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eXpl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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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6, 2018

에디터 배미진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 비트라(Vitra)가 운영하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현대 디자인사를 총망라한 곳으로, 상징적인 디자인 순례지 중 하나다.

올해 <스타일 조선일보> 바젤 특집호에서 이곳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리적 위치가 지닌 특별함 때문이다.

아트 바젤과 바젤월드가 개최되는 예술의 도시 바젤에서 라인 강이라는 하나의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독일의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으로 거슬러 가면 이 아름다운 장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젤이라는 도시의 풍부한 감성이 넘쳐흘러 독일 가장자리에 위치한 비트라와 교감한다.
두 도시가 상징하는 예술적인 교집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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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역사를 한눈에,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비트라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주 유명한 의자들이다. 펜톤 체어, 임스 체어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들의 의자가 비트라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회사가 단지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독일 바일 암 라인에 위치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 대해 논해야만 한다. 단순한 상품 디자인을 넘어 공간을 기획하고, 지금은 모두 대가가 된 디자이너들을 발탁했으며, 한곳에 모으기 어려운 건축가들의 작품을 비트라 캠퍼스라는 이름 아래 모아놓았다. 스위스 바젤에서 독일 바일 암 라인으로 넘어가자마자 자리한, 다시 말하면 인적이 뜸한 이 주목받지 못한 공장 지대가 어떻게 이렇게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곳으로 발전하게 되었을까?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1989년 비트라의 창업자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이 설립했다. 전설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이 뮤지엄과 본사가 함께 자리한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건물은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필수 형태에서 탈피했다. 하얀 석고와 아연판으로 이루어진 부서진 조각 형태를 띠고, 빛으로 가득 찬 매우 복잡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무수히 많은 건축물에 커다란 영향을 준 이 건물은 본래 펠바움 개인의 소장품을 위한 박물관이었으며, 설립 초기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론 아라드(Ron Arad) 같은 작가들의 소규모 단독 전시를 개최했다. 1990년대에는 찰스 &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회고전 등을 개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지금까지 디자인과 과거, 현재에 대한 연구 및 프레젠테이션에 힘을 쏟아왔고, 건축, 예술, 일상생활 속 문화와 디자인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박물관의 메인 빌딩에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매년 두 차례의 기획전을 개최한다. 세심하게 선별한 디자이너의 전시를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주제 역시 남다른데, 미래의 기술, 환경의 지속 가능성, 인구 이동, 사회 인식 같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 또 디자인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찰스 & 레이 임스, 조지 넬슨, 베르네르 판톤, 알렉산더 지라드 같은 인물들의 작품을 포함한 컬렉션을 선보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적인 건축물의 생동하는 아카이브, 비트라 캠퍼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트라 캠퍼스 섹션이다. 1981년에 화재가 일어난 공장 지역을 재건하면서 유명한 건축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확장하는 중이다. 화재가 나고 몇 년이 지난 후 영국 건축가 니컬러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가 공장 홀을 지었고, 체코 건축가 에바 이리츠나(Eva Jiricna)와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는 비트라를 재건축하는 작업을 도왔다. 현재 비트라 캠퍼스에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 스튜디오만도 5개가 자리 잡고 있다. 비트라는 넓은 대지에 펼쳐진 광활한 공간을 천천히 채워왔고, 현재도 채워나가는 중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로 채워지는 이곳을 보노라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한 공업 단지는 처음에는 황량한 분위기 때문에 건축을 하기에 적절한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비트라의 기술적인 혁신과 예술적인 탐험 정신 덕분에 놀라운 시그너처 건축 컬렉션이 탄생했다. 프랭크 게리는 물론 일본의 세지마 가즈요(Kazuyo Sejima)와 니시자와 류에(Ryue Nishizawa), 스위스 바젤 출신의 자크 헤어초크(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론(Pierre de Meuron) 등 세계적인 건축가까지 함께해 미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가이자 수집가인 롤프 펠바움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해주었다.


자하 하디드, 헤어초크 & 드 뫼론이 그린 미래를 보다
그중 최근 타계한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는 건축적으로나 스토리 면에서도 모두 특별함을 담고 있는, 이곳에서 꼭 돌아봐야 할 건축물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동대문 디자인 뮤지엄(DDP) 건축가로 잘 알려진 자하 하디드는 비트라 캠퍼스에 건물을 짓기 전까지는 일본에서 레스토랑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도의,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신진 건축가였다. 하지만 아방가르드라는 건축 방식을 고집하고, 화재로 전소된 비트라 공장 구역에 새로운 소방서를 지으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다이내믹하고 파격적인 소방서 건물은 전 세계 건축계에서 반향을 이끌어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프랭크 게리도, 자하 하디드도 모두 처음에는 펠바움에게 단지 의자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놀라운 비전을 보여주었고, 더 큰 프로젝트로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건축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영향력 있는 건물을 지었다. 비트라가 지금 현대 디자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비트라 캠퍼스에서 가장 최근 큰 변화를 겪은 공간은 바젤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바젤월드 박람회장의 건축을 맡은 헤어초크 & 드 뫼론이 2016년 6월 3일 비트라 캠퍼스에 디자인한 샤우데포트(Schaudepot)라는 건물이다. 이들은 2001년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세계 문화상(Praemium Imperiale)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 팀이다. 비트라 캠퍼스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비트라 하우스를 설계했을 정도로 비트라와 인연이 깊다. 수년에 걸친 계획 끝에 샤우데포트는 마침내 대규모 컬렉션 중 중요한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축물의 운동성을 표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 파격적인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 산나(SANAA)의 다이나미즘, 일부러 균형을 깨뜨린 헤어초크 & 드 뫼론의 건물은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면서도 동시에 심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자신만의 탐험을 시도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미래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지닌 건축가들의 세계관을 확인하고 싶다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비트라 캠퍼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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