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F/W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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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 2017

에디터 이지연

빅 브랜드와 언더그라운드의 믹스 매치, 패션 하우스와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 그리고 아빠의 옷장에서 찾아낸, 2017 F/W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를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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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1_Dad Core
몇 시즌 전만 해도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 빈티지한 플라워 패턴과 보헤미안 무드가 느껴지는 그래니 룩이 유행이더니, 이제는 ‘아재 패션’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좀 더 패션적으로 설명하자면, 1990년대 복고 감성에 펑크 룩을 조금 가미한 쿨 대디 룩이다. 그중 이번 시즌 ‘대드 코어’ 트렌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컬렉션은 바로 베트멍의 수장, 뎀나 즈바살리아가 소개한 발렌시아가의 두 번째 남성복 컬렉션이다. 그는 이번 시즌 정의한 ‘발렌시아가 맨’에 대한 해답을 자신이 속한 케어링 그룹의 충실한 직원에게서 찾았다. 그들이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으며, 젊은 시절엔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상상하는 과정을 거쳐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그렇게 탄생한, 아빠 옷장 속 오래된 양복을 연상시키는 박시하고 직각적인 테일러링 코트, 넥타이와 핀까지, 발렌시아가뿐 아니라 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스,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에서도 선보인 루스한 실루엣의 맥시 롱 코트의 관전 포인트는 살짝 드롭된 어깨 라인으로 둥근 실루엣을 강조한 오버사이즈다.
Trend 2_ Street Swag

이번 시즌 힙스터들이 가장 눈독 들일 만한 스트리트 스타일을 선보인 루이 비통의 2017 F/W 컬렉션을 보면 스트리트 트렌드 키워드가 명확히 보일 것이다. 바로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의 슈퍼 컬래버레이션을 공개하며 그 어느 컬렉션보다 파격적인 시도를 했기 때문. 슈프림 로고를 새긴 빨간색 백은 쇼가 끝난 직후 SNS 피드에 도배되듯 올라왔고, 남성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위시 리스트에도 당당히 상위에 올랐다. 루이 비통을 필두로 구찌와 발렌시아가, 발렌티노, 프라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다른 빅 브랜드에서도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그들만의 재기 발랄한 사고와 절충적인 감각으로 보다 럭셔리하게 해석해 선보였다. 중고 옷 가게에서 볼법한 빈티지한 아이템을 독특한 감각으로 레이어링해 화려한 스타일링을 뽐낸 스트리트 룩이 그것으로, 데님 재킷부터 V넥 니트 톱, 화려한 프린티드 스웨트셔츠, 체크 셔츠 등 일상적인 캐주얼 아이템을 좀 더 대범하고 자유롭게 스타일링해 최대한 쿨하고 액티브하게 표현한 것이 포인트. 지난 시즌부터 많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선보인 볼 캡만 더해도 쿨한 포인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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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3_ Hybrid Suit
몇 시즌째 전통적인 포멀 수트에서 벗어나, 소재의 경량성을 살린 여유로운 실루엣이 주목받고 있다. 루스한 실루엣의 수트를 통해 고급스러움과 스트리트 감성을 함께 보여주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 발렌시아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어깨의 형태를 강조한 재킷으로 상의의 볼륨감을 더한 더블 버튼 스타일을 내놓았는데, 이는 에르메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번 시즌 수트는 단지 여유로운 실루엣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바로 애슬레저 감성이 일상화되면서 활동성을 고려한 스포티한 디테일과 기능을 첨가한 수트 셋업이 급부상한 것.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궁극의 장인 정신과 현대적인 미학, 완벽한 테일러링을 강조한 아웃도어 룩’이라고 이번 컬렉션의 테마를 정의했다. 이세이 미야케, 닐바렛 쇼에서도 하이브리드형 테일러링 재킷과 조거 팬츠의 매치를 선보이는 등 최고급 테일러링 수트와 스포츠 웨어의 결합은 이번 시즌 키 포인트로 떠올랐다.

Trend 4_ New Nerd

일명 ‘골덴’이라 불리며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추억의 소재 코듀로이의 활약이 더욱 대범해졌다. 바로 울과 코튼의 넥스트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스페셜한 패브릭 중 하나인 코듀로이가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 전반적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 사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보여준 첫 번째 컬렉션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너드(nerd)’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소재도 없다. 구찌와 MSGM은 프린트 스웨트셔츠 혹은 라운드 셔츠에 코듀로이 팬츠를 캐주얼하게 매치했고, 에르메스와 프라다는 발마칸 코트와 트렌치코트, 수트 등 포멀 룩을 선보였다. 색상은 가을에 잘 어울리는, 노란빛을 띠는 겨자색을 비롯해 브라운, 모카, 카키 등 다양한 어스(earth) 컬러로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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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5_ Sport Utility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포츠 유틸리티 감성을 바탕으로 많은 패션 하우스 브랜드에서 겨울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영향을 받은 아노락 스타일의 재킷을 쏟아내고 있다. 본래 아노락은 등산을 하거나 스키를 탈 때 입는, 방풍과 방설을 위한 후드가 달린 상의를 뜻하는데, 이번 시즌엔 캐주얼한 스웨트셔츠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제안된 것. 먼저 유스 컬처를 대표하는 고샤 루브친스키와 아디다스의 컬래버레이션, 노스페이스와 협업한 준야 와타나베의 2017 F/W 컬렉션은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애슬레저 룩과 스트리트 패션을 절충한 사례다. 이를 통해 스포티 아이템을 그대로 스트리트에 반영할 수 있도록 영한 감성과 실용성을 가미했다. 이와 반대로 랑방과 보스의 쇼에서는 포멀과 레이어링하기 쉽도록 고급스럽게 제안한 점이 돋보였다.

Trend 6_ Fur-lade

마치 아이돌 무대에서 볼법한 알록달록한 퍼 퍼레이드가 이번 2017 F/W 남성 컬렉션 런웨이 쇼에 펼쳐졌다. 지난 시즌에는 테디 베어 같은 러프하고 단순한 퍼를 사용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스포티한 컬러 블로킹으로 경쾌함을 강조한 퍼 사용이 두드러진다. 펜디는 눈에 띄는 컬러의 조합은 물론, 패치워크나 레터링 모티브를 적용했으며, 토즈 또한 퍼 트리밍과 컬러 포인트 역할을 하는 시어링 등 퍼를 좀 더 적극적으로 장식적 요소로 활용한 것이 특징. 동일한 모피라도 모의 길이를 다르게 표현한 마르니와 부분적이고 입체적인 셰이빙 테크닉을 선보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은 퍼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부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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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7_ Check It Out
한 시즌의 트렌드를 논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영원불멸의 패턴이 있다. 바로 ‘체크’ 패턴. 유독 남성복에서만큼은 체크 패턴이 수트나 롱 코트의 패브릭으로 클래식하고 올드하게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남성 컬렉션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유스 컬처’ 트렌드에 따라, 클래식한 체크가 유스풀한 터치를 가미한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프라다와 마르니, 라프 시몬스, 폴 스미스는 1970년풍 건 클럽 체크(gun club check)를 마치 대학 새내기의 차림새처럼 더욱 프레시하고 영한 느낌의 재킷으로 선보였으며, 발렌티노는 포멀 수트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격자무늬 그리드 체크를 대범한 컬러와의 과감한 믹스 매치를 통해 한층 펑키한 룩으로 승화시켰다. 올가을 당신을 회춘시켜줄 비장의 무기는 바로 체크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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