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Bregu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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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 2022

글 이혜미(객원 에디터)

탁월한 워치메이커의 전형으로 워치메이킹 문화유산의 한 부분을 이루는 브레게.
눈부신 역사를 장식한 독창적인 작품은 뛰어난 기술적 성과와 함께 매뉴팩처 장인의 마법과 같은 공예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선구안을 지닌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비전을 바탕으로 미학과 기술, 예술과 혁신의 조화를 선보여온 브레게 하우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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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상징, 브레게
1775년 탄생한 브레게는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의 시대를 앞서는 정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시계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뛰어난 워치메이커였던 그는 언제나 혁신을 추구했고, 최초의 손목시계부터 투르비용, 파라슈트, 브레게 ‘애플’ 핸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명품을 내놓았다. 동시에 전위적인 디자이너로서 워치메이킹업계에서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이끌며, 세련된 동시에 가독성이 뛰어난 디자인을 통해 브레게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처럼 풍부한 유산을 바탕으로 오늘날에도 워치메이킹의 미래를 구축해나가는 브레게는 창립자의 정신을 계승해 브랜드 역량의 상당 부분을 연구 개발(R&D) 부서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자성 피봇 발명 같은 큰 성과로 이어졌다. 브레게의 모든 시계는 스위스 쥐라산맥 근처의 발레 드 주(Valle´e de Joux)에 위치한 매뉴팩처에서 전문 장인의 손길을 거쳐 제작되며,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탁월함을 선보인다.
기술을 뛰어넘는 예술, 메티에다르
하우스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워치메이킹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향한 열정을 쏟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 및 기계를 개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워치메이킹 분야에서 여전히 과장되고 화려한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 유행하던 18세기 후반, 그는 간결한 디자인에 대한 열망을 품고 심플한 아라비아숫자와 오픈 팁 핸즈, 슬림한 케이스, 평평한 에나멜 다이얼을 갖춘 전혀 다른 스타일의 시계를 선보인다. 탁월한 안목을 반영한 시각적 코드는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이는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어서 그는 1786년 워치메이킹에 기요셰 기법을 최초로 접목한다. 본래 시계 케이스의 매끈한 텍스처를 위해 사용한 기술이지만, 적용 범위를 다이얼로 넓혀 장식적 아름다움을 부여했고, 디스플레이의 각 영역을 구분하도록 응용하며 시계의 가독성을 한층 더 높였다. 이처럼 수공예 장식(Metiers d’Art)을 통해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브레게 하우스는 오늘 날 인그레이빙, 앙글라주, 에나멜링, 기요셰를 위한 자체적인 워크숍을 갖추고 숙련된 장인을 보유한 소수의 매뉴팩처 중 하나다. 전통에 기반해 점차 진화하는 여러 가지 수공예 기술은 시계에 예술성과 개성을 부여한다.
기요셰(Guilloche)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기요셰를 담당하는 워크숍에는 약 30대에 이르는 최첨단 수준의 엔진-터닝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 장인들은 고객들이 직접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계의 거의 모든 부품(다이얼, 케이스, 로터, 플레이트, 칼리버 바 등)에 패턴을 구현한다. 브레게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해 이에 특화된 연구 개발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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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그레이빙(Engraving)
매뉴팩처의 인그레이빙 장인들은 브레게에서 수년간의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하우스 고유의 예술적 문법을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미학적 단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플레이트, 케이스 밴드, 칼리버 바 등에는 주로 엠보싱(소용돌이 혹은 스크롤 모티브) 기법이 적용된다. 이에 반대되는 기법, 다시 말해 모티브를 깎아내는 부조 인그레이빙에서도 하우스의 노하우가 드러난다. 시계 뒤 글자와 숫자를 인그레이빙하는 것 역시 희소한 기법에 속한다.
앙글라주(Anglage)
시계 외부에서 쉽게 살펴볼 수 없지만 난도 높은 피니싱으로 잘 알려진 앙글라주는 무브먼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인 동시에 하나의 예술이다. 고도의 노련함을 요구하는 이 기법은 다양한 부품 가장자리의 날카로운 부분을 깎아내 45도 각도의 챔퍼(혹은 베벨)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너비는 일정하고 각도는 완벽한 평행을 이루어야 하며 폴리싱은 균일한 광택을 내야 한다. 일부 공정의 경우 이를 익히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 또는 사용 가능한 별도의 기계가 없어, 오로지 해당 장인이 보유한 기술에 의존해야 한다. 앙글라주 워크숍이야말로 스위스 워치메이킹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셈이다.
에나멜링(Enameling)
현재 스위스의 극소수 장인만이 마스터한 그랑 푀(Grand Feu) 에나멜링은 오랜 세월을 이어 온 기술이다. 실리카와 금속 산화물 등을 혼합한 컬러풀한 가루를 물에 용해시킨 후 샹플르베(champleve´), 미니어처 페인팅, 그리자유(grisaille), 플리카주르(plique-a`-jour)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소재에 적용한다.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이것을 고온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과정에서 발휘된다. 각각의 레이어를 얹고, 깊이 있는 컬러를 더해갈 때마다 오븐에서 굽는데, 정확한 온도와 타이밍은 오직 장인만이 알고 있다. 반복되는 소성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약간의 균열, 기포도 허락하지 않기에 에나멜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몇 주가 소요되기도 한다.





브레게 고유의 일곱 가지 상징



1 엔진-터닝 다이얼(Engine-turned Dials)

1786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하우스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다이얼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엔진-터닝 패턴을 사용하고 있다. 매뉴팩처 장인들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 골드 혹은 머더오브펄 다이얼에 정교한 기요셰 패턴을 수작업으로 새겨 넣는다.

2 브레게 핸즈(Breguet Hands)

1783년경 시계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던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속이 빈 독특한 달 모양의 ‘문 팁 핸즈’를 개발했다. 우아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브레게 핸즈는 그 자체로서 워치메이킹 분야의 대명사가 되었다.

3 플루티드 케이스 밴드(Caseband Fluting)

섬세한 세로 형태의 홈(플루팅)으로 장식한 시계 케이스 가장자리(케이스 밴드)는 브레게의 품격을 상징하는 장식적 요소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방식의 롤링 작업을 거쳐 수작업으로 마무리한다.​

4 비밀 서명(The Secret Signature)

브레게에서 제작한 진품임을 확인하는 증거로 고안된 비밀 서명은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브레게 다이얼에 새겨져 있다. 주로 숫자 12의 양 측면에 드라이포인트(drypoint) 테크닉으로 각인된다.

5 브레게 숫자(Breguet Numerals)

18세기 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현대에 이르러 ‘브레게 숫자’로 불리는 특유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를 선보이며 워치메이킹의 디자인 코드를 재정립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널리 사용되는 요소다.

6 고유 번호(A Single Number)

모든 브레게 시계에는 고유한 번호가 부여되며, 각 번호는 18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온 하우스의 아카이브에 기록된다.

7 웰디드 러그(Welded Lugs)

시계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해 케이스 밴드에 러그를 용접하고 스크루 핀으로 스트랩을 고정한다. 손목의 섬세한 라인을 고려한 웰디드 러그는 최적의 착용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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