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he Arts Distr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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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3, 2022

글 고성연

[르포] 하우저앤워스 아트 센터를 가다② Los Angeles


미국, 아니 세계 현대미술 생태계를 이끄는 도시를 들라면 단연 뉴욕이 선두 주자로 꼽히지만 언젠가부터 서부를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의 존재감도 솟구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를 등에 업은 영화 도시로서만이 아니라 미술, 건축, 음악 등 다채로운 콘텐츠 스펙트럼을 지닌 문화 예술의 허브로서도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도 로스앤젤레스, 더 나아가 캘리포니아 출신의 걸출한 작가는 많았지만 ‘컨템퍼러리(contemporary)’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빼어난 공간이나 콘텐츠는 아무래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변화의 물결이 차츰 퍼져나갔다. 주요 공공 미술관이 재단장에 나서고, 2015년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가 사재를 들여 세운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가 다운타운에 등장했으며, 이듬해에는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Hauser & Wirth Los Angeles)가 문을 열었다.
갤러리 지점 하나 생긴 게 대수냐 싶겠지만, ‘뮤지엄급’ 전시장을 갖추고 동네의 문화적 지형까지 변모시킬 만큼 독특한 오라를 지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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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한국인이 그렇듯 필자에게도 로스앤젤레스는 친척들이 교포로 살아가는, 그래서 사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익숙하게 느껴지는 도시였다. 많은 도시가 그렇듯 남들이 무감각하게 스쳐 지나갈 때도 그 이면에는 희로애락의 파도를 거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적어도 외부인의 시각에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인상적인 ‘혁신’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누군가의 표현처럼 ‘도시가 스스로에 대해 자성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노력에 박차를 가한 꾸준한 행보 덕분일까. 스페인어로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이 도시는 다시 날개를 단 듯했다. 처음에는 우연히 느낀 그 ‘변모’의 매력을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로스앤젤레스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팬데믹이 도래하기 전이다). 그 기저에는 다양한 동력이 있지만 그중에는 문화 예술 콘텐츠는 물론이고 미식, 호텔 등 여러 영역에서 훨씬 더 활기차고 세련된 풍경을 지니게 된, 한때 빛을 잃었던 다운타운의 부활도 있다. 그리고 다운타운의 동쪽 끝에 자리한 아츠 디스트릭트(Arts District)의 부상은 아주 흥미로운 변화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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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힙한 도시 재생 사례,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의 다운타운 입성
요즘 ‘아츠 디스트릭트’라고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얘기하면서 상인들이 푸념을 일삼을 정도로 ‘핫한’ 동네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쿨한’ 빈티지 감성이 묻어나는 세련됨이 있다. 하지만 원래는 이름처럼 문화 예술의 기운이 넘실대는 곳이 아니었다. 감귤류 과일을 재배하는 과수원, 포도밭 등이 넘쳤던 시기를 거쳐 공장이 가득 들어서기도 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삭막하고 썰렁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던 시절의 매력 없는 동네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다가 예술가들이 버려진 공장 부지에 작업실을 차렸고, 서서히 변화의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또 MOCA의 별관인 게펜 컨템퍼러리(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가 1983년 이후 자리를 지켜오며 ‘arts’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그래도 전체 그림을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새 이곳의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힙한’ 느낌의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바, 호텔이 많이 생겨나고 유동 인구가 늘었다. 예술가 집단의 인구 자체는 많이 줄었지만 대신 대중을 위한 아트 스페이스는 물론 상업 갤러리, 건축설계 사무소, 촬영 스튜디오 등이 속속 들어섰다. 그 중심에는 2016년 이 지역에 문을 연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가 빈번히 언급된다. 단순히 메가 갤러리의 한 지점이라기에는 많은 이들이 ‘미술관(museum)’이라고 자연스럽게 부를 정도로 존재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우선 공간 자체가 눈길을 잡아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1960년대 중반 경영 부진으로 폐쇄된 글로브 밀즈(Globe Mills)라는 밀가루 공장 단지를 갤러리만이 아니라 유기농 레스토랑 마누엘라(Manuela), 아트 북 숍을 갖춘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멋지게 부활시켰다. ‘1백 년 역사의 버려진 제분소’는 갤러리 분점을 낼 때 되도록 그 지역의 역사적 유산으로 여겨지는 건물을 개조한다는 방향성을 지닌 하우저앤워스다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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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허브’ 아츠 디스트릭트의 부상과 ‘공동체’로서의 에너지

마누엘라와 아이반 워스 부부에게 로스앤젤레스는 원래도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러 자주 찾은 도시로 늘 특유의 에너지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티스트 제이슨 로드(Jason Rhoades)의 추천으로 아츠 디스트릭트의 매력과 잠재력을 포착했고, 셀도르프 아키텍츠와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와의 창조적 설계 협업으로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를 탄생시켰다. 116,000ft² 면적에 이르는 이 공간은 제분소 건물 말고도 옆 은행 건물 등으로 이뤄진 ‘ㅁ’ 자형의 커다란 복합 단지이기에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어떤 건물이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예컨대 ‘사우스 갤러리’의 경우 높은 천장을 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이라 고풍스러운 느낌을 품고 있고, 밝고 경쾌하고 시원하게 펼쳐진 안뜰은 마치 야외 공연장 같다. 실제로 이곳에서는(팬데믹 이전) 늘 공연이나 퍼포먼스, 파티 같은 행사가 열리며 도시의 ‘아트 피플’뿐 아니라 동네 주민 혹은 학생들도 끌어모으곤 했다. 필자가 2019년 방문했을 때는 운 좋게도 소속 작가 찰스 게인즈(Charles Gaines)의 개인전 오프닝이 있는 날이었는데 웬걸, 재즈 공연이 신나게 펼쳐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당시 연주를 하던 밴드에서 ‘드러머’로 열심히 비트를 쪼개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작가였다.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 역시 서머싯에 이은 제2의 아트 센터답게 대중, 특히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다채롭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1백30개 이상의 교육기관이 참여하니 그 호응도를 짐작할 만하다. 예컨대 고등학생 ‘꿈나무’들은 4주간 갤러리의 실무 현장을 경험하는 워크숍을 비롯해 이 도시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가 이끄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비미술인 지역인들이 하우저앤워스 로스앤젤레스를 입버릇처럼 ‘뮤지엄’이라고 칭하는 데는 매혹적인 공간의 힘만이 아니라 이 같은 다채롭고 내실 있는 콘텐츠의 힘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르포] 하우저앤워스 아트 센터를 가다

01. 하우저앤워스의 30년 여정은 어떻게 유일무이한 메가 갤러리를 만들어냈을까 보러 가기
02. SOMERSET_a field Embroidered with Art 보러 가기
03. LOS ANGELES_Welcome to the Arts District  보러 가기
04. MENORCA_a new Mediterranean Art haven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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