 재해석한 세르펜티 브레이슬릿 워치를 처음 선보인 불가리는 이 오랜 아이콘을 대중에게 다시금 각인시킴과 동시에, 대담하고 풍부한 상징성을 지닌 뱀이 비단 불가리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데 착안해 뱀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인 <세르펜티 폼>을 개최하게 된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전시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닌, 뱀을 모티브로 한 진귀한 고대 유물부터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알렉산더 콜더, 키스 해링 등 근현대미술의 수많은 거장의 작품을 통해 뱀에 관한 비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영화, 오페라에서 사용한 무대의상과 최고의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드레스를 통해 구성을 한층 풍부하게 했으며, 불가리의 아카이브 컬렉션에서 선별한 찬란한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을 함께 선보여 어떻게 뱀 모티브가 변함없이 진화하고, 브랜드에 고갈되지 않는 창의성을 불어넣어주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날 진행된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불가리 CEO 장 크리스토퍼 바뱅은 “이번 전시는 불가리에다면적으로 영감을 준 뱀을 다양하게 형상화한 1백50가지 이상의 전시물로 구성했습니다. 아방가르드한 설치와 디지털 체험이 뱀의 형상과 의미를 더욱 매력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토록 흥미롭고 인상적인 모티브인 뱀과 불가리가 불가분한 관계임을 다시 한번 확고히 보여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스타일 조선일보>는 이 의미 있는 현장에서 불가리 이벤트 & 헤리티지 부서 책임자이자, 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은 브랜드 & 헤리티지 큐레이터 루치아 보스카이니와 직접 만나 10월 15일까지 진행하는 <세르펜티 폼> 전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5 근현대미술사 존에는 알렉산더 콜더, 키스 해링 등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6 <투란도트> 오페라에 등장했던 뱀 모티브의 망토. 길이가 5m에 달한다.
7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 중 하나인 세르펜티 브레이슬릿 워치(1969).
6 <투란도트> 오페라에 등장했던 뱀 모티브의 망토. 길이가 5m에 달한다.
7 불가리 헤리티지 컬렉션 중 하나인 세르펜티 브레이슬릿 워치(1969).
interview with_ Lucia Boscaini
Q1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파인 아트 큐레이팅과 브랜드 콘텐츠에 예술성을 더한 큐레이팅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브랜드 헤리티지 전시가 일반 아트 전시와 다른 부분은 전시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합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PR, 이벤트, 그 외 다른 액티비티를 모두 연관성 있게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불가리 세르펜티의 뱀 모티브와 일치되는 시각을 지닌 아트피스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이에 대한 리서치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리서치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 특유의 현대적이고 정교한 디자인, 장인 정신을 공통적으로 내포한 예술품을 찾는 것이었어요. 더불어 불가리는 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세르펜티에 관련된 폭넓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듯, 이번 아트피스 전시를 통해 동서양에서 뱀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왔는지, 서로 개별화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2 가장 중점적으로 큐레이팅한 부분은 무엇인가? 주목해야 할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관전 포인트를 알려달라.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고대 유물을 전시한 공간입니다. 불가리는 컨템퍼러리 브랜드라 그동안 현대 예술과 연계한 작업을 많이 해왔죠.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 유물에 포커스를 맞추었는데, 이는 고대 유물 중 특히 신화, 전설 등 동서양의 예술에서 뱀을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했는지 그 결과물이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이에요. 이번 전시에 소개한 많은 작품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작품은 중국 작가인 우지엔안(Wu Jian’An)의 페이퍼 아트로, 작품에 담긴 장인 정신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이는 중국의 하얀색 뱀에 대한 신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무려 2m가 넘는 거대한 작품으로, 종이를 하나하나 잘라 연출한 페이퍼 컷 방식으로 표현해 가까이에서 보면 그 정교한 장인 정신에 더욱 놀라게 되죠. 이처럼 모티브와 전설은 굉장히 전통적인 반면 컬러나 재료 구현에서는 현대적이어서 불가리의 세르펜티처럼 전통과 모던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Q3 대중을 대상으로 이렇게 큰 이벤트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나?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가리의 아이콘인 뱀이라는 독창적 모티브를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였는지, 더불어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접목해 뱀을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르펜티의 투보가스 디테일을 비롯해 뱀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하이 주얼리, 이에 더한 진귀한 보석 세팅 기술에서 엿볼 수 있는 장인 정신은 세르펜티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세르펜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아트피스라고 생각해요. 그 때문에 세르펜티 컬렉션을 다른 예술 작품과 연계한 전시를 기획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2년 전에 처음 나왔고, 방대한 리서치 과정을 거쳐 작년 3월 로마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된 것이죠. 이번 싱가포르에서의 대형 전시는 로마 전시에 비해 좀 더 확장된 컬렉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라고 생각해요.
Q4 불가리는 로마 브랜드다. 로마가 역사와 유산의 도시인 것처럼 불가리 역시 역사의 깊이가 다른데, 이를 계승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첫 번째는 아카이브를 관리하는 것, 즉 각종 자료와 문서, 불가리 헤리티지 주얼리 컬렉션을 한층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죠. 불가리 브랜드의 히스토리부터 과거에 불가리 컬렉션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앰배서더와 고객 리스트 등의 자료를 통해 이를 분석하고 연구해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보존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헤리티지 주얼리 컬렉션의 경우 총 8백여 개를 아카이브에 등록했는데, 이는 놀라울 만한 수치랍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보유하지 못한 중요한 주얼리 피스를 찾아내고 보유하는 작업에 신경 쓰고 있어요. 두 번째 중요한 업무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현해 대중에게 쉽게 잘 전달하기 위함인데, 대표적으로 브랜드 서적 출간과 이런 전시가 그 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