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우아하고 사려 깊은 호텔들

조회수: 2999
5월 06, 2015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이제 아시아의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은 베트남이다. 중국,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서 영향을 받은 다채로운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뿐 아니라 최대 상업 도시이자 프랑스인의 휴양지였던 다낭, 시클로를 타고 돌아보는 세계문화유산 도시 호이안도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 과거 사이공으로 불렸던 호치민에서는 활기찬 남국 항구의 낮과 밤을 경험할 수 있다. 베트남 역사와 낭만을 집약한 각 도시의 이국적 호텔로 당신을 초대한다.


1
하노이, 꽃과 호텔의 도시
‘향기라면 재스민, 기품이라면 하노이 사람’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은 하노이(Hanoi)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세로로 길게 뻗은 베트남 국토 북부에 위치한 도시이자 수도인 하노이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길가에서는 남국의 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봄에는 쓰어꽃, 가을에는 우유꽃, 겨울에는 연꽃이 피는 등 1년 내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하노이에는 응옥하, 응이땀, 꽝바 서쪽 호수 주변에 많은 꽃 재배 마을이 있으며,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품종과 교배하거나 새롭게 품종을 개발하는 화훼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동네 곳곳에는 화훼 마을과 남부에서 올라온 온갖 꽃이 만발한 전통 꽃 시장이 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부티크는 물론이고,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의 장바구니와 그 유명한 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소녀의 자전거에도 어김없이 향기로운 꽃다발이 실려 있다. 뒤늦게 시작된 급작스러운 현대화에도 여전히 꽃과 낭만을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운 순간이다. 하노이에서 꽃은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품이다. 하노이 사람들의 타고난 기품은 이렇게 꽃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하노이의 첫인상을 ‘꽃’이라는 한마디로 단정 짓기에는 부족하다. 대규모로 건축되었을 것이 분명한 19세기 프랑스 스타일의 작고 사랑스러운 건축물 사이로 꽃이 만발해 있다. 그 앞으로 오토바이를 탄 수천 명의 사람들은 신호등이 없는 거리를 질주하고, 버드나무 우거진 수백 개의 작은 호수가 도시를 수놓고 있다. 하노이의 정취를 100% 만끽하기 위해서는 가장 하노이다운 호텔에 투숙하는 것은 어떨까? 베트남의 과거와 현대를 한 번에 감상하기에 호텔만 한 것은 없을 것이다.


2
3
4
5
소피텔 메트로폴 하노이 레전드, 풀만 하노이의 비밀 공간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투숙하는 호텔은 어디일까? 미국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 덴마크의 마그레테 여왕도 같은 호텔의 VIP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모든 왕족과 명사가 묶는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닌 이 호텔은 하노이 중심부에 자리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Sofitel Legend Metropole Hanoi)다. 1901년에 문을 연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는 그 우아한 외관만 보아도 누구나 매료될 만하다. 하노이 구시가지에 위치하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양옆으로 2개의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역사를 담은 ‘메트로폴 윙’은 고전적인 프랑스 건축물과 베트남 전통 양식이 결합된 인테리어가 특징이고, 현대적인 ‘오페라 윙’은 역사와 모던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레노베이션되었다. 호텔 1층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자리한 ‘라 테라스(La Terrasse)’는 마치 과거의 파리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전망 좋은 카페다. 전형적인 파리지앵 스타일이지만 베트남의 전통도 듬뿍 묻어나는 오묘하고 매력적인 곳이다. 클래식한 가구와 천장에서 돌아가는 앤티크 선풍기를 배경으로 하노이 거리를 바라보며 페리에 주에 샴페인을 한잔 음미해보자. 호텔 역사만큼 오래된 프렌치 레스토랑 ‘르 보리외(Le Beaulieu)’와 이탤리언 레스토랑 ‘안젤리나(Angelina)’도 기억해두시라. 특히 ‘르 보리외’는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맛보는 선데이 브런치로 유명하다. 하노이의 감성적인 일요일을 상징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호텔에 폭탄 대피소(bomb shelter)가 있다는 것이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과 미국이 벌인 전쟁에서 실제 사용된 대피소인데, 당시 배우 제인 폰다와 같은 특급 게스트들이 이곳에 숨었다고 한다. 벙커는 전쟁이 끝나고 한동안 봉쇄되었는데, 2012년 다시 오픈되어 투숙객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전쟁의 상처를 이겨낸 베트남인들의 용기를 기념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www.sofitel-legend.com/hanoi).
하노이에서 최근 새롭게 선보인 ‘풀만 하노이(Pullman Hanoi)’는 여행자를 위한 호텔이다. 외관은 유럽의 성에서 영감을 얻어 클래식하지만, 42개의 객실과 레스토랑은 젊고 활력이 넘친다. 21세기 새로운 베트남을 상징하는 비비드한 색감과 현대적 질감의 소재로 모던하게 구성되어 있다. 풀만 하노이에도 역사적인 비밀이 담겨 있다. 바로 높은 굴뚝이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기 때문에 비밀이라는 표현이 다소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곳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연기가 나지 않는 풀만 하노이의 상징적인 조형물이지만, 과거 이곳이 베트남의 발전을 이끌던 공장 지대였다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두었다고 한다. 굴뚝은 야자수 우거진 야외 수영장의 오른쪽에 위치하며, 풀만 하노이의 마스코트로서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프랑스어로 ‘굴뚝’이라는 의미의 호텔 2층 ‘라 침니 레스토랑(La Chemine´e Restaurant)’에서 맛보는 식사를 더욱 의미 깊게 해준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하노이 전통 요리에서부터 인터내셔널한 음식까지 두루 서브된다. 한편 여행자를 위한 호텔이니만큼 스파 라운지(spa lounge)와 피트 라운지(fit lounge)가 산뜻하다. 베트남의 모든 도시에서는 1년 내내 야외 수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니 하노이 거리를 바라보면서 물살을 갈라보자(www.pullman-hanoi.com).
‘드 로페라 하노이 호텔(Hotel de l?Opera Hanoi)’은 위에 소개한 두 호텔과는 또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 바로 옆에 위치한 매력적인 로케이션과 강렬한 컬러, 부드러운 패브릭 인테리어로 무장한 부티크 호텔이다. ‘오페라의 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우아한 호텔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테라스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바라보는 오페라 하우스는 그 자체로 매혹적이다(www.hoteldelopera.com).
풀만 하노이와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 드 로페라 하노이는 모두 하노이의 랜드마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오페라 하우스, 히스토리 뮤지엄, 호안 키엠 호수(Hoan Kiem Lake), 문학의 사원(Van Mieu Quoc Tu Giam), 연꽃 수상 인형 극장(Water Pupper Theatre), 호치민 기념관(Hochiminh Mausoleum), 원 필라 파고다(One Pillar Pagoda)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연꽃 수상 인형 극장에서는 베트남 북부 지역의 민요를 라이브로 들으며 전통 농업과 전설 속 용, 선녀를 표현한 사랑스러운 수상 인형극을 감상할 수 있다.


6
7
8
9
다낭의 레이디 부다를 만나다
베트남 북부 도시인 하노이를 떠나 중부 해변으로 내려오면 다낭이 펼쳐진다. 다낭은 전형적인 휴양 도시지만 인근에 16세기에 번성한 무역항이었던 고도 호이안(Hoi An)과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후에(Hue)가 있어 단순한 휴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린응 사원(Chua Linh Ung)의 레이디 부다(Lady Buddha)는 다낭의 랜드마크다. 마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산 정상에 있는 그리스도상처럼 우뚝 솟아 다낭의 해변을 감싸 안고 있는 이 거대한 조형물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평안을 기원하는 듯하다. 레이디 부다가 마주 보이는 해변의 ‘풀만 다낭 비치 리조트(Pullman Danang Beach Resort)’는 최근 레노베이션을 마친 우아한 호텔이다. 바로 해변가에 위치하기에 수영과 선탠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리조트 바로 앞으로 길게 뻗은 해변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현지인 마을이 나온다. 순박한 눈동자의 베트남 젊은이들은 장난 삼아 작은 거북이를 잡는다며 모래사장을 파헤치고 있고, 검게 그을린 어부는 나무로 만든 동그란 전통 배 ‘통’을 타고 작은 물고기들을 그물에 담아 올린다. 여행객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베트남 사람들과 잠시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돌아오면 스파와 베트남 전통 식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 풀만 다낭 비치 리조트는 투숙객을 위해 호이안, 후에 투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인근에 3개의 골프장이 있어 골프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www.pullman-danang.com). 다낭을 떠나기 전에 하루 정도 인근에 위치한 후에의 ‘라 레지던스 후에 리조트 & 스파(La Residence Hue Resort & Spa)’에 묵는 것도 좋겠다. 19세기 베트남의 수도였던 후에는 9백여 개의 문화유산이 있는데, 그중 16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인받았다. 라 레지던스 후에 리조트 & 스파는 강변(Perfume River)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권이다(www.la-residence-hue.com).


10
11
미스 사이공의 도시, 호치민
북부의 하노이, 중부의 다낭을 거쳐 베트남 남부로 내려가보자. <연인>의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가 사랑했던 메콩강 인근의 도시 호치민(Hochiminh). 원래 ‘사이공(Saigon)’으로 불렸으나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의 이름을 따 1976년 ‘호치민’으로 개칭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이공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이름이고, 얼마 전 오픈한 ‘풀만 사이공 센터(Pullman Saigon Centre)’ 호텔도 그 전통을 따르고 있다. 풀만 사이공 센터는 여전히 높지 않는 건물이 미덕인 호치민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보는 호치민의 전망이 하이라이트다. 호텔 가장 위에 위치한 ‘코발트 루프톱 레스토랑(Cobalt Rooftop Restaurant)’은 호치민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며, 야외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어 리셉션이 열리곤 한다. 호치민의 호텔 레스토랑 중 전망이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호텔의 외관은 모던하지만 로케이션은 호치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베트남의 에너지를 만끽하기에 적합하다. 걷는 것도 좋지만 시클로 혹은 오토바이 투어도 모두 가능하다. 그 유명한 벤 탄 시장(Ben Thanh Market)과 사이공 오페라 하우스(Saigon Opera House)가 가깝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건축된 노트르담 성당과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중국식 사당 티엔어후도 명소다. 베트남을 기억하는 데 프랑스, 중국 식민지 시대의 향수는 빼놓을 수 없는 모티브가 된다(www.pullman-saigon-centre.com). 이렇듯 누구라도 베트남에 가면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역사, 순박한 사람들과 차분한 물가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노후를 베트남에서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베트남을 직접 경험해본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미래, 전통과 모던, 소박함과 럭셔리의 극과 극 경험을 할 수 있는 베트남의 이국적인 호텔에서 가라앉았던 영감을 일깨워보자. 참고 www.accorhotels.com,www.ambatel.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