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layground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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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8, 2012

글 이소영(<서울, 그 카페 좋더라>, <사진 미술에 중독되다>의 저자)

덴마크는 놀이터도 예술가들이 디자인한다. 왜 놀이터에도 아티스트의 손길이 필요한가? 놀이터는 모두가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에서는 덴마크 대표 예술가들에게 놀이터의 디자인을 맡겨,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지나는 행인들까지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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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여성 듀오 미술가 란디 & 카틀린의 조형물 ‘샤와르마 하우스’와 요양원에 설치된 휴식 장소 ‘커피 주전자 피빌리온’.

3, 6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란디 & 카틀린의 놀이터는 동물들이 가득한 숲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컬러로 이루어져 있다.

4 탄야 로의 놀이터는 뇌어브 발더스 게이드 지역에 설치되었다.

5 미술가 니나 손더스의 현대미술 작품과 거실을 주제로 한 놀이터 전경. 미술가는 작품을 소장한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데,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영국 사치 컬렉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 덴마크 에스비에르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덴마크 대표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디자인 유전자의 생성

북유럽의 출중한 디자인 DNA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흠잡을 데 없는 북유럽의 디자인 제품을 바라보며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얼마 전 그와 관련된 해답을 찾은 듯했다.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는 유명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놀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놀이터라면 우리나라에도 많다. 새로 완공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놀이터는 깔끔하고 보기에도 좋다. 하지만 그 놀이터는 누가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안전성은 어떤지, 얼마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그러다 보니 덴마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놀이터를 디자인한다는 발상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그 놀이터에서 뛰어논다면 미술관에 따로 가지 않아도 미술 작품을 접하는 셈이니 놀라운 디자인 감각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트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로이세 반케 크리스텐센(Loise Banke Kristensen)은 코펜하겐 예술 놀이터의 모토는 ‘보고, 만지기’라고 설명한다. 코펜하겐에는 미술관과는 달리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는 예술 놀이터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코펜하겐의 놀이터 중에서 1백20개를 조경 건축가들이 재정비했는데, 놀이터의 형태와 내용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 예술 놀이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어린이의 운동 능력과 건강을 증진하면서 성장과 상상력에 자극을 주는 놀이터를 창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요.” 탄야 로, 니나 손더스, 피터 란드,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 란디 & 카틀린 등 덴마크를 대표하는 다섯 팀의 아티스트들이 예술 놀이터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각 놀이터마다 그들만의 예술적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코펜하겐의 현대미술 놀이터

가장 먼저 만들어진 예술 놀이터 세 곳은 덴마크의 유명 현대미술 작가 니나 손더스,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 탄야 로의 작품이다. 니나 손더스(Nina Saunders)의 놀이터는 외스트르 앙래그 지역에 설치했는데, 거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흥미롭다. 키 작은 나무로 둘러싸여 일종의 무대처럼 보이는 놀이터에는 TV, 소파,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브라운관이 없는 옛날 스타일의 TV에 직접 얼굴을 들이밀고 연극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다. 붉고 반짝이는 소파의 중앙 부분은 찌그러져 마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강렬해 보이고, TV 앞 테이블에는 작고 파란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나무 위에는 지빠귀가 지저귄다. 니나 손더스는 녹아내리는 형상의 가구 시리즈를 발표한 바 있는 현대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 특색을 놀이터에 제대로 구현한 셈이다. 가구 이외에 여우, 새 등 동물을 모티브로 즐겨 사용하는 그녀의 미술 작품은 철학적이면서도 재미있고 황당한데, 그녀가 디자인한 놀이터 역시 그러하다.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Eva Steen Christensen)은 주로 주거 공간에 관련된 재료와 사물을 작품에 인용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침대, 카펫 등의 실용적 사물을 간단하게 변형해 관람객들의 고민을 유도하는 경향이 돋보인다. 블루가즈 광장에 위치한 그녀의 예술 놀이터 역시 그런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매달리거나 몸을 통과할 수 있는 둥근 조형물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올라가서 깡충깡충 뛸 수 있는 스프링 받침대가 흩어져 있다. 통나무를 가로로 자른 것 같은 오크 통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아이들이 몸을 구부려 숨어들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각각 다른 종류의 그네도 있다. 미술가 탄야 로(Tanja Rau)의 놀이터는 뇌어브 발더스 게이드 지역에 있으며, 형형색색의 색채가 커다란 작품을 이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놀이터는 탄야 로 특유의 컬러로 채색된 게이트 안에 있으며 그 안에는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농구장도 있다. 컬러가 아름다운 미끄럼틀과 작은 구름 사다리도 추상화의 한 부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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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1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각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된 미술가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의 놀이터.

8, 9, 10 피터 란드의 놀이터는 코펜하겐 외곽의 우테르슬루 모세 지역에 있다. 채색된 나무로 만든 3m의 거대한 머리가 설치되었는데 아이들은 입과 귀를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2 미술가 니나 손더스의 현대미술 작품과 거실을 주제로 한 놀이터 전경. 미술가는 작품을 소장한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데,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영국 사치 컬렉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 덴마크 에스비에르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덴마크 대표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운동 능력과 언어 능력의 급상승
놀이터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부모에게는 행복을 선사하고,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생각나게 하는 최고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놀이터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해도 될 것 같다. “예술가의 놀이터는 도시에 시각적 효과를 더합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터에서 운동 능력뿐 아니라 언어 능력, 상상력 등을 발달시킬 수 있지요.” 로이세 큐레이터는 아이들은 천편일률적인 도시 공간과는 전혀 다른 놀이터에서 신비롭고 특이한 공간을 만남으로써 환상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3곳의 놀이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2곳의 놀이터를 또 다른 아티스트에게 의뢰했다. 미술가 피터 란드과 란디 & 카틀린가 바로 그들이다. 피터 란드(Peter Land)의 놀이터는 코펜하겐의 외곽에 있는 거대한 자연 지역인 우테르슬루 모세에 설치되었다. 그의 작품은 나무로 만들어진 3m의 커다란 머리와 손이 바닥에 놓여 있는 형상이라 만화 속의 세계가 현실로 펼쳐진 것만 같다. 아이들은 조형물의 입과 귀를 통해서 머릿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머리 뒤쪽의 계단을 통해서 머리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다.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는 소방관처럼 봉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올 수도 있다. 머리 안에는 눈을 표현한 두 가지 색깔의 작은 언덕이 있어서 햇빛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스펙트럼 체험이 가능하다. 겨울이면 눈에 파묻히는 이 놀이터는 더욱 환상적으로 변모한다.
소나무 숲과 올빼미
여성 듀오 아티스트 란디 & 카틀린(Randi & Katrine)의 작품은 시내 중심부의 니콜라이 광장에 있다. 소나무 숲을 연상케 하는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과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올빼미 조형물이 인상적인 놀이터이다. “소나무 숲 놀이터는 지금은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오래된 교회 가까이 위치합니다. 그래서 이 놀이터의 뾰족한 지붕은 교회의 첨탑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놀이터의 주요 방문자인 2세에서 6세 어린이들의 키와 놀이 기구 선호도, 안전성을 고려하여 각각의 연령대에 맞는 놀이 기구를 배치함으로써 다채로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네와 미끄럼틀, 거미줄 타기 등 전통적인 놀이터의 구성 요소를 모두 포함시켜 아이들이 올라가고, 기고, 미끄러져 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놀이터를 위한 공간이 매우 작아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지요. 아이들은 소나무 숲 지붕 위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고 다른 지붕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저 멀리에서는 올빼미 조형물이 놀이터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지요.” 올빼미는 덴마크에서 ‘현명함’을 상징한다. 아이들은 예술가의 놀이터에서 예상치 못한 지혜로움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다. 올빼미 조각은 터키석과 같은 하늘색, 오렌지색, 노란색과 회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초록색’이 주요 색조를 이루고 있는 이 놀이터의 신비로운 컬러는 기존의 놀이터에선 볼 수 없는 것이다. 밝은 초록에서부터 검은빛에 가까운 초록까지,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초록색이 조화롭게 소나무 숲을 형상화하고 있다. 란디 & 카틀린의 공공 미술 작품은 소나무 숲 놀이터 이외에도 커피 주전자 파빌리온과 샤와르마 하우스, 피크닉 바구니 등 다채롭다. 특히 2011년 로센하벤 요양원(Rosenhaven Nursing Home)에 설치된 ‘커피 주전자 파빌리온’은 주전자의 주둥이 부분에서 분수가 쏟아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조형물이다. 요양원을 찾는 방문객들과 휴식이 필요한 환자들은 주전자 형태의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다. “이곳은 주로 연세가 있는 분들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어린 시절의 추억과 활기찬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정원의 휴식 공간조차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덴마크 아티스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예술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활 속의 즐거움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덴마크에서는 이렇게 어린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공공 디자인 감상의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 행복지수가 높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코펜하겐을 여행한다면 예술 놀이터를 직접 방문해보는 것을 잊지 마시라. 글 이소영(<서울, 그 카페 좋더라>, <사진 미술에 중독되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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