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 Wonder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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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7, 2023

에디터 윤자경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워치스 앤 원더스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48개 브랜드는 한층 진보된 테크놀로지와 저마다의 심미성을 담은 신작을 소개하며 워치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았다. 워치 마니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올 해의 워치 트렌드 키워드, 각 브랜드의 주요 워치까지, <STYLE 조선일보>가 직접 취재한 생생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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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ATCHES & WONDERS


시계 애호가들의 가장 큰 연례행사로 입지를 굳힌 워치스 앤 원더스.1991년,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에서 까르띠에, 보메 메르시에, 제랄드 젠타, 다니엘 로스, 그리고 피아제까지 총 4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매우 프라이빗하게 하이 럭셔리 워치를 선보인 것에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점차 프랭크 뮬러, 바쉐론 콘스탄틴 등 하이 워치메이킹의 명가라 불리는 브랜드가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명예와 명성을 꾸준히 높여왔다. 그리고 워치스 앤 원더스와 더불어 손꼽히는 시계 박람회로 바젤월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바젤월드는 주얼리, 예술 작품뿐 아니라 시계와 시계 속 부품까지, 워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박람회다. 하지만 2019년 바젤월드에서 브랜드 간 자리 선정 이슈와 참가 비용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세계 시계 산업을 이끄는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 중 하나인 스와치 그룹이 불참을 선언했다. 브레게, 오메가 등 메인 브랜드가 소속된 스와치 그룹이 이탈하면서 그 여파로 위블로, 제니스, 태그호이어가 소속된 LVMH 소속 브랜드와 롤렉스, 파텍필립, 에르메스, 샤넬까지 독립 브랜드가 바젤월드를 떠났다. 이렇게 바젤월드 불참을 선언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또 하나의 굵직한 시계 박람회인 워치스 앤 원더스로 옮겨 갔고,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몽블랑, 파네라이 등 리치몬트 그룹 브랜드를 필두로 한 시계 브랜드가 워치스 앤 원더스와 함께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 분위기는 어땠을까.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Palexpo)에서 개최되었고,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성과를 거두었다. 한 해 시계 시장의 주요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장이자 브랜드와 바이어, 그리고 프레스까지 한데 모여 시계 산업의 동향과 시계 트렌드를 꿰뚫을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총 48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1백25개국에서 모인 4만3천여 명이 팔렉스포 박람회장을 찾았다. 이는 작년 방문자 수인 2만5천 명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다. 무엇보다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 역사상 처음으로 박람회를 행사 마지막 이틀간은 퍼블릭 데이(public day)로 일반인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1만2천 장의 티켓이 일찍감치 매진되며 놀라운 역사를 써나갔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입장권 25%를 25세 미만이 구매했고 전체 관람객의 평균연령이 35세라는 것. 확실히 시계 산업과 문화가 젊은 세대의 관심사라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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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마니아를 위한 축제의 장
워치스 앤 원더스 2023 개최 기간에 스위스 제네바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으며, 박람회를 찾은 각국의 손님들을 환영해주었다. 제네바 어디서든 박람회가 열리는 팔렉스포로 쉽게 향할 수 있도록 워치스 앤 원더스 전용 셔틀버스를 운행했고, 박람회 참여 부티크는 행사 기간에 예외적으로 밤 9시까지 오픈해 누구든지 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도시 중심에서는 워치스 앤 원더스 행사의 일환인 ‘인 더 시티(In the City)’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론(Rhone)과 바스(Basses) 거리에 들어서면 ‘WandW’라는 표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표지를 따라 각각의 부티크로 들어가면 브랜드의 역사적인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으며, 아틀리에 워크숍을 체험하고 워치메이커들과 교류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코스 중간에 배치된 QR코드를 통해 참여 부티크와 더불어 상징적인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는 거리에서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으며, 여러 주요 거리에는 다양한 푸드 트럭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퐁 드 라 마신(Pont de la Machine)에서는 ‘제네바, 스위스 그리고 워치메이킹(Gene`ve, la Suisse et l’Horlogerie)’ 콘퍼런스가 개최되었고, 제네랄 기상(Ge´ne´ral Guisan) 강변에서는 유명한 DJ, 디 아브너(The Avener)의 무료 콘서트를 진행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향한 여정
박람회 현장은 각각의 브랜드 부티크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경이로운 자태를 뽐낸다. 행사가 끝나면 부수고 버리는 게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 찰나, 워치스 앤 원더스 관계자는 몇몇 브랜드는 인테리어 자재와 장식 요소를 한번 쓰고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두었다가 매년 재사용한다고 전했다. 각각의 부스뿐 아니라 프레스 룸, 복도 등 공용 공간에 쓰이는 자재도 15년 이상 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워치스 앤 원더스가 열린 박람회장 팔렉스포는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운영했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박람회장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음식과 커피, 음료는 환경을 고려한 다회용 그릇으로 제공되었다. 그리고 탄소 발자국 저감의 일환으로 제네바에서는 방문객을 위해 도심 전체의 호텔을 경유하는 다양한 노선의 공공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그리고 박람회 첫날, 쇼파드의 앰배서더인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했다. 그녀는 콘퍼런스 룸으로 향해 럭셔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와 함께한 쇼파드의 공동 사장 칼-프리드리히 슈펠레 역시 “쇼파드의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원료를 책임감 있게 소싱하는 장기적인 과정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2018년까지 100% 윤리적인 금을 사용한다는 목표하에 2013년부터 윤리적인 금 소싱을 시작했고, 2025년까지 자사 제품에 80% 재활용 스틸을 사용할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책임감 있는 시계 및 주얼리 생산을 언급하면서 럭셔리의 지속 가능한 여정을 강조했다. 워치스 앤 원더스 주최 측과 쇼파드의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향한 노력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럭셔리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INSICHTFUL WORLD

시계를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롭고 인사이트 가득한 각 브랜드들의 부스 인테리어.


MONTBLANC
이번 2023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준 부스 중 하나. 필기 문화에서 시작된 메종의 근간과 몽블랑이라는 산의 연결점에서 영감받은 부스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얼음 같은 벽, 화강암, 그리고 화이트 그레이 우드 컬러가 어우러진 공간 덕분에 산속 풍경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부스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몽블랑 닙이 달린 필기 진자. 프랑스의 노매딕 비주얼 아티스트 마리 드 라 빌 보제(Marie de La Ville Bauge´)가 고안한 이 진자는 시계 다이얼을 연상시키는 둥근 캔버스 위에서 하루 8시간 동안 작동하면서 산악 빙하에 헌정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몽블랑 워치메이킹 세계의 주요 테마인 시간, 필기 예술, 산악 탐험 정신 간의 연결 고리를 형성한다.
HERMÈS
마치 몽환적인 분위기의 미술관에 들어선 것 같기도 하고, 기계식 시계 내부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을 준 에르메스의 부스. 부스에 설치된 작품들이 저마다의 규칙이 있는 듯 정밀하면서도 몽환적인 메커니즘을 보여주면서 방문자들을 에르메스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티스트 클레망 빌(Cle´ment Vieille)이 설치한 부스 안 작품들은 새로운 소재에 대한 열정으로 물질의 특성을 연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압력과 팽창이라는 요소를 적절하게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결합되는 텐세그리티 구조, 직조된 탐소섬유 시트, 메스 다이스 소재는 그의 작품 주제인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잘 표현했다.
IWC
이번 시즌 신제품의 스토리텔링을 엿볼 수 있었던 IWC 부스. IWC는 1970년에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SL을 모티브로 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을 출시했는데, 이런 디자인적인 히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부스에는 메르세데스-벤츠 C 111-III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을 반영한 엔지니어링의 완벽한 예시를 보여주듯, 차체는 공기역학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설계되었고, 기능과 기술적 디테일에 집중한 콘셉트 카로 1970년대 디자인 트렌드를 보여준다. 또 방문객들은 찰스 & 레이 임스(Charles and Ray Eames)의 로비 암체어 ES104 등 스위스 가구 회사 비트라(Vitra)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가구들을 비치한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찰스 & 레이 임스를 대표하는 가구들은 기능적 디자인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새로운 인제니어 모델에도 적용되어, 제품 처리 및 마감에서 놀라울 만큼 정교한 디테일과 품질을 보장한다.



WATCH TREND KEYWORDS 3


1 MY UNIVERSE WATCH
(왼쪽 시계 – 바쉐론 콘스탄틴, 오른쪽 시계 – 샤넬)
시계와 우주의 연결 고리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될 예정. 샤넬에서는 SF와 시공간 여행에서 영감받은 샤넬 인터스텔라 캡슐 컬렉션을 통해 우리를 우주로 초대했다.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반짝이는 블랙 래커 다이얼과 약 0.1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스틸 소재 별 모양 럭키 참이 특징인 프리미에르 럭키 스타 한정판 워치를 선보인 것. 시계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는 총 11가지 컴플리케이션을 갖춘 캐비노티에 듀얼 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는데, 앞면에는 달의 존재에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보이는 달의 모습을 구현했고, 뒷면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항성시와 별자리를 표시한 매력적인 디자인을 더했다.


2 KEY COLOR, SALMON
(왼쪽 시계 – 튜더, 오른쪽 시계 – 쇼파드)
이번 시즌에는 블루와 그린 같은 컬러 다이얼 스펙트럼에 새먼 컬러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 다이얼이 선사하는 화려함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전하는 새먼 다이얼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쇼파드에서는 우아한 컬러 다이얼과 시크한 조화를 이루는 직경 41mm 케이스의 알파인 이글 41 XPS를 선보였고, 튜더에서는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로열 워치에 새먼 컬러 다이얼을 추가했다. 선레이 피니싱을 가미한 다이얼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정교함이 돋보인다.



3 STUNNING HARMONY
(왼쪽 시계 2개 – 반클리프 아펠, 오른쪽 시계 – 까르띠에)
워치와 주얼리의 하모니는 언제나 옳다. 이번 해 특징을 꼽자면 여성 주얼리 워치는 더욱 얇고 작아졌다는 것. 까르띠에에서는 워치의 곡선을 강조한 더블 라인이 특징인, 총 2.04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36개, 사파이어, 에메랄드 및 투르말린을 세팅한 베누아 워치를 선보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하이 주얼리 워치로 루도 시크릿 워치를 공개했다. 메종 보석 감정가들의 전문성을 발휘해 동일한 정도의 광채를 지닌 다이아몬드를 선별해 세팅하고 기요셰 화이트 머더오프펄 다이얼과 조화를 이뤄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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