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노을과 푸르른 항구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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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 2025

글 고성연(홍콩 현지 취재)

‘아트 위크’에 머무는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

빅토리아 하버를 두고 홍콩섬 건너편 구룡반도의 인기 지역인 침사추이에는 언젠가부터 여행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히는 럭셔리 호텔이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파노라마 뷰’로 홍콩의 상징적인 항구를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 홍콩의 문화 예술을 가장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봄날(2019년 3월) 문을 연 이 호텔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한데, 팬데믹 여파로 상당 기간 해외 방문객들을 거의 맞이하지 못했지만 2년 전부터 ‘하늘길’이 다시 자유롭게 열리면서 해가 갈수록 치솟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봄에는 다국적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여기저기에서 펼쳐지면서 열기 가득한 풍경이 호텔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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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세계 유수 도시에서 고층 건물로 뒤덮이고 인구밀도까지 높은 도심에서 누리는 ‘전망’은 그 자체로 럭셔리다. 홍콩섬 부촌인 미드레벨 지역의 호화 맨션에서 내려다보는 운치도 남다르지만 빅토리아 부둣가를 낀 침사추이에서 다소 높은 지대에 펼쳐진 로즈우드 홍콩(65층짜리 건물)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객실을 들어서는 순간 가슴을 절로 열어주는 듯 호쾌하다. 특히 4백13개 객실 중 대다수가 각도를 달리한 ‘하버 뷰’를 품고 있는 시원한 전망은 입이 아프도록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로즈우드 홍콩의 상징 같은 자랑이다. 맞춤형 버틀러(집사) 서비스와 매너(Manor) 클럽 라운지를 제공하는 상층부의 91개 스위트에서 더 매혹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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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를 보금자리 삼아 홍콩섬을 바라보다

‘로즈우드(Rosewood Hotels & Resorts)’는 1979년 미국 댈러스의 석유 재벌 H. L. 헌트의 딸인 캐럴라인 로즈 헌트가 세운 럭셔리 호텔 브랜드다. 2011년 인수를 거쳐 현재는 홍콩에 본사를 둔 로즈우드 호텔 그룹의 소유이며 전 세계 16개 국가에 31개 지점을 두고 있다. 로즈우드 홍콩은 아시아 대표 부호인 쳉(Cheng) 집안이 이끄는 뉴월드 그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침사추이 일대의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봄 태어났다. 오피스 빌딩과 로즈우드 레지던스, 아트와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인 K11 뮤제아(K11 MUSEA) 등과 커다란 한 덩어리를 이루는데, 이 일대를 ‘빅토리아 독사이드(Victoria Dockside)’라 부른다. K11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로도 잘 알려진 에이드리언 쳉의 동생 소냐 쳉이 로즈우드 호텔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 때 로즈우드 홍콩이 아시아 최고 권위를 지닌 현대미술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ABHK)의 공식 파트너라는 점은 놀랍지 않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바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럭셔리 호텔이 즐비한 홍콩에서 미술 컬렉터들이 어째서 굳이 구룡반도에 머무느냐고. ABHK의 주 전시장인 홍콩 컨벤션 센터(HKCEC)는 홍콩섬 완차이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로즈우드 홍콩은 ABHK 기간에 맞춰 ‘프라이빗 요트’ 서비스를 꾸려 투숙객들이 편하고도 생동감 있는 경험까지 누리면서 전시장을 오갈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한다. 샴페인을 홀짝이면서 물살을 가르는 하얀 요트로 침사추이와 완차이를 느긋하게 오가는 묘미는 색다르다. 올봄 아트 주간에는 입소문이 났는지 요트도 손님으로 가득해 추가로 운항하는 스케줄을 꾸려야 할 지경이었다. 사실 대중교통편도 나쁘지 않다. MTR과 연결되어 있는 데다 또 다른 매력의 승선 경험을 선사하는 스타 페리 터미널이 지척에 있고, 택시로도 15~20분이면(교통 체증이 별로 없을 경우) 홍콩섬 주요 지역에 도착할 수 있다. 게다가 맞은편 홍콩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책길이자 관광 명소인 ‘스타의 거리’를 비롯해 미식과 쇼핑, 야경 등 침사추이만의 매력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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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빼어난 미식과 수준 높은 웰니스의 보고

‘슈퍼 마치(Super March)’로 명명할 만큼 각종 행사가 많은 3월, 특히 아트 페어가 열리는 마지막 주는 그저 호텔에서의 여유를 즐기기는 힘들다. 그래도 호텔이 내세우는 미식과 더불어 실속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을 놓치기는 아쉽다. ‘금강산도 식후경’인 데다 마침 로즈우드 홍콩에는 풍요로운 미식의 스펙트럼과 심신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호텔 안팎으로 펼쳐져 있다. 광둥 요리 중에서도 ‘진짜배기’라고 일컬어지는 순덕(Shunde) 요리가 감탄을 부르는 더 레거시 하우스(The Legacy House)와 인도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 찻(CHAAT) 같은 미슐랭 맛집, ‘육식파’라면 솔깃할 스테이크 맛집 헨리(Henry) 등 레스토랑과 아시아 베스트 바(bar)로 선정된 칵테일 바로 라이브 재즈를 즐길 수 있는 다크사이드(Darkside) 등 10여 개의 미식 공간은 호텔의 매력을 한껏 높여준다. 또 호텔과 연결된 K11 뮤제아의 전시 공간들도 있지만 호텔 내부에 곳곳에 흥미로운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어 ‘아트 산책’ 프로그램을 신청해 감상해볼 만하다. 로비에서 반겨주는 린 채드윅(Lynn Chadwick)의 청동 조각부터 시작해 조식 뷔페로 친숙한 홀츠 카페(Holt’s Café)의 수호신 같은 크리스털 공작 시리즈(콜롬비아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쳉 집안의 소장품으로 영국 스타 아티스트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Zodiac’ 시리즈)이 걸려 있는 티 라운지 버터플라이 룸(The Butterfly Room) 등은 그저 작은 예다.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아우르는 방대한 면적(3,716㎡)을 뽐내는 웰니스 센터 아사야(Asaya) 홍콩 역시 기억해둘 법하다. 특히 프랑스 브랜드 겔랑과 손잡고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한 스파는 부드러운 실크와 천연 옥을 활용한 기법으로 지친 피부와 근육을 달래주는 인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로즈우드 홍콩을 택한다면 다양한 요가 세션, 인피니티 풀 같은 시설은 물론 아름다운 빅토리아 하버를 벗 삼은 ‘행복한 조깅’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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