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021 Summer SPECIAL]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 02 염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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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7, 2021

Exhibition Concept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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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지 혜 Yeom, Ji Hye
‘공존’을 향한 제안


● 재화의 생산을 무한히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은 지구에 대한 착취로 이어져왔다. 이러한 지구와 인간의 대립 구도가 결국 현재의 재난을 초래했다는 인류세적 세계관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동시에 현 상태를 성찰하고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촉구한다. 염지혜는 지구라는 터전과 인류의 공생, 공존에 대한 관심사를 강렬한 3D 디지털 영상으로 선보여왔다. 그의 작품은 자본주의사회에 만연한 인간 중심주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도록 이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 지구를 망가뜨리는 현 세태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함께 예술가적 상상력과 자기고백을 교차시킨 작품들이 눈에 띈다.


●● ‘검은 태양’(2021)은 인간과 지구가 태초에 이뤘던 균형, 즉 빙하시대의 평화와 대조적인 현재의 기후 위기와 남극을 향한 각국의 암묵적인 정치 대립을 서술한다. 작가가 직접 2018년 남극 세종 기지를 방문해 촬영한 영상에는 막연히 상상하던 아름다운 빙하 외에도 운송 설비와 컨테이너 박스 같은 개발의 상징이 등장한다. 빙하가 녹아내리며 수많은 조각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배경으로 인간의 귀 구조를 형상화한 3D 이미지가 부유한다. 귀는 인체의 평형추를 담당하는 동시에 정보를 받아들이는 최초의 통로이기도 하다. 국가 간 정보 선점을 위한 첨예한 정치적 대립의 무대로서 남극 과학 기지의 모습을 새롭게 부각하는 것이다. ‘검은 태양’이란 제목은 개기일식 현상을 말한다. 고대 중국에서 일식을 두려워해 천문학자들을 사형에 처하기까지 했다는 일화를 교차시키며, 과학에 대한 신뢰가 어쩌면 신화와 같은 것은 아닌지, 인류가 당장의 이득을 위해 근원적 가치를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게 한다.


●●● 작가가 연작으로 제작한 ‘검은 태양 X: 캐스퍼, 마녀 그리고 물구나무종’(2021)은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감염병 재난을 뉴스 속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우리 자신에게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인식의 전환과 회복을 위한 제안을 건넨다. 고대에 재앙으로 여겨졌던 검은 태양, 즉 개기일식이 단지 우리 눈에 태양이 잠시 가려져 보이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사라진 태양을 다시 느끼기 위해 몸의 위치를 바꿔보면 어떨까? 거꾸로 본다면 가려진 태양의 빛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지구 중심, 생명 중심으로 재난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영상은 물구나무서기처럼 거꾸로 보기를 제안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옮기기를 청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유연함으로 재난을 다시 보고, 그렇게 재난과 함께 살아갈 방편을 찾자는 제안이다. 기후 위기라는 현실의 타개와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글 채연(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ART + CULTURE 2021 Summer 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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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_02_염지혜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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