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W Trend Report for women &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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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 2022

에디터 이주이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장식적인 요소가 다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퀸이나 시스루 등 반짝이는 소재와 대담한 실루엣, 그리고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의 향연이 반갑기만 하다. 다양성이 부각되면서 페미닌함에 대한 정의가 재확립되는 등 ‘하나의 취향’이라는 단순한, 심지어 고리타분한 개념에서 벗어나 ‘멀티 페르소나’ 혹은 ‘젠더리스 코드’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 역시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한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은 보머 재킷으로 쿨한 아웃핏을 연출하고 내일은 시스루 드레스로 센슈얼한 드레스업을 즐기며, 그다음 날은 프레피 룩으로 한껏 사랑스러워진 자신의 모습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지.



Trend 1_Robe Life Still Goes On


엔데믹 시대가 도래하고 다시금 차려입기 시작한 이때, 일부는 여전히 #로브라이프를 갈망할 것이다. 앞서 파워 숄더와 아워글라스 실루엣이 몸에 긴장감을 부여한다면, 부드러운 어깨 구조감, 벨트에 감기는 고급스러운 옷감, 그리고 곡선의 숄 라벨로 정의되는 이 스타일은 기분 좋은 편안함과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애티튜드를 부여한다. 디올과 브리오니에서는 고급 캐시미어 소재를 기반으로 완벽한 테일러링으로 완성한 클래식하고 우아한 버전을 찾아볼 수 있었고, 베르사체에서는 패턴과 컬러 블로킹을 적극 활용한 보다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Robe Life Still Goes On_ DIOR MEN
Trend 2_Tux for Women & Men


시크함의 절정에 있는 르 스모킹 룩의 매력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턱시도를 입은 여자는 뭔가 달라 보이니까. 특히 화이트와 블랙, 그레이로 이뤄진 모노크롬 팔레트를 기반으로 핀스트라이프, 글렌 체크, 하운즈투스에 이르는 고전적인 패턴에 실크에서 개버딘에 이르는 다채로운 소재의 활용과 과감한 클리비지 라인, 다양한 컷 & 손 디테일로 턱스에 새로운 변주를 부여한 랄프 로렌 컬렉션에서는 여성 턱시도의 완벽한 비율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남성 턱시도에서도 기존 개념과 차별화되는 좀 더 과감한 실루엣의 활용이 돋보이는데, 여성스러운 실루엣으로 강조되던 아워글라스 스타일이 남성복에 대거 적용되었다. 또 고전적인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결합한 쇼트 재킷 스타일부터 블레이저, 그리고 롱 코트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룩으로 시대와 젠더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Tux for Women & Men_ RALPH LAUREN



Trend 3_White Tank


이번 시즌 단 하나의 아이템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건 단연 화이트 탱크 톱! 보테가 베네타에 새롭게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이 싱글 아이템에 데님 팬츠를 매치한 캐주얼 클래식 스타일을 선보이거나 슬릭한 레더 트라우저 또는 태슬 장식의 재치 있는 스커트를 매치해 마치 드레스업한 듯 도회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했고, 프라다는 아이코닉한 삼각 로고를 탱크 톱에 더하고 오버사이즈 보머 재킷과 시스루 스커트를 매치해 반전 매력을 더했다. 다양한 커팅과 연출법으로 화이트 탱크 톱의 매력을 무한대로 확장한 디자이너들의 시도를 따라 해보면 어느새 새로운 계절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White Tank_ BOTTEGA VENETA
Trend 4_The Power Shoulder


‘엑스트라 파워 숄더’는 이번 시즌 여성 컬렉션과 남성 컬렉션 구분 없이 눈에 띄는 실루엣이다. 풋볼 게임에서 볼법한 라인배커 어깨 라인에 가까운 과장된 라인들이 발렌시아가를 위한 뎀나의 초기 컬렉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프라다 컬렉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트렌치 스타일 재킷과 코트가 이번 시즌 가장 크고 대담하면서도 날카로운 어깨 라인을 강조하고, 돌체앤가바나와 루이 비통은 화려한 소재와 컬러풀한 옵션을 제안한다. 다소 심하게 과장된 어깨 라인과 대비되는 슬림한 하의 라인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실루엣과 소재 자체의 강렬한 매력으로 1980년대를 아우르던 컨템퍼러리 감성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The Power Shoulder_ PRADA


Trend 5_Head to Toe Knitwear 


혹한의 날씨 속에서 포근한 온기를 유지해주는 친숙한 니트 아이템은 일상성을 해치지 않는 범주에서 짜임의 다양한 변주와 패치워크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컬렉션을 이룬다. 카디건과 스웨터 드레스, 투피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아우르며 폭넓은 옵션을 이루는데, 특히 이번 시즌에도 바라클라바(복면)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구찌 컬렉션에서는 청키한 짜임의 니트 카디건과 투피스로 매치한 롱스커트, 그리고 바라클라바를 매치한 헤드 투 토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으며,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싱글 스웨터 재킷에 스웨터 팬츠를 매치한 근사한 스타일로 부드러운 남성성을 어필했다.


좌: Head to Toe Knitwear_ SALVATORE FERRAGAMO / 우: Head to Toe Knitwear_ TOD’S



Trend 6_90s Prep 


애슬레틱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1990년대를 대표하는 Y2K 스타일과 조우한 프레피 스타일이 이를 주도한다. 디자이너들은 대학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걸까? 루이 비통과 겐조, 아미 등 남성 컬렉션에서는 일명 ‘과잠’으로 불리는 야구 점퍼가 호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캠퍼스 분위기를 내는 각양각색의 엠블럼으로 하우스의 상징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여성 컬렉션에서는 미우미우가 대표적으로 전 시즌보다 더 작고 짧아진 미니스커트, 니 삭스와 매치한 발레리나 슈즈 등으로 아이비리그의 테니스 코트에서 영감을 얻은 스포티하고 재기 발랄한 에너지를 선사했다. 하루하루 설레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는 룩을 통해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좌: 90s Prep _ DIOR MEN / 우: 90s Prep _ MIU MIU


Trend 7_It’s Sequin Time 


화려함에 대한 갈망, 그리고 디너파티에 대한 목마름 등은 시퀸과 비즈, 시스루와 새틴 등 온갖 반짝이고 빛나는 소재의 향연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복에 주로 사용하던 이 소재들은 현재와 미래, 디지털과 실제 세상,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아우른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짝이는 시퀸 장식으로 레터링을 수놓은 시스루 드레스의 찰랑거리는 소리와 눈부신 빛으로 풍성하게 채운 낙관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알렉산더 맥퀸, 댄서들의 에너제틱한 움직임과 어우러진 메탈릭 글램 룩을 선보인 이자벨 마랑까지. 각각의 컬렉션과 쇼 피스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레트로, 퓨처리즘 혹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든 분명한 건 침체된 일상에 활기와 에너지를 불어넣는 패션의 낙관적인 역할을 상기시켰다는 점이다.


It’s Sequin Time_ FENDI
Trend 8_Pink Pop Pop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몰고 온 핑크 물결은 런웨이를 한층 더 활력 있게 만들었다. 컬러 연구소 팬톤과 공동으로 작업한 그는 쇼 노트를 통해 “핑크는 무의식의 표현이자 리얼리즘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상징한다. 핑크는 개성을 높이고 가치와 감정을 담아내는 실험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제스처다”라며, 핑크에 대한 예찬을 이어갔다. 릭 오웬스의 캔디 컬러 오버코트부터 아미와 베트멍 쇼에서 볼 수 있었던 형광색 마젠타 코트, 그리고 폴 스미스의 바랜 듯한 버건디 퍼퍼 재킷까지, 어느 팔레트에나 잘 어울리는 톤의 경쾌하고 활기찬 핑크 컬러가 대세를 이뤘다.


Pink Pop Pop _ VALENTINO


Trend 9_All Black Chic


블랙에 대한 패션계의 추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시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외관을 탐닉하는 듯 보인다. 복면 스타일의 머메이드 실루엣 드레스를 입고 손끝을 가린 채 런웨이를 거닌 알라이아의 신비로운 여인을 비롯해 릭 오웬스와 지방시는 블랙의 드레이피하고 미스터리한 미학을 선택했고, 질 샌더와 베르사체, 그리고 루이 비통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테일러링을 이루는 긴장감 넘치는 룩이 주를 이뤘다. 화려한 소재나 디테일은 없었지만 검은 팔레트 위에 겹겹이 레이어링한 소재와 아이템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All Black Chic_ ALAÏA
Trend 10_Take Flight


고민 없이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아이템인 동시에 보머 재킷이 지닌 거침없는 반전 매력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짜릿함마저 느끼게 한다. 셀린느 여성 쇼와 토즈 남성 컬렉션에서 엿볼 수 있듯 고급 스웨이드와 시어링 소재의 부드러운 균형감을 바탕으로 기분 좋은 착용감을 선사하는 아이템은 캐멀에서 다크 브라운, 그리고 블랙까지 섬세하게 조절한 고급스러운 톤을 통해 TPO(시간, 장소, 상황) 구분 없이 활용하기 쉽게 전개된다. 연출법 역시 레깅스 차림에 걸쳐 입고 쿨한 애슬레틱 스타일로 나서거나 이브닝 파티를 위한 화려한 시퀸 드레스와 페어링하는 등 무한 변주를 이뤄냈다.


Take Flight_ T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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