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비단 꽃신 수놓은 우리네 침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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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 2011

글 성정아(리빙 칼럼니스트)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침구 브랜드의 론칭 소식을 알려왔다. 기대와 반가움을 안고서 찾아간 그의 작업실에서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진 디자이너 장응복,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함께 만들어내는 절묘한 품격이 담긴 그의 디자인 감각을 함께 만났다.



텍스타일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를 대변하기에는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 정도의 직함이 더 적합해 보인다. 장응복은 1983년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1985년 ‘모노콜렉숀’을 설립했다. 모노콜렉숀 패브릭은 비단 꽃신, 부채 등 한국적인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격조가 느껴진다. 패브릭이지만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완성도가 있어 강한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호텔이나 고급 모델하우스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일반 소비자보다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또 한지, 소창, 실크, 리넨 그리고 캐슈 페인팅이나 래핑 등 소재의 선택이나 표현 방법에서도 과감하고 실험적이어서 마치 공예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렇게 지난 25년간 ‘모노천’이라는 고유명사가 통용될 만큼 독창적인 패브릭 작업을 전개해 왔다.
장응복은 2000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텍스타일 전시에 참여하면서 우리 디자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OEM 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고, 디자이너로서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어요. 텍스타일 분야가 매우 발달한 유수의 유럽 브랜드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한국적인 모티프를 더 강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기도 해요. 모노콜렉숀의 기본적인 정서는 초기와 비슷하지만 점차 다듬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어요. 사람과 자연, 자연과 문명, 옛것과 새것 사이의 조화에서 우러나오는 멋.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디자인을 하다 보니 작품에도 여유가 담기는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장응복은 우리네 정서를 담은 한국적인 모티브를 현대 디자인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모노콜렉숀만의 텍스타일 디자인은 물론, 각 분야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제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특유의 감성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각종 페어나 갤러리를 통해 공개된 그의 작업은 한국적인 정서와 동양의 미가 현대 디자인과 얼마만큼 절묘하고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장응복은 올봄 CJ오쇼핑과 함께 홈인테리어 브랜드 복(Bogg)을 론칭하며 또 한번의 도전에 착수한다. 그간 디자이너로서 늘 고민해오던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관한 조심스러운 시도다.
“아트워크의 성향이나 공예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인지 저의 작업은 특수층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한때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영감을 표현하는 것과 대중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론칭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대중은 좋은 디자인을 너무나 정확하게 알아본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선발된 40명의 주부 패널단이 저의 첫 매스 프로덕트 작품인 침구를 미리 만나는 자리에서 그들의 평가를 듣게 되었어요. 소재부터 컬러까지 그동안 만났던 어떤 고객보다 정확한 주관을 갖고 평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5년을 디자이너로서 살아왔지만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고 대중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되죠.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과 제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사실 모노콜렉션은 유럽과 일본인이 주 고객이고, 국내에서도 디자이너나 업계 전문가 중심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갤러리에 작품처럼 걸려 있던 장응복의 패브릭을 3월 26일, 합리적인 가격의 침구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전통에 대한 가치, 한국적인 감성을 담은 장응복의 작업이 더욱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문의 080-000-8000, www.CJm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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