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에 현대미술을 조금은 색다르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과거 담배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이곳은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미술관으로 지상 5층에 10개 수장 공간, 15개 보존 과학 공간, 기획 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버려지거나 쓰이지 않던 공간을 환골탈태시키는 문화 재생 사례는 이제 흔한 편이지만, 청주관은 국내 최초로 ‘수장형 미술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21세기형 미술관을 특징짓는 하나의 모델로 여겨지는 수장형 미술관은 전시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창고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작품을 관객과 만나게 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의 시각에 의해 가려질 수 있는 기존 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람객의 참여를 보다 활발하게 이끌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조각 등 입체적인 작품은 개방형 수장고에 놓이면 활용 가치가 높다. 주로 유럽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데, 스위스의 샤울라거(Schaulager)와 프랑스의 루브르랑스(Louvre-Lens) 같은 미술관이 개방형 수장고 방식을 택한 미술관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약 1천5백여 점이 이미 청주관으로 옮겨졌고, 앞으로 4천 점가량이 향후 2~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청주 시민은 물론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할 청주관의 서막을 기념해 김수자, 김을, 강익중 등 국내외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대표 작가 15명의 회화, 조각, 영상 등 소장품을 전시하는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밤: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오는 6월 16일까지 열린다. 강익중 ‘삼라만상’(1984~201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