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교감 그리고 공감, 2014년을 기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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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5, 2014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의 저자>)

기념일은 연인 사이에만 챙기는 것일까? 올해 특별한 기념의 해를 맞은 문화계 소식을 알아둔다면 2014년을 더욱 흥미롭게 보낼 수 있다. 특히 윌리엄 셰익스피어 탄생 4백50주년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백50주년은 전 세계를 축제의 분위기로 물들이는 가장 큰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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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위대했다
셰익스피어 탄생 4백50주년이라는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를 식민지 인도와도 바꿀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영국인의 편애를 받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해를 맞아 영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다채로운 행사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영국 현지의 관련 행사부터 전한다. 영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은 참조하시라. 셰익스피어스 글로브(Shakespeare’s Globe) 극장에서는 4월 23일부터 <햄릿> 월드 투어 공연을 한다. 극장 방문객들은 공연뿐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런던에서 보낸 생애와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도 감상할 수 있다.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서는 2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셰익스피어: 우리의 위대한 극작가(Shakespeare: Our Greatest Living Playwright)> 전시가 열린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셰익스피어의 도약과 상상력을 조망하는 전시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1602년, 셰익스피어의 작품 <십이야>가 초연된 미들 템플 홀(Middle Temple Hall)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1570년 완공된 이후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셰익스피어 마니아라면 당시 퀸 엘리자베스 1세의 참석과 함께 상연된 공연의 향수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문 전 예약은 필수이며, 운치 있는 극장에서 먹는 낭만적인 점심 식사도 주문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흥미진진한 공연이 이어진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작품으로 알려진 <맥베스>가 3월 8일부터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그 포문을 연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장군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과 아내의 부추김에 왕을 살해하고 자신마저 죽음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현대인의 자화상과 다르지 않다. 인격이 고결하지만 욕망에 빠져드는 맥베스는 박해수가, 욕심에 가득 차 있다가 불안감에 시달리는 맥베스의 부인은 김소희가 맡았다.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리어왕>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이니만큼 더욱 신뢰가 간다. 비극이 싫다면 희극은 어떤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작품을 정의신 연출가가 유머러스하게 각색해 희극 <노래하는 샤일록>으로 변모시켰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통해 드러난 종교과 인종 문제가 현대에도 여전히 잔재한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하겠지만 말이다(4월 5~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희극도 좋고 비극도 좋다면 <템페스트>를 추천한다. 셰익스피어의 후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형제의 배신과 복수, 사랑이 펼쳐지는 신비로운 작품이다(5월 9~25일). 상반기에 연극으로 셰익스피어를 만끽했다면, 하반기에는 오페라로 만나는 것은 어떨까? 10월 2일부터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11월 6일부터 9일까지 <오텔로>가 공연된다. 스산한 가을밤에 어울리는 비극을 상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랑스의 작곡가 구노의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젊은 연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와 서정적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17세기 이탈리아 베로나의 모습을 섬세하게 재현했으며,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긴장감 넘치는 싸움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무술감독과 안무가가 참여한다. 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의 주역으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이하영이 줄리엣을, 테너 프란체스코 데무로가 로미오 역을 맡는다. <오텔로>는 베르디의 장엄한 음악과 어우러지는 대작인데, 미국 달라스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역임한 세계적인 지휘자 그래엄 젠킨스가 지휘를 맡고 오텔로 역에는 테너 안토넬로 팔롬비, 데스데모나 역에는 소프라노 세레나 파르노키아가 합류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무대 위의 연극, 오페라와 함께 셰익스피어가 고민했던 인간의 선과 악을 다시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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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도 셰익스피어 탄생 기념 공연에 질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올해는 독일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탄생 1백50주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는 화려한 관현악과 정밀한 앙상블이 특징인 교향시의 거장이다. 서울시향에서 세 가지 슈트라우스 시리즈를 준비했는데, 아쉽게도 첫 번째 연주회 ‘영웅의 생애’는 1월 9일에 정명훈의 지휘로 호평 속에 이미 막을 내렸다. 5월 9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연주회 ‘슈트라우스와 오보에의 밤’이 열린다. 슈트라우스는 몰라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도입부에 쓰이며 깊은 인상을 남긴 이 작품은 웅장한 악상과 탁월한 관현악 기법으로 이루어져 교향시 최대의 걸작으로 불린다. 연주회 전반에는 슈트라우스의 ‘오보에 협주곡’을 유명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의 협연으로 감상할 수 있다. 12월 12일에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첼리스트 지안 왕의 협연으로 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를 연주한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10개의 변주곡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를 음악으로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독일 현지에서도 관련 행사가 열린다. 슈트라우스가 태어난 뮌헨에서는 탄생 1백50주년 축하 음악회에서 ‘메타모르포젠’, ‘돈 후안’, ‘장미의 기사’ 등의 작품이 연주된다(6월 9일/뮌헨 국립극장). 슈트라우스가 40년 이상 머물다 생을 마감한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지방에서는 탄생 축하 여름 축제가 열린다. 6월 11일 개막해 19일에 막을 내린다.
풍성한 생일 잔치를 여는 미술관들

미술계에서도 생일 잔치는 이어진다. 2014년은 미술가 박수근 탄생 1백 주년, 한국자수박물관 개관 40주년,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그리고 일본 도쿄의 모리 아트 뮤지엄 개관 10주년이다. 먼저 국민 미술가로 칭송받는 박수근의 탄생을 축하하는 <박수근 탄생 1백 주년 기념>전이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3월 16일까지).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소장가 수십 명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박수근의 작품들까지 포함된 총 1백20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라는 점이다. 박수근은 골목길 풍경, 장터의 여인,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등 서민의 일상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이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을 그려야 한다는 미술가로서의 확고한 신념에 따른 것이다. 오는 6월에는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에서 또 다른 전시가 이어진다.
한국자수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는지? 1974년 개관한 한국자수박물관은 허동화 관장의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의미 깊은 공간으로 특히 해외 전시를 통해 다수의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에서 한국자수박물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하는 <보자기와 주머니> 초청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 관장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컬렉션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규방 문화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전설적 인물이다. 우리나라 앤티크 보자기의 아름다움은 일본에서 더욱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데, 20만 명 정도의 일본인(재일교포 포함)이 직접 보자기를 만들거나 컬렉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자수박물관이 그간 일본에서 30여 회 전시회를 개최하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발전시킨 예술적으로 섬세한 자수 문화를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아트 스펙트럼 2014>와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을 선보인다. <아트 스펙트럼 2014>는 한국 작가들의 전시로, 외부 큐레이터와 협업해 선정한 작가 10명의 작품을 전시한다(5월 1일~6월 30일).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은 한국의 고미술과 국내외 현대미술을 포괄하는 리움의 소장품을 한눈에 만날볼 수 있는 전시다(8월 23일~12월 28일). 20년 전에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로 확정되었다. 이는 1980년대 초반 가장 인기 있던 뉴욕 출신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의 제목일 뿐 아니라,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런던 테이트 모던의 제시카 모건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았다. 또 창설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도 별도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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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과 춘향

발레만큼 모든 예술이 집약된 장르가 또 있을까? 음악과 문학, 미술과 패션, 그리고 무용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발레의 매력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아쉽다.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발레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창립 멤버였던 문훈숙 단장이 심혈을 기울여 레퍼토리를 준비했는데, 먼저 4월 25일부터 27일까지는 LG아트센터에서 모던 발레 <멀티플리시티>가 공연된다. 바흐의 음악에 맞추어 천재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현란한 몸짓이 발레 작품으로 탄생된다.
6월 13일부터 17일에는 클래식 발레 <지젤>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지젤>은 음악가 아돌프 아당의 감미로운 음악과 무용수들의 애절한 연기력이 어우러지는 가장 아름다운 발레 작품이다. 시골 처녀 지젤이 귀신이 되어서도 연인을 사랑으로 보호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처녀 귀신 윌리들의 군무가 유명하다. 패션 하우스의 파티도 화려하다. 2014년은 루이 비통은 창립 1백60주년, 마세라티는 창립 1백 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루이 비통의 경우는 마침 <시티 가이드> 출간 15주년이라 더욱 의미 있다. 처음 <시티 가이드> 서울 편이 출간되어, 판매금을 유니세프에 전달하기도 했다. 1854년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 트렁크를 선보이며 여행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선사한 루이 비통다운 행보인 듯하다. 마세라티의 <1백 주년 기념 책자>는 ‘한 세기의 역사, 마세라티(Maserati?A Century of History)’라는 제목으로 회사 연혁, 모델 라인업, 모터 스포츠 등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마세라티의 1백 년 역사를 연대기로 집필했다. 가장 기대가 되는 행사는 오는 9월 모데나에서 열리는 드라이브와 레이싱 트랙 세션으로 지난 1백 년간 전 세계에 선보인 2백50여 종의 다양한 마세라티 모델을 총집결해 3일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
포드 머스탱 역시 탄생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머스탱을 선보였는데, 머스탱 최초로 탑재된 계기판상의 4.2인치 LCD 스크린을 통해, 연비를 비롯한 차량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운전자는 드라이빙 스타일에 맞추어, 뉴 머스탱에 장착된 6단 셀렉트 시프트 자동변속기를 통해 완전 자동 또는 매뉴얼 변속에 따른 주행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말이 있다. 온 마음을 바친 사랑도 작은 오해로 사라져버리는데,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2014년의 다채로운 생일 파티에 참석하여 풍성한 문화의 선물을 만끽해보자.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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