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여성 듀오 미술가 란디 & 카틀린의 조형물 ‘샤와르마 하우스’와 요양원에 설치된 휴식 장소 ‘커피 주전자 피빌리온’.
3, 6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란디 & 카틀린의 놀이터는 동물들이 가득한 숲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컬러로 이루어져 있다.
4 탄야 로의 놀이터는 뇌어브 발더스 게이드 지역에 설치되었다.
5 미술가 니나 손더스의 현대미술 작품과 거실을 주제로 한 놀이터 전경. 미술가는 작품을 소장한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데,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영국 사치 컬렉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 덴마크 에스비에르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덴마크 대표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북유럽의 출중한 디자인 DNA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흠잡을 데 없는 북유럽의 디자인 제품을 바라보며 누구나 한 번쯤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얼마 전 그와 관련된 해답을 찾은 듯했다.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에는 유명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놀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놀이터라면 우리나라에도 많다. 새로 완공한 유명 브랜드 아파트의 놀이터는 깔끔하고 보기에도 좋다. 하지만 그 놀이터는 누가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안전성은 어떤지, 얼마나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그러다 보니 덴마크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놀이터를 디자인한다는 발상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그 놀이터에서 뛰어논다면 미술관에 따로 가지 않아도 미술 작품을 접하는 셈이니 놀라운 디자인 감각이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트 플레이그라운드 프로젝트의 큐레이터, 로이세 반케 크리스텐센(Loise Banke Kristensen)은 코펜하겐 예술 놀이터의 모토는 ‘보고, 만지기’라고 설명한다. 코펜하겐에는 미술관과는 달리 누구나 보고 만질 수 있는 예술 놀이터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코펜하겐의 놀이터 중에서 1백20개를 조경 건축가들이 재정비했는데, 놀이터의 형태와 내용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 예술 놀이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어린이의 운동 능력과 건강을 증진하면서 성장과 상상력에 자극을 주는 놀이터를 창조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요.” 탄야 로, 니나 손더스, 피터 란드,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 란디 & 카틀린 등 덴마크를 대표하는 다섯 팀의 아티스트들이 예술 놀이터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각 놀이터마다 그들만의 예술적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예술 놀이터 세 곳은 덴마크의 유명 현대미술 작가 니나 손더스,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 탄야 로의 작품이다. 니나 손더스(Nina Saunders)의 놀이터는 외스트르 앙래그 지역에 설치했는데, 거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흥미롭다. 키 작은 나무로 둘러싸여 일종의 무대처럼 보이는 놀이터에는 TV, 소파,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브라운관이 없는 옛날 스타일의 TV에 직접 얼굴을 들이밀고 연극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다. 붉고 반짝이는 소파의 중앙 부분은 찌그러져 마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강렬해 보이고, TV 앞 테이블에는 작고 파란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나무 위에는 지빠귀가 지저귄다. 니나 손더스는 녹아내리는 형상의 가구 시리즈를 발표한 바 있는 현대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 특색을 놀이터에 제대로 구현한 셈이다. 가구 이외에 여우, 새 등 동물을 모티브로 즐겨 사용하는 그녀의 미술 작품은 철학적이면서도 재미있고 황당한데, 그녀가 디자인한 놀이터 역시 그러하다.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Eva Steen Christensen)은 주로 주거 공간에 관련된 재료와 사물을 작품에 인용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침대, 카펫 등의 실용적 사물을 간단하게 변형해 관람객들의 고민을 유도하는 경향이 돋보인다. 블루가즈 광장에 위치한 그녀의 예술 놀이터 역시 그런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매달리거나 몸을 통과할 수 있는 둥근 조형물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올라가서 깡충깡충 뛸 수 있는 스프링 받침대가 흩어져 있다. 통나무를 가로로 자른 것 같은 오크 통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아이들이 몸을 구부려 숨어들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각각 다른 종류의 그네도 있다. 미술가 탄야 로(Tanja Rau)의 놀이터는 뇌어브 발더스 게이드 지역에 있으며, 형형색색의 색채가 커다란 작품을 이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놀이터는 탄야 로 특유의 컬러로 채색된 게이트 안에 있으며 그 안에는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농구장도 있다. 컬러가 아름다운 미끄럼틀과 작은 구름 사다리도 추상화의 한 부분 같다.
7, 11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각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된 미술가 에바 스틴 크리스텐센의 놀이터.
8, 9, 10 피터 란드의 놀이터는 코펜하겐 외곽의 우테르슬루 모세 지역에 있다. 채색된 나무로 만든 3m의 거대한 머리가 설치되었는데 아이들은 입과 귀를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2 미술가 니나 손더스의 현대미술 작품과 거실을 주제로 한 놀이터 전경. 미술가는 작품을 소장한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데, 그녀의 현대미술 작품은 영국 사치 컬렉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 덴마크 에스비에르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덴마크 대표 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