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of Senses

조회수: 2330
11월 01, 2017

에디터 고성연(도쿄 현지 취재)

한 병이 완성되기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프레스티지 퀴베급만 빚어내는 샴페인의 명가 크루그(Krug).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희소가치도 높은 이 샴페인 브랜드는 오감의 미학을 살려 음악과 미식을 예술적으로 녹인 ‘페어링’의 장인이기도 하다. 런던, 도쿄, 서울 등 지구촌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그 미학의 세계는, 크루그 가문 6대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문가여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음악을 느끼듯 그저 자신의 의식과 감각을 따르면 되니까’ 말이다.


1
171101_senses_01
2
171101_senses_02
3
171101_senses_03
3
171101_senses_04
4
171101_senses_05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열망한다.’ 음악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이 문구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미술 비평가 허버트 리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로지 작곡가만이 자신의 의식에 따라 자유롭게 예술 작품을 창작한다고, 그리고 음악은 누군가의 미감(美感)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의욕만을 담은 순수함의 결정체라고. 뭇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 이런 맥락에서 음악의 미학은 미각(味覺)의 미학과 닮은 구석이 있다. 특히 샴페인과 음악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짝꿍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기포가 몽글몽글 올라오는 샴페인은 근본적으로 소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말이다. 이 점을 꿰뚫어보고 음악과의 절묘한 앙상블을 꾀해온 샴페인 하우스가 바로 크루그(Krug)다. 전 세계에 걸쳐 ‘크루기스트(Krugist)’라 불리는 충성도 높은 애호가를 거느린 이 명품 브랜드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유명 셰프들과 손잡고 한 가지 식재료를 주제로 펼치는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으로도 유명하지만, 음악을 활용한 감성적 체험을 선사하는 시도로도 팬들을 더욱 매료시키고 있다.


도쿄의 밤을 감각적으로 물들인 ‘오감 만족’ 뮤직 페어링
지난 9월 말 밤, 도쿄 시나가와 구에 자리 잡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도쿄(Steinway & Sons Tokyo) 뮤직홀. 이곳에서는 미식과 음악, 그리고 최상의 샴페인이 한데 어우러진 ‘크루그 언플러그드(Krug Unplugged)’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크게 2부로 나뉜 이 행사의 1부에서는 크루그 그랑 퀴베 샴페인 잔을 손에 든 청중 앞에 한 쌍의 남녀 피아니스트가 등장했다. 둘은 각각 개성이 깃든 독주를 선보이더니 이내 인상적인 합주에 돌입했다. 마주한 2대의 피아노가 교감하면서 빚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섭렵하면서 샴페인을 홀짝이니 오감이 절로 행복해졌다. 이날 이 자리를 찾은 크루그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의 표현처럼 ‘입안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느끼게 하는 샴페인’인 만큼 크루그 특유의 다양하고 강렬한 개성이 음악의 기승전결과 함께 놀랍도록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루그 그랑 퀴베는 4백 가지가 넘는 베이스 와인 중 적절한 와인을 택해 날씨의 변화와 상관없이 해마다 최상의 품질과 맛을 선사하는 논빈티지 샴페인의 대명사다. 2부는 온통 숲의 감성으로 장식해놓은 디너 행사. 크루그 암바사드 셰프인 야마다 지카라가 감자, 달걀에 이어 2017년 올해의 식재료로 선정된 ‘버섯’과 ‘크루그’를 엮은 정찬 코스를 선보였는데, 앙증맞은 버섯 버거와 화이트 트러플 카르보나라, 블랙 트러플을 활용한 부드러운 초콜릿 디저트 등이 그랑 퀴베, 크루그 로제, 그리고 올해 나온 빈티지 샴페인 ‘크루그 2004’와 짝을 이뤘다. 이 황홀한 만찬을 배경으로 유럽 재즈 거장인 에릭 레니니 트리오의 감미로운 연주가 펼쳐졌으니, 그야말로 감각의 향연이라 할 만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크루그의 ‘음악x미식’ 사랑
미식과 음악을 접목한 크루그만의 감각 있는 시도는 비단 도쿄의 전유물이 아니다. 크루그 메종이 있는 프랑스 랭스는 물론 런던, 홍콩, 서울 등 지구촌 곳곳에서 빼어난 하모니가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4년 전 홍콩에서 시작됐다. 유명 뮤지션을 초청해 당시 서빙했던 샴페인과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는 페어링 행사를 진행했는데, 청각과 미각의 만남이 기막히게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를 토대로 크루그는 크루그 홈페이지(krug.com)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음악가들이 직접 크루그 테이스팅 경험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한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도 하고 있다. 이는 샴페인 병 레이블에 인쇄된 6자리 숫자를 모바일 앱에 입력하면 해당 샴페인의 이모저모(블렌딩한 와인 종류, 셀러 마스터 소개 등)를 파악할 수 있는 ‘크루그 ID’에 이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이다. 실제로 ID를 입력하면 와인 스토리뿐 아니라 마일스 데이비스, 베토벤 등 실제로 감상할 수 있는 음악 목록이 뜬다. 지난여름 서울에서도 음악과 미식을 녹인 ‘크루그 언 브아야주(Krug en Voyage)’ 행사가 열렸는데, 피아니스트 신지호가 라이브 연주를 곁들이면서 ‘음악x미식’ 페어링의 진수를 보여줬다. 크루그 그랑 퀴베의 뮤직 페어링 곡으로 마르첼라 로제리가 선곡한 베토벤 9번 교항곡 중 ‘환희의 송가’를 자신의 개성을 가미한 편곡으로 연주한 데 이어 본인의 경쾌하기 그지없는 곡인 ‘서커스’로 마무리함으로써 팔색조 같은 크루그의 매력을 표현해낸 것. 휴대폰만으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은 물론 크루그가 선보이는 미각의 향연을 제대로 만끽해보고 싶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들이 참여하는 ‘크루그x버섯’ 프로젝트를 눈여겨볼 만하다. 임정식 셰프(정식당), 장명식 셰프(라미띠에), 임기학 셰프(레스쁘아 뒤 이부)가 창조해낸 ‘크루그x버섯’ 메뉴를 크루그 샴페인과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마련돼 있다(오는 연말까지). 또 그들의 레시피를 담은 책자 <From Forest to Fork>도 한정 수량으로 증정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