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s of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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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 2016

에디터 고성연(마카오 현지 취재)

올해로 개최 10주년을 맞이한 아시안 필름 어워즈(AFA)는 한, 중, 일이 사이좋게 손잡고 빚어낸 글로벌 영화 축제다. 지난 3월 17일 마카오에서 열린 2016년 시상식에 류승완 감독과 남우 주연상을 꿰찬 배우 이병헌,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은 배우 유아인 등 한국 영화인들의 존재감이 유난히 빛을 발했다. 영화 <한공주>로 독립영화계의 기수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과 요즘 경력을 꽃피우고 있는 배우 천우희도 공식 후원사 프리미엄 샴페인 브랜드 모엣 & 샹동의 초청으로 AFA를 찾았다. 진정성 있는 문화 콘텐츠를 창조해내기 위한 진실의 순간들이 보답을 받는 그 현장에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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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나 시상식 같은 대형 행사는 언뜻 짧은 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꽃처럼 보인다. 길게 깔린 레드 카펫, 근사한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을 한 은막의 스타들,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그리고 “파앙~” 터지는 경쾌한 소리의 미학과 알싸한 감각을 선사하는 샴페인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피로연. 흔히 영화 행사라고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분명 실재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광경이라 아름다운 허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토록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영화 시상식이라는 존재는 어떤 이들에게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일궈낸 ‘창조적 협업’의 결실을 되새기는 가슴 벅찬 자리이며, 진실한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임한 순간들이 빚어낸 영광의 절정을 누리는 무대다.

마카오를 샴페인 향으로 물들인 봄의 축제, 아시안 필름 어워즈(AFA)

그렇다고 허무하게 지나가는 도취의 순간만은 아니다. 영화제는 그 생태계를 이루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장’이기에, 알게 모르게 다양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엮어낼 수 있는 도약의 플랫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로 개최 10주년을 맞이한 아시안 필름 어워즈(AFA). 지난 3월 중순 ‘불야성의 도시’ 마카오에 자리한 베네치안 호텔에서 열린 이 영화제는 독특하게도 아시아 주요 영화제들이 주축을 이뤄 탄생시킨 글로벌 행사다. 부산국제영화제, 홍콩영화제, 도쿄영화제가 그 삼각 구도를 담당하고 있다. 한류 열풍 속에서 K필름을 부각하고 있는 감독, 배우, 스태프 등 우리나라 관계자들도 다수 참석했고, 이병헌이 영화 <내부자들>로 남우 주연상까지 거머쥔 올해 AFA에는 특별한 한 쌍의 한국 남녀가 차례로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2년 전인 2014년 봄 개봉한 영화 <한공주>로 국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쓴 이수진 감독과 배우 천우희였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샴페인 브랜드 모엣 & 샹동에서 주최하는 ‘제4회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드(Moe··t Rising Star Award)’를 받은 이들은 그 특전으로 주어지는 AFA 시상자 자격으로 마카오를 찾은 것이다.

글로벌 영화 행사의 힘, 교류의 장이자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플랫폼 역할
‘영화제의 사나이’라 할 만한 이수진 감독은 AFA 같은 글로벌 무대에 익숙할법도 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떨린다”면서 영화제가 자신의 인생에 선사한 ‘의미’를 얘기했다. 그는 <한공주>가 국내 개봉을 하기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 하우스상과 시민 평론가상을 받고 모로코에서 개최되는 마라케시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력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됐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 수도 있지만 국왕이 주최하는 영화제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심사위원을 맡는 등 제법 큰 규모의 행사였어요. 칸 영화제의 축소판이랄까요. 그 자리에 초청되고 상을 받는 영광까지 누린다는 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이고요.” 글로벌 영화 잔치의 이면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정말 다양한 관계자들이 질 높은 문화 콘텐츠를 접하고 흡수하기 위한 또 다른 교류의 장이 펼쳐지는 덕분이다. 실제로 선순환의 고리가 작동해 이 감독은 부산과 마라케시를 발판으로 이듬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도빌 아시아영화제, 전주영화제, 그리고 올해 AFA까지 이르는 뜻깊은 여정을 거쳐온 셈이다. 모엣 & 샹동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영화제를 기꺼이 후원하는 보람이 여실히 나타난다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축제 형식을 띤 글로벌 문화 콘텐츠 플랫폼은 흔히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각국의 수작들이 보다 많은 영화 전문가와 애호가의 시야에 포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일 수도 있기에, 그 가치가 더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감독은 우리의 빼어난 글로벌 플랫폼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아픔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특유의 정체성과 색깔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차기작 초고를 완성했다는 그가 다시 한 번 경쾌하게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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