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i 2017 F/W Women’s collection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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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 2017

글 남지현(객원 에디터)

칼 라거펠트는 펜디의 장인 정신을 발현하기 위해 섬세한 수공예에 집중했다. 느리고 깊이 있는 과거의 것들이 오늘날의 모든 여성을 위해 반짝이는 붉은색 에너지와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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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영광에 현대의 감각을 더하다
펜디의 2017년 F/W 여성 컬렉션은 밍크로 소매 단을 감싼 회색 헤링본 더블브레스트 코트로 시작되었다. 코트의 어깨는 각이 졌고 허리는 가늘게 재단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결코 구식처럼 보인다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모델이 빨갛게 반짝이는 페이턴트 부츠를 신고 있었기 때문. 무엇보다 부츠의 컬러, 봉투를 밀봉할 때 사용하는 봉랍인 ‘체랄라카’의 빨간색이 컬렉션을 온통 물들였다. 이는 1950년대 레이디라이크 룩에 관능미와 더불어 현대적인 분위기를 덧입힌 반전의 장치였다. 전통과 현대의 장점만 취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펜디의 정신이 올가을에도 발현된 것이다. 칼 라거펠트는 이른 새벽, 로마의 거리를 서성이는 영화 속 여인을 뮤즈로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오스트리아 빈의 목판인쇄와 18세기 이탈리아 포장지에 대한 오래된 책인 〈파피에르스 도미노테스(Papiers Dominote′s)>다. 니트 조직을 컷아웃 기법으로 오려내고, 모피를 인레이 기법으로 잘라냈으며, 실크 위에 아칸서스 잎사귀를 프린트하는 등 여러 가지 수공예적인 모자이크가 컬렉션을 창의적으로 완성했다. 정교하게 구축한 기하학적 무늬를 남성 수트에서 기인한 헤링본과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오피스 룩으로 제격인 포멀한 아이템에 적용해 영화적인 분위기에 장식적이고 현대적인 면모가 드리웠다. 이번 2017 F/W 컬렉션에도 펜디는 가방 라인을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더블 핸들 박스 백 ‘런어웨이’와 ‘트리플렛’을  처음 선보인 것. ‘런어웨이’는 큼직한 사첼 백처럼 보이는 고전적인 가방이지만 사다리꼴로 형태를 변화시키고 가방 테두리를 검은색으로 트리밍해 현대적인 감각을 적용했다. ‘트리플렛’은 F 로고 한 글자로 구성된 모노그램 고리에 세 가지 크기의 파우치가 달린 작은 가방이라 간편하고 실용적이다. 펜디의 또 다른 잇 백인 ‘캔아이’에도 트리플렛의 주요 특징인 원형 로고를 적용해 새로움을 불어넣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더블 F 로고는? 물론 여전히 건재하다. 독특한 기법으로 벨벳 소재의 가방에 안착했으니, 새로운 버전이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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