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이의 경계뿐 아니라 클래식과 글램을 넘나드는 존스의 탄생 스토리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존스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은 정구호와 존스의 모델이자 브랜드 뮤즈 배우 강소라.
강 정 디렉터님 말씀처럼 사실 저도 걱정한 사람 중 하나였어요. 화보 촬영 전 시안을 받았는데, 컬러감이 너무 강해서요. 전문 모델도 아닌 제가 이 컬러들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됐죠. 그런데 막상 옷을 입어보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더라고요. 코르셋처럼 몸을 너무 조이지 않아 포즈를 잡거나 움직이기 편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화보를 더 잘 찍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강 벌써 5~6년 전이라 어떤 전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작품은 기억나요. 아크릴이랑 백동으로 만든 작품이었어요. 보자마자 반했죠. 저는 클래식한데 에지가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큰 틀은 옛것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현대적인 것을 한 방울 정도 섞은 듯한 느낌이랄까. 디렉터님 작품을 볼 때마다 옛것과 현대적인 것을 묘하게 잘 믹스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너무 부족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게. 아마 이 부분에서 디렉터님 취향과 제 취향이 잘 통하는 거 같아요.
정 기획할 때부터 브랜드 콘셉트를 ‘강렬한 컬러’로 잡았어요.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 사람들은 컬러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메인 컬러를 레드로 결정했을 때 저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조차 불안해했죠. 하지만 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할 강렬한 무언가 혹은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레드 컬러 아이템에 대한 반응이 제일 좋아요.
정 사실 제가 이 브랜드를 만들면서 실제로 소라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 강소라로서나,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강소라 모두 요즘 제가 타기팅하려는 세대와 딱 맞아떨어졌죠. 요즘 30대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은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개성과 캐릭터가 확실해요. 또 그런 것들을 만들어 가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소라를 모델로 선택한 건 탁월한 결정이었어요. 화보 촬영 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던 것보다 사진이 훨씬 더 잘 나왔거든요. 사진 속에 제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우아하고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개성 있고 멋있는 여성이 있었죠.
강 디렉터님의 감을 믿었어요. 아트 작품은 물론 예전에 디렉터님이 연출한 공연도 많이 봤는데, 비비드한 컬러를 주로 사용하시더라고요. 그런 강렬한 컬러가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죠. 그래서 도전해봤어요. 역시 디렉터님을 믿길 잘한 것 같아요. 평소 무채색을 주로 입는 저도 컬러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컬러에 대한 제 편견을 확실히 깬 계기가 되었죠.
강 레드 컬러 드레스요. 입는 순간 몸 위에 가볍게 안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몸을 거추장스럽게 휘감는 게 아니라 사뿐히 내려앉는 느낌이랄까. 좋은 소재 덕분인 것 같아요.
정 맞아요. 소재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어요. 이 드레스가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실크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정 배우 강소라에게 영감을 받았지만 그녀의 나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에요. 존스라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타깃 연령을 정하지 않는 거였어요. 그 브랜드가 좋아서 혹은 그 브랜드의 개성만 보고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젊어 보이는 옷이 아닌 그냥 멋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이면 모두 저희 타깃이죠.
정 브랜드 론칭부터 리브랜딩, 옷, 잡화 등 예전에 다 했던 거니까 생각보단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존스는 기본 클래식 라인부터 좀 더 데일리한 느낌의 모던, 오트 쿠튀르적으로 화려하게 만든 글램, 하이엔드 소재를 사용해 차별화한 프리미엄, 액세서리만 모아둔 데코레이션 라인까지. 제가 그동안 해본 것들을 조금씩 나눠 남은 여러 개의 상자 같은 거라 할 수 있어요. 제 모든 경험과 알짜배기 노하우의 정수를 담아 만든 브랜드가 존스예요.
정 글램 라인의 레드 드레스예요. 레드가 존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이기도 하지만 특히 그중 글램 라인의 드레스들은 국내 브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존스 고유의 라인이라고 할 수 있죠.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수입 브랜드들에서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따로 내놓죠. 존스도 그런 패션 하우스를 표방하고 싶었어요. 존스의 몇 라인을 테일러링 콘셉트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죠. 세미 오트 쿠튀르랄까. 예전 패션 하우스에서 하던 전통 테일러 방식을 사용해 클래식한 재킷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강 사실 저는 글램 라인 드레스가 활용도도 높다고 생각해요. 갤러리나 뮤지엄 오프닝, 자선 행사 등 드레스업하고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늘어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여행 갈 때도 유용해요.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 트렁크에 몇 벌 꼭 챙겨 가고 싶어요. 호텔이나 미슐랭 레스토랑 같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장소에 입고 가기도 좋고요. 의외로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 입고 갈만한 옷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많지 않아요.
강 많이 입어보고 도전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컬러와 스타일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정 일단 트라이해보는 게 중요해요. 입어보지 않으면 잘 어울리는지 모르니까요. 얼굴에서 먼 곳부터 컬러 아이템을 매치하면 좋아요. 예를 들어 신발부터 가방, 하의,아우터, 상의 식으로 시도해가는 거죠. 그러면 신기하게도 서서히 받아들여져요. 제 옷방에도 검은색 옷은 10분의 1밖에 안 돼요. 아주 컬러풀하죠.(웃음) 사실 한국 여성들도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어요. 자신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고 컬러를 받아들이고 있죠. 컬러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