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ques Cavallier Bellet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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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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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좋은 원재료를 구해 몇 가지를 조합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을 찾아 시각적으로 향에 어울리는 색을 더하는 등, 어찌 보면 조향사는 향을 요리하는 셰프와도 같다. 이처럼 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네, 맞아요. 셰프와 조향사는 최고의 원재료를 찾고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죠. 다만 조향사는 실제 존재하는 것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까지 하나의 재료로서 요리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 네요. 예를 들어 베티베르나 파촐리처럼 자연에서 만나는 원재료도 있지만,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경험이에요. 한마디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그를 통해 경험한 새로운 느낌과 감정이 향을 요리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이러한 과정이 향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을 즐기는 것도 바로 이 과정의 일부입니다. 향의 원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지만, 여행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것을 향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저는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이 많아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러 국가의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경험이 쌓여 영감의 원천이 되고, 필요할 때마다 제 머릿속에 쌓인 그 기억들을 꺼내보곤 합니다.


Q2 2012년에 루이 비통 메종에 합류해 지난 2016년 일곱 가지 여성용 향수를 만들어내는 데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그때만 해도 무려 90가지 향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 향들이 이번 남성 향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제조 과정에서 여성 향수가 남성 향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습니다. 저에게 남성 향수와 여성 향수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에서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로 수십 개, 수백 개의 향을 조합하면서 느낀 경험이 이미 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으니, 이번 남성 향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합을 자연스레 꺼내볼 수 있었지요.


Q3 이번에 선보이는 남성 향수 5종의 공통된 테마가 있다면 무엇인지?

제가 이번 향수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남성성은 바로 ‘어번 시크’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시크함이란 루이 비통 패션에서 선보인 실크나 캐시미어 같은 퀄리티 좋은 소재, 다채로운 색상으로 제작되는 루이 비통 슈즈의 멋진 색감이라고 정의하고 싶군요. 그 때문에 향수병에 적용한 컬러 또한 시크함을 표현할 수 있는 색상으로 프로듀싱했어요.


Q4 향수를 뿌릴 때 손목에 뿌리고 비비는 행위는 마치 좋은 와인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과 같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향수를 뿌릴 때 자연스럽게 하는 행위라,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 인터뷰에서 추천한 손등에 뿌리는 법 외에도 향을 더욱 잘 느끼기 위한 다른 부위도 추천해달라.

손등만큼 향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부위는 없는 것 같습니다.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기가 가장 이상적으로 전달되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한국에 방문했을 때, 향수를 머리 위 허공에 분사한 뒤 바로 아래 서서 향수를 시향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향수를 허공에 그냥 날려버리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제대로 향을 뿌리기 위해선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뿌리길 추천합니다.


Q5 여행에서든 일상에서든 향으로 표현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영감을 받는 순간은 언제나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려볼까요?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미디어 파사드에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마치 물처럼 흐르듯 비행하는 멋진 영상을 봤는데, 이는 제게 새로운 향에 대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물은 미네랄을 연상시켰고, 그 미네랄은 건조된 나무 향이 될 수도 있으며 또 물은 베르가모트나 다른 향으로 표현될 수 있겠죠. 저는 이 이미지를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또 다른 이미지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기억 속에 간직한 이 이미지와 합쳐져 새로운 향을 탄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서울에서 받은 영감을 호텔 방으로 돌아와 아이패드에 공식으로 적어 동료에게 보내고, 공방으로 돌아가 그 공식으로 만든 향을 맡아볼 수 있겠죠. 그리고 그 공식들은 후에 여성을 위한 또는 남성을 위한 향으로 탄생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끝낸 후 그 나라에서 쌓은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품과 사진을 남기는 것처럼, 이러한 공식은 저에게 후각적 기념품, 후각적 사진이라 말할 수 있겠네요.


Q6 당신의 부인과 딸에게도 특별한 날 어울리는 향을 조향해준다고 들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벌써 수십 년 전 일이지만, 결혼기념일을 위해서, 그리고 딸들이 태어났을 때 느낀 기분을 향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있었지요. 시중에선 절대 구매할 수 없는, 우리 가족만의 향을 조향했을 때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들이 특별하고 행복하게 여겨서 제 기분까지 좋아지곤 합니다.


Q7 최근엔 럭셔리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루이 비통도 향수 원재료를 재배하는 그라스 지방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것이 있는지?

물론입니다. 우리는 물론 공급자들과 함께 친환경적 재배법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원칙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나 중개인이 공급하는 원자재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죠. 루이 비통은 원재료의 근원지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시간뿐 아니라 비용도 배로 들기는 하지만, 어떻게 재배되는지 모르는 재료나 약초, 혹은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만든 원재료는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인 루이 비통의 임무이며, 우리는 올바르고 아름다운 재료를 지켜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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