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963에 들어선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21세기가 ‘체험 경제’의 시대라는 건
‘핫’한 지역이나 동네에 브랜드 체험관이 많이 들어서는 것만 봐도 체감할 수 있다. 팬데믹의 여파로 잠시 주춤하긴 해도 시각적, 참여적 체험을 선사하는 이른바 ‘공간형 콘텐츠’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는 현대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초, 부산 망미동의 명소로 자리 잡은 F1963에 상품을 내세우지 않고 오롯이 디자인에 초점을 둔 브랜드 체험관을 열고 전시와 강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적 소통’을 꾀하고 나섰다.
자동차 브랜드가 단순히 기계역학으로만 무장한 제조 기업이 아니라면, 다수가 모빌리티 디자인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색과 체험의 장을 만드는 건, 굳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같은 용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수순일 터다. 그래서 현대자동차가 여섯 번째 브랜드 체험관을 지으면서 자사의 양산차를 자랑스럽게 늘어놓는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모빌리티 디자인’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꾸린 건 시의적절한, 어쩌면 당연한 행보로 보인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스마트한 소통의 매개체인 ‘모빌리티 디자인’은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진화를 거듭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일상의 안전과 풍요로움을 아우를 뿐 아니라 지구의 환경과 우주까지 보듬을 수 있는 ‘끝판왕’이라도 될 태세이니 말이다.
부산 망미동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복합 문화 공간 F1963에 터를 잡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입구부터 모빌리티 디자인 요소로 눈길을 잡아끈다. 와이어와 철골을 핵심 소재로 활용한 지상 4층의 건축물도 나름 매력적이지만 외관 벽을 미래 지향적 분위기의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감싸 시선을 이끈다. 내부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레트로 감성을 담뿍 담은 콘셉트카 ‘포니 헤리티지’라든가 미래 전기차의 디자인 방향성이 엿보이는 ‘프로페시(Prophecy)’ 같은 디자인, 그리고 현(絃)의 진동과 울림을 기계장치와 빛으로 재현한 목진요 작가의 ‘미디어 스트링스’ 같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개관전의 전시 풍경이다.
공간이 내세우는 큰 주제가 ‘Design to live by’인 만큼 자동차만이 아니라 일상 속 디자인을 아우르며 전개될 다양한 전시 콘텐츠도 기대된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개관을 시작으로 디자인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어워드 같은 프로그램도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인 ‘디자이너스 테이블(Designers Table)’도 알차 보인다. 디자이너가 지역의 고객이나 학생을 만나 비전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성격의 무료 강연으로, 기획전이 열리는 기간이면 2~3회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5월 초 각 분야 전문가 한 명을 초대하는 ‘마스터클래스’ 강연에서는 프랑스 국제 자동차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받은 현대디자인담당 이상엽 전무가 나왔는데, 부산 지역의 고객만이 아니라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눈을 빛내며 던지는 질문이 강연장을 달구는 장면을 지켜보노라니, 창의적인 ‘만남의 장’이야말로 재능을 키우는 살아 있는 교습소라는 생각이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