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퍼러리 퀴진의 새로운 요람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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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 2011

글·사진 김범수(라이프스타일 객원 에디터, http://pat2bach.blog.me)

스페인의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과 함께 전 세계의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벨기에의 ‘플레미시 프리미티브(The Flemish Primitives)’. 세계적인 명성의 셰프들이 대거 참석한 요리 관련 세미나와 파티, 갈라 디너 등이 펼쳐진 환상적인 음식 축제에 다녀왔다.


The Flemish Primitives
서유럽의 북해에 접한 벨기에는 비교적 작은 나라이다. 바로 옆의 프랑스와 비교하면 불과 18분의 1의 면적. 하지만 컨템퍼러리 퀴진에서는 스페인과 함께 유럽의 가스트로미니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국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여전히 문화적인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플랑드르(Flandre) 지역에서 펼쳐지는 ‘플레미시 프리미티브(The Flemish Primitives)’라는 음식 축제가 있다(www.theflemishprimitives.com). ‘Exchanging, Engaging,Exploring New Tastes’라는 슬로건과 ‘Meet the Greatest Chefs’라는 부제 아래 펼쳐진 이번 행사에는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 2010’에서 엘 불리(El Bulli)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덴마크 ‘노마(Noma)’의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 셰프를 비롯해 프랑스 ‘브라(Bras)’의 미셸 브라(Michel Bras), ‘아스트랑스(Astrance)’의 파스칼 바르보(Pascal Barbot), 네덜란드 ‘아우드 슬라위스(Oud Sluis)’의 세르지오 헤르만(Sergio Herman) 등 현재 유럽 내에서 가장 핫한 셰프들이 대거 참석한 무척 뜻깊은 행사였다. 주제별로 크게 ‘마스터 클래스’, ‘갈라 디너’, ‘셰프와의 만남’ 등 세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특히 벨기에의 셰프들과 유럽 각 나라의 톱 셰프들이 만나 최근에 발견한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즉석에서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 ‘셰프와의 만남’은 예술의 경지에 올라선 장인들의 영감을 현장에서 접할 수 있게 해준 환상적인 이벤트였다.




The Belgian’s Top Restaurants

L’Air du Temps
벨기에 분자 요리계의 독보적 존재로서 미슐랭 2 스타를 획득한 한국계 셰프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의 레스토랑 ‘레르 뒤 탕(L’Air du Temp)’. 현지에서 만난 셰프, 평론가, 기자 할 것 없이 원래 약사가 되고 싶어 했던 그가 실험실 대신 주방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다양한 식재료의 조합과 요리 테크닉을 극찬했다. 이를 증명하듯 ‘레르 뒤 탕’은 이미 한두 달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 지난해 ‘서울 고메 2010(Seoul Gourmet 2010)’ 행사에 참석하며 한국계 입양아로 알려진 그는, 고추장, 된장, 김치 등 한국에서 접한 발효 음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보쌈 같은 한국 요리를 그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벨기에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어 감동을 더해주었다. www.airdutemps.be




Hertog Jan
브루게(Brugge)에 위치한 ‘헤르토그 얀(Hertog Jan)’은 2명의 젊은 셰프와 소믈리에가 공동으로 레스토랑을 이끌어나가는 이상적인 구조로, 33세의 나이에 오픈한 지 불과 2년 만에 미슐랭 2 스타를 획득한 천재 셰프 게르트 드 만젤리르(Gert De Mangeleer)와 소믈리에 겸 지배인으로 완벽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요아힘 보덴(Joachim Boudens)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모든 천연 식재료들을 관리하고, 공급하는 젊은 농부까지 힘을 보태고 있어, 그야말로 벨기에의 차세대를 이끌어나갈 대표적인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다. 헤르토그 얀 음식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색감’의 조화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있는데, 브루게라는 중세 도시의 여유로운 자연의 느낌을 식탁 위에 담아내,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음식을 맛볼 수 있다. www.hertog-jan.com




Hof Van Cleve
겐트(Gent) 외곽 지역에 위치한 벨기에를 대표하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호프 판 클레베(Hof Van Cleve)’. 온통 흰색으로 둘러싸인 다이닝 홀의 벽에 걸린 벨기에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의 멋진 그림들이 자연을 표현하는 페테르 구센스(Peter Goosens) 셰프의 요리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데, 사실 이곳의 백미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면 드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 음식은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과 계절을 담아 풍경화를 그려내듯 완벽하게 제공되는 음식들과 프로페셔널한 서비스 퀄리티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의 전형을 보여준다. www.hofvancleve.com




De Jonkman
브루게(Brugge)에 위치한 미슐랭 1 스타 레스토랑 ‘드 용크만(De Jonkman)’. 헤르토그 얀, 레르 뒤 탕, 인 드 불프(In De Wulf) 등과 함께 벨기에의 차세대 레스토랑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이곳의 셰프인 필리프 클래이스(Filip Claeys)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2곳에서 쌓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테크닉과 예술성을 겸비한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한 요리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어부인 할아버지를 둔 탓에 생선과 해산물에 강하다. ‘Grey North Sea Shrimp’ 라고 불리는 진한 풍미의 새우 요리와 한련화를 곁들인 오이스터, 각종 피클을 곁들인 생선 요리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www.dejonkman.be




Oud Sluis
벨기에의 최북단이자 네덜란드의 최남단 지역인 슬라위스(Sluis)에 위치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아우드 슬라위스(Oud Sluis)’. 행정구역상으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네덜란드에 속해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플레미시(Flemish) 지역으로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벨기에의 레스토랑으로 소개해도 큰 무리가 없다. 아우드 슬라위스의 셰프인 세르지오 헤르만(Sergio Herman)은 불과 35세의 젊은 나이에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현재 유럽 요리계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이미 이 지역에서 유명 셰프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셰프로서의 자질을 타고난 데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요리계의 엄친아라고 할 만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슬라위스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극도로 섬세하면서도, 10가지 이상의 재료가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요리를 선보인다. 유럽의 부호들이 헬기를 타고 와서 식사를 할 정도로 예약하기 어렵고, 게스트 하우스가 있어 아예 숙박할 생각을 하고 레스토랑을 찾을 정도여서, 그야말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을 설명하는 표현인 ‘worth a special journey’ 에 가장 잘 어울리는 레스토랑이다. www.oudsluis.nl




The Chocolate Line
브루게는 그야말로 초콜릿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작은 초콜릿 숍이 50여 군데나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초콜릿 숍이 바로 ‘더 초콜릿 라인(The Chocolate Line)’이다. 이곳의 쇼콜라티에 도미니크 페르순(Dominique Persoone)은 셰프가 되기 위해 요리 학교에 들어갔다가 실습 과정 중에 경험한 초콜릿 만들기에 빠져서, 요리사에서 쇼콜라티에로 전환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팔에 롤링 스톤스의 문신이 새겨져 있을 정도로 로큰롤 광이기도 한 그는 기존의 클래식한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시소, 와사비, 산초, 페퍼 등 다양한 식재료와 초콜릿을 결합해 그만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아우드 슬라위스, 호프 판 클레베 등 유명 레스토랑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스페셜한 초콜릿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07년에 마야 문명이 서려 있는 멕시코로 여행을 다녀온 뒤 발간한 그의 저서 <Cacao, The Roots of Chocolate>은 초콜릿의 기원에 관해 소개한 유일무이한 책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www.thechoscolatelin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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